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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801m)은 부산 금정구와 경남 양산시 동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북으로는 장군봉(727m), 남쪽으로 상계봉(638m)을 거쳐 백양산(642m)까지 산세가 펼쳐져 있다. 그 사이로 원효봉의 상봉, 미륵봉, 대륙봉, 파류봉, 동제봉 등의 준봉들이 솟아 있다. 금정산의 규모는 그리 크진 않지만 숲과 물, 황강암의 풍화로 인한 기암절벽이 많아 부드러움과 역동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금정산 정상에 올라보면 금정산을 이웃한 크고 작은 산들과 낙동강과 먼 바다와 양산과 부산 도시가 두루 펼쳐 보인다. 금정산은 진입로가 많다. 여기저기서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려있고 얼기설기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길은 길에서 길로 이어지고 만나고 갈라지고 또 이어지다 갈라지는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어디서든 누구라도 반기는 산이다.

 

금요일 하루 온종일 비가 내려 산행을 할 수 있을까 생각 했는데 토요일(11.19) 새벽까지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자 뚝 그쳤다. 비가 온 뒤라 금정산 계곡 물은 한껏 불어 있었다. 범어사 경내를 지나 금정산계곡을 따라 걷는 내내 젖은 바위들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가 환하고 단풍도 지쳐 떨어져 발밑에 깔려 있었다. 울긋불긋한 단풍든 길을 따라 산 깊숙이 들어갈수록 나무들은 앙상해 겨울 채비를 하고 있었다. 햇볓이 났으면 좋으련만 구름 속에서 잠깐 내비치던 해는 먹구름 뒤로 숨고 날은 잔뜩 흐렸다.

 

북문에 도착. 이번에는 금정산의 최고봉 고당봉을 등 뒤에 두고 동문까지 산성 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산성길 중에 가장 아름다운 길. 금정산성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북문에서 동문까지의 길이다. 금정산성은 부산 금정구 금성동과 장전동, 구서동, 북구 금곡동, 화명동, 만덕동 일원에 걸쳐져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후인 1703년(숙종29)에 해상을 방어할 목적으로 금정산에 돌로 쌓은 산성으로 국내 산성가운데 가장 거대한 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오르막길 걷다가 또 내리막길, 다시 오르막길 걷다가 완만한 능선 길로 이어지는 산성 길에는 숲 속을 걷기도 하고 하늘과 강과 도시를 바라보며 하늘정원을 걷기도 한다. 원효봉 가까이 왔을 때 자욱한 안개가 바람을 타고 몰려왔다. 저만치 보이던 금정산 고당봉도 안개가 하얗게 지워버리고 눈앞에 것들도 지워버렸다. 우리 뒤에 걷던 사람들 모습도 흐려보였다. 안개바다였다. 안개는 다시 바람을 타고 뒤로 물러나더니 다시 몰려와 눈앞에 것들을 열었다 닫았다 하기를 반복했고 우린 안개 속을 걸었다.

 

금정산성 길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표정이 다르고 맑은 날이나 흐린 날엔 또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숱하게 걷던 길이지만 늘 새롭다. 원효봉을 지나 의상봉이 조망되는 언덕에 잠시 앉아 점심도시락을 먹었다. 한낮의 해는 먹구름 뒤에 있고 안개는 밀려왔다 밀려가기를 반복하고 바람은 싸늘해 한기가 엄습해서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커피 한잔까지 알뜰하게 마신 후 일어나 다시 걸었다. 목적지는 동문까지다.

 

흐린 날인데도 여기 저기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흩어져 있고 숲 길 따라 산성 길 따라 걷는 길 위에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혼자이거나 두 사람이거나 여럿이거나 동행하며 산성길 따라 걷는 이들의 모습...모두.

 

남편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또 나란히 걸으며 호젓한 시간. 금정산성 길에선 우리들의 이야기도 사랑도 무르익는다. 걷고 또 걸어도 좋은 산성길 걸어 동문에 도착하자 빨갛게 물든 단풍이 환했다. 산성길에서 무르익은 우리 이야기처럼, 사랑처럼.

 

산행수첩

1. 일시: 2011. 11. 19(토). 안개. 오후에 맑음

2. 산행기점: 범어사

3. 산행시간: 4시간 30분

4. 진행: 범어사 주차장(10:50)-범어사(11:00)-북문(12:15)-원효봉(678m, 12:50)-점심식사 후 출발(1:20)-4망루(1:40)-동문(2:30)


태그:#금정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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