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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삽질을 해도 한나라당은 지지율이 30% 아래로 내려온 적이 거의 없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 등을 빼면 한나라당을 앞 선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 견고한 한나라당호가 침몰 징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패배가 한 차례 후폭풍에 휘청거리더니, 그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후보 누리집에 디도스 공격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공아무개 9급비서관이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3.12 일본대지진 쓰나미급 파고 산산이 부셔질 상황에 직면했다.

쓰나미 앞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탈당하겠다", "홍준표 대표 물러나라", "박근혜 의원 나서라", "재창당에 가까운 쇄신"을 강조하지만 하나같이 "내 책임요"라며 나서는 의원들이 거의 없다. 물론 최고위원직을 던지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 역시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의원이 없다. 탈당을 외치는 의원, 재창당에 가까운 쇄신을 강조하는 의원들은 자신이 쇄신 대상, 불출마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탈당설을 흘리는 의원들은 아마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내년 총선 당선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무성 의원도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의원, 이재오 의원, 이상득 의원, 홍준표 대표가 현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첫 번째로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하지 않고 매사에 공권력을 제 때 발휘하지 못한 데 있다"며 "한진중공업 사태도 옳지 못하고 경찰서장이 맞는 것도 문제"라면서 한진중공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이 대통령 책임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이 대통령은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에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김 의원 역시 이 대통령을 비판할 자격은 없다. 그는 지난 7월 27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 "(3차 희망버스) 이번에 또 다시 영도에 쳐들어가서 망동을 저지른다면 이번에는 부산 시민들께서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벌어지는 충돌은 민주당과 좌파진영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 일등공신이다. 그런데 김 의원은 희망버스가 붉은물이 든 세력으로 비난했다. 희망버스를 붉은 덧칠해 빨갱이로 뒤집어 씌우는 것이 김무성 의원 해결방법이었다. 과연 이 방법이 해결이었나. 김진숙 지도위원이 309일만에 35m 하늘 위에서 살아내려온 이유는 붉은덧칠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자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때문이었다. 만약 붉은덧칠과 강제진압을 했다면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이 도래했을 것이다. 

김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이명박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을 두고서도 "그 다음으로 정치 어드바이스를 잘 못하고 인사를 전횡한 이상득, 이재오에게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묻고 싶다. 이재오 의원은 특임장관을 역임했기 때문에 몰라도 이상득 의원은 대통령 인사권에 개입하면 안 되지만 그런 일 때문에 거센 비판이 있었다.

그런데 김무성 의원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인사를 단행할 때 조언을 할 위치다. 원내대표 시절 대통령이 인사를 할 때마다 이상득 의원은 개입하지 말라고 비판해야 한다. 그때는 침묵하다가 이제사 이상득 의원을 비판하는 것은 직무유기한 자기 변명에 불과하다. 

특히 그는 "네 번째로 대통령의 잘한 것은 협조를 하고 잘못한 것은 비판을 하고 시정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철저히 외면해 온 박근혜 전 대표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아는지 모르겠다. 김 의원은 한 때 박근혜 의원 '좌장'이라는 소리를 들었음을. 좌장 시절 박 대표에 직언을 했는지 궁금하다. 직언이라는 바깥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할 때만 다른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는 법이다.

홍준표 대표를 "사색하여 진중한 언행을 해야 하는 데 그 반대로 했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 발언이 진중하지 못했음을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무성 의원은 사색을 통한 진중한 발언을 해왔는지 따져보자 .

지난해 12월 17일 국회연구단체 '장애아이 We can'(대표 나경원 의원)이 장애어린이들과 가족들을 국회로 초청하여 2010 산타의 작은선물 '슈퍼스타 We Can' 송년행사를 가졌다. (2010.12.17 한나라TV) 이 자리에 김무성 당시 원내대표는 안상수 대표와 이상득 의원 등과 함께 참석했었다. 

