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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장한나가 12월 5일부터 '장한나 첼로 리사이틀 - 첼로로 부르는 노래' 독주회를 연다. 이번 공연은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 부산, 창원 등에서도 열린다. 서울에서는 12월 8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가 열린다(누리집 바로가기).

 

그녀는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와 <첼로 소나타>, 작곡가 파야의 <일곱 개의 스페인 민요>, 피아졸라의 <그랑 탱고>를 연주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2009년 브람스 소나타 리사이틀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반주자 피닌 콜린스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지난 2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녀는 첼리스트로서, 지휘자로서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연주회와 음악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펼쳐 보였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이번 공연은 2년 만에 열리는 독주회"라며 "고국에 계신 팬들을 만나게 돼 기쁘고 설렌다"고 말했다. 또 반주자 피닌 콜린스는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는 열정적인 곡"이라며 "이번 독주회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질문과 장한나의 답변을 정리한 내용이다. 그녀는 시종일관 야무진 모습으로 자신의 음악적 소신을 당차게 설명했다.

 

"음악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통언어"

 

- 2년 전에는 브람스의 곡을 주로 연주했는데, 이번에는 라흐마니노프의 곡으로 독주회를 구성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장 : "네, 맞습니다. 2년 전에는 브람스의 음악을 위주로 했지만 이번에는 '노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고도 어릴 때부터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노래'입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혜택이자 특권이 바로 노래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곡이 가사가 없는 노래라는 겁니다. 사실 저도 지휘하면서 단원들에게 '마음으로 노래해 달라' '영혼으로 노래해 달라'는 주문을 많이 합니다. 가사가 없더라도 '노래'라는 것이 클래식 음악의 가장 본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콘체르토 2번>이나 <교향곡 2번> 등을 들어보면 그 곡들이 극적이고 치열한 음악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고뇌하면서 아픈 곳을 찌르는 듯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저는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21세기 가장 훌륭한 첼로 소나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독주회 후반부에는 파야가 작곡한 <일곱 개의 스페인 민요>를 연주합니다. 파야의 노래에는 한국의 정서와 비슷한 시린 감정이 녹아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와 동시대를 살았던 작곡가지만 곡에서는 대조를 이루지요. 비교하며 들으시면 아마 재미있을 겁니다.

 

다음으로는 피아졸라입니다. 사실 피아졸라 하면 탱고죠. 사실 앞서 말씀드린 파야와 피아졸라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것이 바로 '춤'입니다. '춤'에는 평민들의 아픔이 녹아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와도 통하는 정서가 있습니다. 나아가 음악은 우리의 감정과 소통합니다. 그래서 음악은 무언가 호소력이 가득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공통언어인 셈입니다. 이것이 이번 독주회의 콘셉트입니다."

 

- 반주를 맡은 피닌 콜린스와는 어떻게 호흡을 맞추게 됐는지요.

장 : "피닌을 만나기 전에 여러 피아노 반주자들과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피닌을 만난 이후로는 그와 굉장히 잘 통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정말 성실합니다. 그 성실함 덕분에 피아노와 첼로의 동등한 만남이 가능하죠. 예를 들어 '짜장면 먹으러 갈까?'라고 물을 때, '응'이나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라고 답하면 굉장히 재미없죠. '아니, 난 짬뽕 먹으러 갈래' '그건 너무 짜지 않아?' '아냐 난 이게 좋으니까 이렇게 먹을래' 등 대화로 이어져야 재미있죠. 피닌은 그런 반주자입니다.

 

연습과정도 참 재미있습니다. 한 번은 눈이 많이 와서 연습이 취소됐는데요. 그때 피닌이 제 연주회 인터미션(잠깐의 휴식기간) 때 잠깐이라도 연습을 하자는 거예요. 그래서 진짜 해봤죠. 이런 인연이 쌓이고 쌓여 이번 무대에 함께 오르는 것입니다."

 

피닌 : "저는 장한나씨의 인격과 음악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파트너십이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합니다. 또 아이디어도 교환하고 서로에 대해 제안도 하지요. 이것이 중요합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같은 훌륭한 곡을 함께 연주하게 돼 굉장히 흥분되고요. 열정적인 관객이 많은 한국에서의 공연이 기대됩니다."

 

- 지휘자로서의 경험이 첼로 리사이틀에 도움이 되는지요.

장 : "지휘를 하면서 오히려 음악이라는 영역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브람스가 남긴 첼로 연주곡은 첼로 소나타 2개와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더블 콘체르토가 전부입니다. 제가 첼리스트로서 클래식 음악을 정의하려고 했다면 한정된 범위에서 정의했을 겁니다. 하지만 첼로를 연주할 때는 지휘할 때 받았던 웅장한 느낌을 이입해보기도 하고, 반대로 지휘할 때는 첼로와 피아노의 앙상블에서 받았던 아기자기한 교감을 이입시키기도 합니다. 양쪽의 경험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죠."

