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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삶이 살만하려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선뜻 내릴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짓밟고 언론현실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한 세력들에 맞서, 굴종과 비루함을 강요하는 저 사악한 힘들에 맞서 총파업 투쟁을 전개한다"며 1일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언론노조)의 선언에서 MB정부의 남은 임기가 1년여 불과하지만, 꽤 길게만 느껴진다.

"MB정권 언론장악 심판하겠다"며  전국 45개 언론조직 1500여 명이 이 정권 말기에 총파업에 들어갔다. <조선>·<중앙>·<동아>·<매경>의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일제히 개국한 이날, 전국언론노조는 "온갖 특혜와 반칙을 통해 태어난 보수언론의 종편사들이 언론시장을 황폐화시키는 시대가 막을 올렸다"며 언론의 위기이자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기가 닥쳤음을 알렸다.

종편 4사의 개국이 단순히 방송채널이 몇 개 늘어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사건이기 때문이다. MB정부와 한나라당은 2009년 미디어법을 날치기 처리한데 이어, 시청자 수요와 광고시장의 여건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지난해 말 종편 4개사를 보수신문들에게 안겨줬다. 그리고 온갖 꼼수를 동원해 특혜를 제공했다. 종편 콘텐츠의 의무 재전송을 비롯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 대한 황금채널 배정 압박, 광고 직거래 허용, 중간광고 허용, 제작·편성 비율 완화 등 특혜를 다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이를 통해 케이블로 방영되면서도 지상파 이상의 특혜를 누리는, 지구상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괴물방송'이 등장했다. 종편시대를 열어준 MB정부와 한나라당의 노림수는 뭘까. 언론노조는 "2007년 대선에서 권력 창출의 사실상 파트너였던 보수 족벌언론과의 유착을 강화하고 보수 일색의 여론시장을 형성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보수권력을 창출해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한국 사회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커다란 민주주의의 위기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역사적인 날 언론은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기사를 내보냈을까. 굳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더욱 색깔이 분명해졌다. 종편의 날개를 단 <조중동매>와 <비조중동매> 쪽으로 확연하게 갈렸다. 1일 극명하게 드러났다. 각 지역별로 지면에 반영된 스펙트럼을 들여다보았다.  

[서울: 조중동매] "'오늘, 미디어 빅뱅... 채널 고정시키면 김연아 만날 수도"

<중앙일보> 1일자 1면.
 <중앙일보> 1일자 1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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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으면 보수와 진보로 갈리었던 서울 언론은 <조중동매>와 <비조중동매>로 다시 양분됐다.  더욱 색깔을 공고히 했다. 이날 가장 눈에 띈 편집은 <중앙일보>. '오늘, 미디어 빅뱅'이란 제목을 1면 머리기사로 뽑았다. 화려한 레이아웃과 함께 기사는 "미디어 빅뱅이 시작됐다"며 "대한민국의 미디어 지형을 완전히 뒤엎는 지각변동"이라고 해석한데 이어 종편 출범의미를 크게 부여했다.

"중앙일보가 주축인 국내 최대 미디어그룹 JMnet의 JTBC를 비롯해 TV조선, 채널A, MBN, 뉴스Y 등 4개 종합편성방송과 1개 보도전문채널이 1일 첫 방송을 시작한다. 이는 단지 TV채널 수가 늘어남을 의미하지 않는다. 콘텐트 품질 제고와 다양화, 질 높은 일자리 창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중앙>은 이어 4~6면 등 3개 면을 할애해 JTBC의 드라마, 예능, 교양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다른 종편 모기업 신문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경쟁적으로 1면에 파격적인 사진과 함께 개국 사실을 대대적으로 전하며 속지 2~3개면 이상씩을 프로그램을 홍보하는데 할애했다. 이른바 자사 종편 띄우기 경쟁이 본격화 된 것.