지난해 12월 17일 국회연구단체 '장애아이 We can(대표 나경원 의원)'이 장애어린이들과 가족들을 국회로 초청하여 2010 산타의 작은선물 '슈퍼스타 We Can' 송년행사에 참석한 김무성 당시 원내대표
 지난해 12월 17일 국회연구단체 '장애아이 We can(대표 나경원 의원)'이 장애어린이들과 가족들을 국회로 초청하여 2010 산타의 작은선물 '슈퍼스타 We Can' 송년행사에 참석한 김무성 당시 원내대표
ⓒ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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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축하 인사에서 "장애아이 We Can, 여러분들 뭐든지 할 수 있지 않은가. 여러분의 천사 같은 엄마 누구인가. 나경원 의원과 함께 이 자리에 있는 국회의원 모두가 힘을 합해서 여러분들이 이쁘고 건강하게 커서 뭐든지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드리겠다. 감사하다"라고 했다.

안상수 당시 대표도 "오늘은 여러분 모두 슈퍼스타가 되는 날이고 오늘부터 여러분은 전부 슈퍼스타"이라며 "산타 할아버지와 즐겁게 노는 날이다. 여러분들이 힘든 부분이 있지만 여러분 씩씩하게 다 이길 수 있지 않은가.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유명한 슈퍼스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장애인들에게 천사가 되겠다고 나선 이들이 열흘 전인 8일, 2011년 예산안을 날치기 강행처리하면서 '형님예산'은 증액했지만 정작 장애인 예산은 삭감했었다.  당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가 작성한 '이명박 정권에서 삭감한 2011년 민생 예산'표를 보면  '장애인 활동 보조비 신규신청' 전면금지, '장애아동 무상보육지원금 50억 원 중 삭감, '장애인 차량지원비' 전액삭감했었다.

그래놓고 "이쁘고 건강하게 커서 뭐든지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드리겠다. 감사하다"고 했었다.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가 따로 없었던 것이다. 잊을 수 없는 김 의원 발언은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비난 여론과 관련, "난 이것을 정의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위해 또 우리 사회를 위해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람들 분노를 자아냈다.

12월 31일 원내 종무식에서 지난 8일 주먹질로 날치기 강행처리 한 것에 대해 "추호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 상황이) 재연된다면 그대로 할 것"이라며 "집권여당은 국정의 안정을 위해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대의민주주의를 유린해놓고 "정의"라고 말하는 순간 민심은 이미 한나라당을 떠나고 있었다.

지난 겨울 구제역이 한창일 때인 지난 2월에는 "나도 소 키워봤다"며 "수출을 20억 원 밖에 못 하는 축산업에 3조가 들어간다는 게 말이 되냐. 내가 한미FTA와 연관 지어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을까 봐 말 하는 게 조심스러워서 말을 안했다. 외국산 소고기가 맛이 없다는 말도 다 틀린 말이다. 고기도 등급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다"는 말을 쏟아냈다가 그래도 구제역 때문에 고통당하는 농민들 가슴에 불을 질렀다.

지난해 지방선거가 한창일 때인 5월 23일 김 의원는 경남 함안군 칠원면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금 기초의원 선거는 가, 나 ,다로 되어 있다. 가는 다 당선되게 돼 있다. 그래서 여러분들, 아버지는 가 찍고, 엄마는 나 찍고, 아새끼는 다 찍도록 여러분 훈련 잘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아새끼들'은 '애새끼들' 경상도 토박말로 젊은 유권자들을 비하한 것이다.

독도관련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10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일본 방위청이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명시한 <방위백서>를 낼 것이란 보도가 있었다"며 "매년 연례행사처럼 일본은 독도문제를 내부단결용으로 매년 시도 때도 없이 흘리고 우리는 비분강개해서 과한 반응을 보이게 되면, 그에 따른 국민의 일본에 대한 감정이 고조되고, 일본 관광객이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때문에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이 분노하지 말라는 것이 집권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왔다.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로 있으면서 쏟아낸 발언을 보면 '보온상수'와 '행불상수'로 이름을 날린 안상수 전 대표와 별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그래도 시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발언도 했었지만 김 의원은 분노만 자아내는 발언만 했던 것이다.

한나라당호 침몰이든, 공중분해든 김무성 의원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내탓이요' 하면서 내년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만이 새로운 보수정당 출현에 작은 밑돌이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무성, #한나라당, #선관위디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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