 

- 첼리스트에서 지휘로 영역을 넓히셨는데, 혹시 작곡을 하실 생각이 있나요?

장 : "없습니다. 하하하. 저는 머릿속에서 새로운 멜로디가 들리지 않아요. 아직은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

 

- 내년에는 30대가 되는데, 연주자와 지휘자의 역할 중에서 어느 쪽에 더 집중하실 건가요? 그리고 20대나 10대의 일 중에 후회되는 일이 있나요?

장 : "지휘자나 연주자나 관객들이 보기에는 서로 완전 다른 사람인 것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중간에서 헷갈리지 않아요. 지휘하는 것도 음악이고, 첼로를 연주하는 것도 음악입니다. 물로 지휘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첼리스트가 할 수 있는 일보다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하나가 돼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간다는 점이 아주 행복합니다. 가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했어'라고 후회하곤 합니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끝이 없습니다.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작곡가들의 열정과 천재성이 담긴 작품들이 남아 있잖아요. 인류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30대에는 좀 더 부지런히 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올해 무대에 올랐던 시간 중 첼로연주 시간과 지휘연주 시간은 몇 대 몇 정도 되나요?

장 : "올해에는 첼로연주와 지휘연주가 반반 정도였습니다. 내년에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부터 시작해 지휘연주가 굉장히 많이 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1년에 40번 이상 한 적은 없어요. 학창시절 때도 마찬가지고요. 지휘 일정이 많다고 해서 첼로에 소홀한 것은 아니죠. 매일 연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악기와 한몸일 수 있는 것은 연습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할 때문입니다. 저는 첼로와 떼려야 떼 수 없는 사람인가 봐요. 학창시절 친구들이 클래식 음악은 '옛날 음악이야'라며 치부했지만, 작곡가들의 작품을 하루 30분이라도 들으면 그것이 하루, 일주일, 한 달을 사는 힘이 되더라고요. 긍정의 힘을 어떻게 하면 키워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나는 이런 인생을 살고 있다'를 보여주고 싶다"

 

- 포스터를 보면 이미지 변신을 한 것 같습니다. 포스터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던데, 이번 무대에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있습니까.

장 : "사실 이미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은 아니에요. 연주할 때는 연주자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연주자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사적이란 표현을 썼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제 마음속의 기쁨과 슬픔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공적인 직업이라고 한 것입니다.

 

많은 음악가들이 저와 같겠지만, 제 목표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추구하는 어떤 이미지만 강조하기보다 '나는 이런 인생을 살고 있다'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맞춰 따로 준비한 곡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때 고국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제 장한나는 '경계를 뛰어넘는 음악가'로 불려지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장 : "저는 레너드 번스타인을 닮고 싶습니다. 그의 연주와 강의를 들어보면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정열이 너무나 대단해 제가 어릴 적부터 TV나 비디오를 보면서 그 정열을 느끼고 배우곤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청소년은 두 부류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과,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입니다. 클래식 전공의 학생들은 유럽 주요 콘서바토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국제 콩쿠르 우승자도 한국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 정도로 한국 출신 클래식 전공자들의 수준은 대단합니다.

 

저는 이들과 항상 '함께 연주하는' 것을 꿈꿔왔습니다. 3년째 '앱솔루트 클래식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요. 또한 3주 동안 합숙하는 '마스터 클래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주마다 한 곡씩을 연습해 매주 주말에는 연주회를 엽니다. 실력 향상이 참 빠릅니다. 저도 그렇지만 우리 단원들도 이 프로그램을 매우 좋아합니다.

 

반면 저는 '클래식 음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합니다. 그런 분들은 오히려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음악적으로 듣는다기보다 직접적으로 마음으로 들으시기 때문에 제가 오히려 그분들에게 많이 배우고 감동 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단발성의 이벤트보다는 꾸준한 활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생각이 굳어져 새로운 가능성이나 아이디어에 둔감해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걱정하곤 합니다."

 

- 이번에 세 곡을 연주하는데, 곡마다 악기를 바꿉니까.

장 : "아니오. 제 첼로 하나로 연주합니다. 현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과 악기 사이에는 끈끈한 로맨스가 있어요. 저는 제 첼로를 단순히 악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첼로랑 얘기도 하고요. 다른 첼로가 제 첼로를 대신할 수는 없는 거죠."

 

- 해외 관객과 국내 관객들 사이에 특별한 차이점이 있나요.

장 : "차이가 크지는 않아요. 최선을 다해 연주하면 청중이 먼저 알아채죠. 이번 연주를 통해 살아가면서 느꼈던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또 작곡가들이 대중들과 함께 느끼고 싶어했던 것들을 전하고 싶습니다."


태그:#장한나 첼로 리사이틀, #장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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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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