<조선>은 이날 1면에서 "오늘 TV채널을 19번에 고정시키면 김연아를 만나게 된다"며 "피겨스케이터 김연아 선수가 깜짝 앵커로 등장한다"고 홍보했다. 이어 10~11면 등에선 TV조선 창사 특집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했다. 제목과 편집 등은 물 만난 듯 신나 보였다. 지면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동아>도 1면 상단에 5단으로 채널A 오픈 스튜디오 사진을 내보냈다. 사진 옆 기사에선 채널A가 오후 4시 개국한다고 밝힌데 이어 2면에는 각계 대표 100인의 개국 축하 메시지, 3면에는 오픈 스튜디오와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들을 소개했다. <매일경제>도 1면에 이날 0시 MBN 개국 행사에 참석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이 '종합방송 MBN'을 시작을 선언하자 임직원들이 환호하는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이어 관련기사를 2·4·5·35면에 싣고 별지 8면을 따로 제작하는 등 호들갑이 엿보였다.

[서울: 비조중동매] "졸속종편 개국...언론·민주주의 대재앙 시작", 백지광고

<한겨레신문> 1일자 1면.
 <한겨레신문> 1일자 1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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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발행되는 다른 신문들은 들떠있는 <조중동매>와는 정 반대의 분위기였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언론과 민주주의 대재앙이 시작됐다"며 종편 개국을 우려하는 기사와 사설 등을 내보내 대조를 이뤘다. "조중동 방송을 반대한다"는 뜻으로 1면에 백지 광고를 실은 지면들이 눈에 띈다.

이날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로 '조중동 종편 동시 개국…여론·민주주의 질식 위기'란 기사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정체되어 있는 방송광고 시장에서 종편 4곳의 출현은 여론 다양성의 토대가 되는 작은 매체의 생존에 치명적 위협으로 작용한다"며 각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비중 있게 다뤘다.

신문은 이어 2·3·4·5면 등 4개면에 걸쳐 여론 다양성과 공공성 위축, 방송콘텐츠 상업화, 보수·친기업 편향의 프로그램 등을 우려하는 기사로 가득 메웠다. 이마저 모자랐던지 사설 '종편 개국, 언론과 민주주의의 대재앙 시작되다'에서도 언급했다.

"언론시장은 기득권의 이해에 충실한 의제로 도배되고, 상대적으로 노동자와 농민, 서민 등 우리 사회 99%의 목소리가 전달될 통로는 축소될 게 뻔하다... 미디어 생태계가 붕괴돼 여론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보수여론의 독과점 시대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경향>도 이날 1면에 '졸속종편'이란 네 글자의 간결한 톱 제목을 뽑았다. 이어 2·3면에 '막 오른 미디어 대재앙'이라는 제목과 함께 종편 개국에 대한 우려와 향후 파급될 미디어시장의 피폐현상을 상세히 진단했다. '신문 업은 종편 "1년에 100억 달라" 대놓고 광고 압박'이란 제목의 기사에선 홍보 담당 임원, 대기업 관계자 등의 인터뷰를 통해 종편의 무리한 광고 영업을 비판해 많은 시선을 끌었다.

<한국일보>는 2면 '환영받지 못하는 종편 오늘 개국'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종편4사가 이날 공동 개국행사를 열고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온갖 특혜를 업고 출범하는 그들만의 '자축 팡파르'를 지켜보는 주변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조중동>과 이념적 성향을 함께 했던 <문화일보>도 이날은 2면 특집기사로 이들 보수신문과 등을 돌렸다. '5대 문제점', '아낌없는 특혜-약탈적 광고-졸속 개국… 언론시장 교란 불보듯', '광고주들 "보복기사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등의 기사에서 읽힌다.

신문은 기사에서 "종편 측은 미디어 산업 전반에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특혜 정책으로 등장한 종편들이 과당 경쟁을 주도해 미디어 생태계를 병들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특히 일부 종편들이 시험 방송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졸속으로 개국하면서 부실한 프로그램을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우회적인 비판을 늘어뜨려 눈길을 끈다.

