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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지을 땅을 없애고, 농민을 몰아내는 데 4대강 사업과 국토부가 앞장서고 있다. "식량 자급률이 쌀을 포함해도 25%가 안 되는데, 외국 농산물 수입하는 게 능사는 아니지요. 농지를 반드시 지켜야지요." 두물머리에서 친환경 유기농사를 짓는 김병인씨 말이다.

강제철거 중단과 상생대안 수용촉구를 위한 팔당농민 농성장
▲ 팔당 유기농지 짓밟지 마라 강제철거 중단과 상생대안 수용촉구를 위한 팔당농민 농성장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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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찾았다. 들어가는 길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일요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나온 시민, 청춘남녀들이 사랑과 낭만을 즐기고 있다. 아름다운 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산책로 오른쪽에는 비닐하우스들이 자리 잡고 있다. 무, 배추, 딸기, 감자, 고구마, 땅콩, 허브 등 유기 농산물들이 자라거나, 재배한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곳은 철거대상이 아니다. 강변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농지가 즐비한데도 건재한 까닭은 전통적으로 자연발효퇴비는 하천을 오염시키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천 오염의 주범은 골프장 따위의 잔디 조성과 유지 관리를 위해 대량 살포되는 화학비료나 제초제, 살충제 따위의 농약이다.

그런데 유독 4대강 사업 부지에 걸친 농지만이 유기물로 인한 하천 오염원이라 매도하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농지를 파괴하고 농민들을 몰아 내고 있다.

강변 끝자락으로 들어서니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하천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비닐하우스가 철거되면서 기름진 밭들이 처연하게 누워 있다. 이젠 이곳에 농작물은 뿌리 뽑히고 대신 '유기농지를 살리고 농사를 짓게 해 달라'는 호소와 절규가 걸려 있다. 그리고 몇 동 남지 않은 비닐 하우스는 성당과 농성장이 되었다.

'그림아 날 살려라 유기농지 살려라' 전시회가 열리는 비닐하우스 전시장 밖에 도종환 시인의 시들이 대자보로 전시되어 시선을 끌고 있다.
▲ 두물머리 유기농지 '그림아 날 살려라 유기농지 살려라' 전시회가 열리는 비닐하우스 전시장 밖에 도종환 시인의 시들이 대자보로 전시되어 시선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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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퇴적토다. 돌맹이가 없어 농사짓기에 너무나 좋은 땅이다. 어떤 지역보다 일찍이 유기농지로 친환경 농사를 일굴 수 있었던 까닭은 천혜의 토양덕분이기도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이곳을 직접 찾아와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는 팔당농민을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지난 9월 세계유기농 대회를 유치하면서 친환경 농업을 장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통령도 도지사도 '4대강 사업' 앞에서는 모순된 약속으로 '꼼수'를 부린 셈이 됐다.

2007년 방문하여 유기농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4대강 사업으로 농민들이 쫒겨날 상황에 부딪혔다.
▲ 오셔서 한말씀만 하소서 2007년 방문하여 유기농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4대강 사업으로 농민들이 쫒겨날 상황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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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1개 농가 중 이전 합의를 한 7군데 농가의 이주로 4개 농가만 남았다. 4대강 사업 저지 천주교 연대 신부가 집전하는 생명평화미사는 650일 넘게 하루도 빠짐 없이 계속되고 있다. 비닐하우스 성당 안에서는 '그림아 날 살려라 유기농지 살려라' 화가들의 전시작품이 무기한 연장 전시되고 있다.

매일 3시 빠짐 없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가장자리에 '그림아 날살려라 유기농지 살려라'에 출품한 박불똥, 박진화, 이재민, 이인철,정정엽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하고 있다.
▲ 4대강 저지 천주교 사제단의 현장 미사 매일 3시 빠짐 없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가장자리에 '그림아 날살려라 유기농지 살려라'에 출품한 박불똥, 박진화, 이재민, 이인철,정정엽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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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보존 친환경농업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아침 두물머리 시공사인 코오롱건설에서 측량을 하다가 적발되었고, 농민들이 항의하여 돌려 보내는 일이 일어났다.

긴장감이 돈다. 그러나 힘 가진 정부가 마음만 바로 잡으면 간단히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다. 대다수 국민들은 유기농지를 없애고 농민을 몰아내면서까지 공연장이나 공원화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아직 이곳 공사는 시작도 못했다. 재판도 1심은 농민이 이겼고, 2심은 정부가 이겼고,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 있다. 법적으로도 현재 농민들이 점용 농지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권리는 12년 12월까지 있는 셈이다.

농민 서규섭씨. 정부의 4대강 사업 1공구 제방 자전거도로와 잔디공원 조성에 반발하여 유기농 농장, 시민 귀농 농장, 치유 농장, 생태 산책로, 교육 체험장, 쉼터 등이 함께 하는 유기농 생태 체험 마을로써의 대안 조감도를 설명하고 있다.
▲ 두물머리 대안연구단의 조감도 농민 서규섭씨. 정부의 4대강 사업 1공구 제방 자전거도로와 잔디공원 조성에 반발하여 유기농 농장, 시민 귀농 농장, 치유 농장, 생태 산책로, 교육 체험장, 쉼터 등이 함께 하는 유기농 생태 체험 마을로써의 대안 조감도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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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지와 친환경농사를 보호 장려하면서 편의, 문화시설을 아름답게 공존 시킬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급하게 서둘 일도 아니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서로 멋진 절충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행정을 강행할 경우 돌이키기 힘든 불행만 자초할 뿐이다. 농지와 농민을 몰아 내고 섣부르게 막대한 돈을 퍼부어 공원과 공연장을 만들어 이익을 볼 사람은 과연 누구이고 몇이나 될지 묻고 싶다.

"농사는 근본이잖아요. 농부 없이 누가 살 수가 있어요? 한미FTA도 정말 슬픈 일이에요. 소수의 이득을 위해서 농민이 희생당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한미FTA와 두물머리 농지를 지키는 일은 우리의 식량주권을 지킨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인 겁니다. 두물머리는 농지로서 가치가 아주 높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시련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김병인씨의 결의다. 농민들이 삶에서 겪는 문제들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시대의 낌새를 뚫어 보는 시각 또한 탁상 행정가들 보다 몇 수 위다.

덧붙이는 글 | http://cafe.daum.net/6-2nong



태그:#팔당유기농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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