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코미디를 표방한 영화<결정적 한방>에서 한국 역의 배우 유동근이 29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정치코미디를 표방한 영화<결정적 한방>에서 한국 역의 배우 유동근이 29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 이정민


 정치코미디를 표방한 영화<결정적 한방>에서 한국 역의 배우 유동근이 29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배우 유동근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호탕하게 웃고 있다

정치코미디를 표방한 영화<결정적 한방>에서 한국 역의 배우 유동근이 29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배우 유동근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호탕하게 웃고 있다 ⓒ 이정민


진중하고 근엄한 카리스마가 매력이라지만 간혹 온 몸 던져 웃음을 주기도 했던 배우 유동근. 그가 정의감 넘치는 신임장관으로 돌아왔다. 영화 <결정적 한방>에서 그가 맡은 이한국은 작은 불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약한 이들이 호소하려 하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들어준다. 스스로 '국민세금을 먹고 살면서 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비리다'라는 직업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캐릭터를 넘어 배우 유동근 그리고 자연인 유동근의 평소 철학과 가치관은 어떨까. '정의'와 연관된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졌다.

"우리 세대가 다 나름 정의감이 있죠. 연기자들 중에 정의감 있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작업 현장에서의 연기자 중 소외된 분들 있잖아요? 안타까운 마음에 정의감이 불탈 때가 있어요. 드라마를 하다보면 회수가 빠진다거나 너무 일찍 그런 분들을 현장에 부른다든지. 또 밤새 대본을 기다리는데 대본 또 안 나오고. 이런 문제들이죠. 우리가 관심을 갖고 조금 일찍 찍어주면 되는 건데 말입니다. 스스로는 소통의 가교 역할을 했던 거 같아요. 돌아가신 김재형 감독님 그분이랑 할 때 그런 얘기도 많이 했었죠."



핵가족 시대의 요즘 방송..."억울한 사람 나오지 않아야"

유동근은 이를 '선배들로부터 내려온 전통'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 역시 연기자 생활에 힘들어 할 때 당시 선배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었다면서 말이다. 지금껏 그는 일관된 생각으로 방송과 영화판에서의 비합리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 제작 환경에 대한 얘기에서는 그의 경험만큼이나 전할 얘기가 많아 보였다.

"옛날 드라마 제작이 대가족 제도였다면 요즘은 핵가족 제돕니다. 예전엔 분장실에서 모든 정보가 있었어요. 선·후배가 같이 그곳에서 지냈죠. 당시의 위계질서를 우린 받아들였어요. 물론 당시의 패턴이 모순된 점도 있죠. 하지만 그때를 잘 보내면 연기자로서 존재가치를 인정받았답니다. 또한 당시엔 이미 짜인 전체 예산 속에서 드라마가 진행됐으니 요즘에 나오는 것과 같은 시비가 없었어요. 그래서 연기가 안 되는 사람이 주연을 맡아 출연료를 많이 받는 등의 문제들도 없었죠.

가장 인상깊었던 건 분장실 속에서 동료들이 누가 지금 힘든 처지라 그러면 선배들이 합심해서 그 사람을 이끌어줬어요. 이제 와서 그때로 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대가족 제도였다면 배우들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위도 좀 줄지 않을까요?"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그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방송 핵가족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그는 무분별한 외주사 난립과 무책임함을 꼽았다.

"외주사가 나오고부턴 다 찢어놨어요. 작가도 연출도 아무도 책임을 안 지려고 해요. 누군가가 정의를 실현해줘야 억울한 사람이 안 나오는 겁니다. 아직까지 출연료 못 받는 사람이 다반사고 그러다보니 연기를 시작하는 신인들은 나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가수나 다른 분야 사람들이 채우고 있는 현실이에요. 핵가족이 돼서 편하고 신속함이 있겠지만 돈 못 받는 스태프나 연기자들은 여전히 말을 못하고 있어요. 서랍장이 너무 열려있다고 할까요? 정리정돈해서 닫아야 할 게 많이 있는데...

방송사에서도 영화판에서도 이런 문제들을 알고 있을 거고 그러면 해결을 해야죠. 어렵게 살림살이 하는 연기자들과 스태프들 보증 보험 제도라도 있어야 하지 않는 마음이 커요. 기본적인 출연료는 책임을 져주는 환경이 있어야해요."

말을 마치며 그는 "밖에서 알고 있는 것보다 아픈 현실들이 많다"는 말을 덧붙였다. 구체적인 고충들은 물론 더 심하다 할 수 있겠지만 이 한 마디가 작금의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정치코미디를 표방한 영화<결정적 한방>에서 한국 역의 배우 유동근이 29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현재의 영화판 그리고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이야기에 배우 유동근은 사뭇 진지하고 차분한 어조로 상황을 설명했다. 동료와 후배 연기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 이정민


"보수·진보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냐"...FTA에 대한 조심스런 시각

제작 환경과 함께 거대 자본의 힘 역시 현 상황을 고착화 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곤 한다. 적은 예산으로 빡빡한 일정 가운데 촬영해 간 <결정적 한방> 역시 개봉과 동시에 이런 거대 자본의 '무서움'을 제대로(?) 맛볼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애니메이션 <틴틴>이 바로 하루 뒤 개봉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제 통과된 상황임을 기억한다면 앞으로 현실은 더욱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FTA가 그게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죠.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한국 영화산업에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는 순수 영화인들이 영화를 꾸려갈 수 있는 기회가 축소된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현장의 스태프들 그리고 영화인들이 다치지 말아야 합니다. 전 그 바람이 제일 큽니다."

차분한 어조로 여러 문제를 언급하던 그에게 언론 역시 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연기자 선배로서 배우 유동근이 생각하는 언론의 문제점과 바라는 점은 무엇이었을까.

"대중문화예술에 무슨 진보가 있고 보수가 있겠습니까? 우리같이 예술 하는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열심히 하면 되는 겁니다. 우린 편 가르기에 익숙한 사람 아니에요. 어느 매체든 우리가 갖고 있는 고민과 정서를 그리고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 알리는 게 중요하지요. 어떤 보상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게 아니더라도 관심 있게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당장 센 기사가 아니더라도 그런 점에서 차별성을 보이고자 한다면 결국 인정받는 언론이 될 겁니다."



어느덧 '대선배'가 된 유동근 그가 바라는 이후의 모습은?

<용의 눈물>(1996) <애인>(1996) <명성황후>(2001) 유동근이 뽑은 지금 당장 기억에 남는 작품 목록이었다. 7년이라는 공백을 넘어 영화에 다시 복귀한 그는 "영화는 일년에 한 두 작품은 접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 작업은 자기 재검토를 할 수 있다는 게 유동근이 뽑은 영화의 장점이었다. 긴 호흡의 드라마와 짧지만 집중도 있는 영화 작업을 병행한다는 말이었다. 향후 더욱 활동에 박차를 가할 그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그는 향후의 일이지만 연극 무대에 다시 설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스스로 훈련이 필요함을 느낀다면서 말이다. "한 지가 꽤 오래 지났지만 공부를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다"라며 그는 "스스로 추스릴 시간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이후 연극 무대까지, 앞으로 배우로서의 그를 더욱 자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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