이날 백지 광고를 시도한 신문은 <한겨레>, <경향>, <한국일보> 등 서울지역 신문들과 <국제신문>, <경남도민일보> 등 지역신문들도 참여했다. 이들 신문은 백지광고 귀퉁이에 "우리는 조중동 방송의 특혜에 반대하며, 조중동 방송의 광고 직접영업으로 위기를 맞은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해, 광고를 싣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광고대신 적시했다. 특히 이들 신문은 종편출범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보도투쟁'을 전개했다.

[부산·경남] <부산일보> "결간 사과" 발행, <경남도민>·<국제> 백지광고

11월 30일 폐쇄됐던 부산일보 인터넷 사이트가 1일 오전 재개통했다. 1일자로 발생된 신문에는 "부산일보 제2의 편지권 독립운동"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려있다.
 11월 30일 폐쇄됐던 부산일보 인터넷 사이트가 1일 오전 재개통했다. 1일자로 발생된 신문에는 "부산일보 제2의 편지권 독립운동"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려있다.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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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정수재단 사회 환원' 문제로 빚어진 노사 갈등으로 신문 발행이 중단됐던 <부산일보>가 이날 신문을 발행·배포했지만 여전히 찜찜한 구석이 많다. <부산일보>는 이날 1면에 '신문 결간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부산일보 제2의 편집권 독립 운동' 등의 제목과 함께 내부 사정을 전하면서 "65년 전통의 정론지 부산일보가 어제 11월 30일자 신문을 정상 발행하지 못했다"며 "기자를 비롯한 부산일보 사원들은 결간 만은 막으려고 했지만 결국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는 올곧은 신문을 만들기 위한 진통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부산일보 사원 일동은 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론지가 되기 위해서는 정수장학재단이 부산일보 사장을 일방적으로 선임하는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여전히 내부 갈등의 소지가 상존해 있음을 예고했다. "부산일보 사태 박근혜 의원이 해명해야"란 제목의 또 다른 기사에서 선명하게 읽힌다. 기사는 "정치권은 부산일보 경영진의 노조위원장 및 편집국장 징계에 대해 한목소리로 '부당한 조치'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고, 조속한 신문발행 정상화를 촉구했다"는 각계 목소리를 비중 있게 전달했다.

1면 하단의 백지광고로 총파업 투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경남도민일보>는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파장'이란 공동기획기사를 통해 "조중동 종편이 미디어렙에 위탁되는 것을 결사반대하는 이유는, 신문시장에서 다져온 매체 영향력을 방송으로 전이하여 다른 매체의 광고를 약탈적으로 잠식해가겠다는 것, 또한 권력과 자본과의 유착을 통해 각종 홍보광고와 협찬비를 독식하겠다는 의도에 다름없다"고 전제하면서 "종편의 독식은 필연적으로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해온 중소매체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사는 이어 "결국, 중앙으로 집중되는 여론, 권력과 자본에 굴종하는 언론의 창궐이 조중동 종편의 등장으로 말미암은 언론 위기의 핵심"이라며 "조중동 종편이 불공정하고 반시장적인 영향력을 통해 언론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가지 않도록, 종편을 포함하는 미디어렙 체제를 신속히 도입하고 중소방송에 대한 지원방안을 안착시켜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굳건히 확립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신문>도 이날부터 '종편 4개 채널 개국 <상> 미디어 대재앙 예고'를 시작으로 기획시리즈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기사는 "대부분의 언론학자들은 '이미 종이신문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메이저 신문 4사가 종편을 운영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신문의 영향력을 무기로 광고 영업에 나설 경우 재벌과 정부 등 대형 광고주들이 이를 무시하기 힘들 것이고 결국 나머지 지역 방송과 신문 등 군소 매체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는 내용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대구·경북] "우리 신문도 TV로 찾아갑니다", "광고 혼란은 곤란"

종편 출범에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우선 <매일신문>은 이날 1면 '뉴스 TV로 찾아갑니다'란 제목의 기사에선 "12월 1일. 매일신문이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와 함께 TV방송의 새 시대를 열어간다"며 "매일신문이 신문과 방송의 융합을 통해 뉴 미디어의 새로운 장을 펼치게 된다"고 홍보했다.

"매일신문과 채널A는 방송사업을 위해 한국지방신문협회(한신협)와 함께 채널A와 뉴스제공 협약을 맺었다"는 기사는 "한신협 소속사는 매일신문을 비롯해 부산일보, 경인일보, 강원일보, 광주일보, 전북일보, 대전일보, 경남신문, 제주일보 등 전국 9개 광역시도를 대표하는 메이저 지역신문사들의 연합체"라는 내용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사설 '종편 포함한 미디어렙 법안 빨리 처리해야'에선 다른 시각에서 들여다 보았다. "1일부터 종편 4곳이 개국함에 따라 방송광고 판매 대행사 지정을 위한 미디어렙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며 "종편 4곳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신문 등 4개 신문사가 주축이다. 경제지인 매일경제를 제외한 3개 신문사는 지난해 발행 부수를 기준으로 전국 신문시장의 72.8%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함께 광고 수주전에 뛰어들면 광고시장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걱정과 한숨을 늘어놓았다.

이어 사설은 "종편의 출발로 언론 광고시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다"며 "그러나 거대 언론을 앞세운 무차별적인 광고 수주는 지방 언론사를 고사시키는 것과 같다. 이를 위해 여야는 미디어렙 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 종편을 포함해야 함은 물론이다"고 시급성을 재차 강조했다.

<대구신문>도 이날 '종합편성채널 4개사 1일 일제히 개국'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역민들은 대체로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종합편성채널이 1일 0시를 기해 일제히 개국했다"는 기사는 "하루 19시간으로 방송 시간을 제한받는 지상파와는 달리 24시간 종일 방송을 할 수 있고, 중간광고도 허용되는 차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라] "우리도 TV로...", "여론 독과점ㆍ미디어 생태계 교란"

<광주일보> 1일자 1면.
 <광주일보> 1일자 1면.
ⓒ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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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 신문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 종편 출범을 조명했다. <광주일보>는 이날 1면에 '광주일보 TV뉴스 오늘 찾아갑니다'란 기사를 싣고 "드디어 오늘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방송 뉴스, 'A급 뉴스'가 시청자를 찾아간다"며 "한국 언론사 최초로 시도하는 완전 통합뉴스룸, 뉴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협업(New Collaboration)' 모델을 구축하려는 방송과 신문의 물리적 결합의 첫 사례다"라고 종편 개국을 반기며 방송진출을 내세웠다.

"뉴스의 기획부터 취재, 제작 단계에 이르기까지 신문과 방송 통합 뉴스를 고려해 뉴스의 심층도와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기사는 "광주일보 뉴스는 전국 뉴스를 지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신문도 역시 "한신협 9개사가 채널A와 전국 뉴스네트워크를 구축, 지역간 뉴스교류에도 새로운 장을 연다"는 내용을 빠뜨리지 않았다.

반면, <전남일보>의 이날 사설은 우려의 기색이 역력했다. '여론 독과점ㆍ미디어 생태계 교란 오나'란 사설에서 신문은 "종편은 선진국처럼 신문 방송 겸영을 허용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공약의 산물"로 규정하더니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을 날치기 처리해 보수 신문사의 방송 진출 길을 터 주었다"고 했다.

"종편은 이처럼 언론 시장을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기획에 따라 탄생했다"는 사설은 "그렇지 않아도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신문이 우리나라 여론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 신문사가 운영하는 종편까지 가세한다면 보수 언론의 여론 독과점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사설은 "신문 방송 겸영을 허용한 미국에서는 대도시의 유력 일간지들이 문을 닫고 방송 시장의 90%가 소수 미디어 재벌에 장악됐다"면서 "일본에서는 시청률 위주의 상업방송이 판을 치고 있다. 여론의 다양성을 해치고 미디어 생태계의 교란을 가져올 수 있는 종편의 출범은 그런 점에서 결코 달갑지 않다"고 충고했다.

[대전·충청] "오늘부터 20번에서 만나세요", "참담한 심정으로 파업 참여"

<금강일보> 1일자 1면.
 <금강일보> 1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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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두 부류로 갈렸다. <대전일보>는 이날 1면에 '채널A 오늘부터 20번에서 만나세요'란 제목과 함께 "대전일보 등 한국지방신문협회가 뉴스 제작에 참여하는 동아미디어그룹 종합편성TV '채널A'가 1일 오후 개국한다"고 소개한 뒤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함에 따라 한국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은 강화되고 시청자 선택권도 넓어질 전망"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이어 "방송 및 관련 산업분야에서 고부가가치형 일자리가 수만 개 이상 창출되는 것도 종편 개국에 따른 기대효과 중의 하나"라고 밝힌 뒤 "대전일보는 본사 4층 편집국에 스튜디오와 부조정실을 설치했고 편집 및 최첨단 HD영상 장비를 마련해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뉴스를 전달할 준비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1면 백지 광고로 지면파업에 참여한 <금강일보>는 '전국언론노조, 종편 출범 맞춰 총파업'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국 유수의 신문들이 37년 만에 백지광고를 내는 등 참담한 심정으로 전국 45개 조직의 언론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MB식 언론 통폐합이자 여권의 장기 집권을 위한 꼼수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의 발언을 무게 있게 다뤘다.

이어 기사는 "언론노조 금강일보지부는 1일자 신문 1면에 정부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백지광고를 게재하고, '조·중·동 종편 특혜 지원 반대, 쟁취 미디어렙법'이란 문구의 현수막을 대전 중구 선화동 사옥에 내걸어 공정언론 사수 투쟁 동참 의지를 피력한다"고 밝혔다.

[강원·제주] "강원, 종합미디어 시대 연다", "제주 진면목 전국에 알린다" 자랑

<강원일보> 1일자 1면.
 <강원일보> 1일자 1면.
ⓒ 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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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는 이날 1면 '강원일보 TV 방송 뉴스를 시작합니다'란 제목의 기사에 이어 사설에서도 종편을 반겼다. '강원일보 '종편 참여' 종합미디어 시대 연다'란 사설에서 신문은 "강원일보가 종합미디어그룹으로 재도약한다"며 "강원일보 등 한국지방신문협회와 파트너십을 맺은 동아일보의 `채널A'가 1일 첫 전파를 발사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강원일보는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 왔다"는 사설은 "1998년 전국 지방언론 최초로 홈페이지를 개설한데 이어 2004년 인터넷 방송국을 개국했으며 2009년에는 방송용 스튜디오를 사내에 설치하고 강원FC의 모든 경기를 빠짐없이 영상 취재하는 등 신문과 방송의 겸영에 대비해 왔다"고 자랑했다.

<제주일보>도 신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 진면목 전국에 알린다', '제주일보 방송뉴스 채널A로 전국 안방을 찾아갑니다', '종편채널, 10번대 중후반 번호 배정' 등의 기사와 광고 등에서 "제주일보는 1일 개국하는 종합편성 '채널A'를 통해 제주지역의 생생한 뉴스를 전국에 서비스한다"며 "채널A(김재호 대표이사 회장)는 동아 미디어그룹의 종합편성 TV채널로 케이블방송, IPTV(인터넷TV), 위성방송 가입자라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기사는 "막강한 지방 뉴스 네트워크와 채널A의 종편 결합은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거대한 실험이며, 언론의 새 지평을 여는 도전"이라고 자사를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한라일보>는 이날 "조중동 종편에 당당히 맞설 것"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제주언론노조협의회 성명을 보도해 대조를 이뤘다.

이어 기사는 "제주언노협이 30일 성명을 발표하고 조·중·동 종편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한라일보와 제민일보·제주문화방송·제주CBS·JIBS지부 등 6개 노동조합지부로 결성된 제주언노협은 1일부터 총파업 투쟁으로 이명박 정권의 언론말살 정책 4년을 심판하고, 미디어렙법 제정을 반드시 쟁취하겠다고 강조했다"는 내용을 지면에 부각시켰다.


태그:#종편 개국, #언론파업, #조중동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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