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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보건사회부 장관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일 신당 창당 및 총선 출마에 전혀 뜻이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 "안철수 교수는 (국민의) 지지율이 높은 지금 (정치 무대에) 나오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국가에 도움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회견 내용을 보니)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시장처럼 막판(내년 10월쯤)에 출마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오산이다"면서 "서울시장과 대통령은 다르다"고 안 교수에게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장관은 또 "신비주의 정치인은 박근혜 한 사람으로 족하다"면서 "정치를 할 생각이면 지금 나와서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지 신비주의 콘셉트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밝혀 안 교수가 정치를 할 뜻이 있다면 아무리 늦어도 연내에 나올 것을 거듭 주문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여야의 대통령 후보는 4월 총선에서 등장하는, 지금까지 거론된 적이 없는 새로운 인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제하고 "안철수가 아니어도 4월 총선에서 '제2의 안철수'가 나올 수 있다"면서 "4월 총선이 지나면 안철수는 (존재감이) 없어진다"고 말해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과 '안철수 대안론'의 위험을 '경고'했다.

 

"안철수, 대통령 되겠다면 국민 검증 받아야 한다"

 

김종인 전 장관은 법륜 스님이 기획·조직하고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진행한 청춘콘서트(이하 '청콘')에도 게스트로 두 번 출연했으며, 법륜 스님의 주선으로 윤여준 전 장관과 함께 '안철수의 멘토' 중의 한 사람으로 자문에 응해 왔다.

 

김 전 장관은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이 지난 8월 31일 서울 서초동 평화재단의 평화교육원 윤여준 원장 방에서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처음 밝힌 '6인 회동'(윤여준 전 장관, 최상용 전 고려대 교수, 법륜 스님 등)의 현장에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그 다음날인 9월 1일 밤에 안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 결심이 임박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선생의 손자인 김종인 박사는 서강대 교수로 재직중에 박정희 정부에서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에 참여해 의료보험제도를 처음 도입했으며, 노태우 정부에서 보사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재벌개혁론자다. 특히 여야를 두루 오가며 재직한 비례대표 4선 의원 경력은 헌정사에서 전례가 없는 기록이다.

 

다음은 지난 11월 25일 오후 서울 부암동 소재 사무실에서 이뤄진 대면 인터뷰에 이어 1일 안철수 원장이 '제3당을 창당할 뜻이 전혀 없다'고 밝힌 이후 전화 인터뷰로 보완한 일문일답이다.

 

- 안철수 교수가 오늘(1일) '사회공헌 활동'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신당 창당이나 총선 출마설에 대해 "전혀 그럴 생각도 가능성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떻게 보는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그러나 정치를 안하겠다는 얘기는 안하더라. 그래서 국민들이 보기에는 안 교수가 우아하게 백조처럼 있다가 (정치권에서) 모셔가면 하겠지만 제발로 정치판에 뛰어들어 이전투구하는 오리는 되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만일 그런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안 교수가 전혀 정치를 안하고 대선에도 뜻이 없다면 모를까, 국민이 자기에게 열망을 표출하면 자기도 책임도 다해야 한다. 현재의 지지율을 기초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지금 나와서 국민의 검증과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걸 피하고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지도자의 덕목이 아니다."

 

- 어쨌건 안 교수는 지금 당장은 뜻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정치를 하겠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좋은가.

"지지율이 높은 지금, 늦어도 연내에 나오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국가에 도움 되는 일이다. 안 교수가 박원순 시장처럼 막판(내년 10월쯤)에 출마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오산이다. 서울시장과 대통령은 다르다. 신비주의로 집권하겠다는 것은 오산이다. 신비주의 정치인은 박근혜 한 사람으로 족하다.

 

4월 총선 지나면 안철수는 (존재감이) 없어진다. 그때까지 신비주의 콘셉트로 가서는 안 된다. 정치를 할 생각이면 지금 나와서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야의 대통령후보는 지금까지 거론된 적이 없는 새로운 인물이 나올 수 있다. 4월 총선에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가 아니어도 4월 총선에서 '제2의 안철수'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 결국 안 교수가 대선에 뜻이 있으면 지금 나오라는 것인가.

"당연히 지금 나와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자신이 있으면 나오는 것이지 뭐가 감출게 있다고 신비주의 속에 싸여 있나? 우리 국민들로서도 그 사람의 인기만 보고서 지도자로 선택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안철수건 누구건 정치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최소한 국민들에게 내 생각이 뭐고, 그 생각을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 하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 혹시 세파에 뛰어들면 상처가 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신비주의 속에 묻혀 있으면 당분간은 인기가 계속 유지될 수 있겠지만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안 된다."

 

- 그동안의 사업 경험과 정치는 다르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나는 그것이 CEO가 갖는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본인의 말마따나, 자기는 지금까지 모든 것을 자기 혼자 독단으로 다 결정했다고 하더라. 그러나 정치는 남의 협력을 받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같아서 (정치를 하기로) 결심하기가 참 힘들다고 그러더라. 이 말은 정치는 자기 마음대로 못하니까 결심하기 어려워 못 나온다는 얘기나 같다.

 

내가 안 교수에게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신이 300~400명 벤처기업 경영하던 것과 국가 지도자는 전혀 다른 것'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의사 결정 과정을 제대로 익힌 다음에야 정치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정치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일단 국회부터 들어가라'라고 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라고 한 얘기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의회의 기능을 제대로 모르는 정치인이 대한민국 지도자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쪽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대통령이 의회를 극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서 이번에도 급하니까 한미FTA 비준 받으려고 통사정하려고 국회에 달려간 것 아니냐. 국민은 의원들이 맨날 쌈박질한다고 욕하지만 싫든 좋은 대한민국 운명을 결정하는 곳이 국회다."

 

"신비주의 유지하며 가을에 등장? 국민 우습게 아는 것"

 

- 본인은 그럴 뜻이 없다고 하는데 만약 연내에 '안철수 신당'을 만든다면 신당의 현실적 난관은 무엇인가.

"안 교수도 박원순 시장의 선거과정을 보면서 당의 뿌리를 가진 곳과 협력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걸 알기에 지금 단계에서 신당을 만들면 야권통합의 교란세력으로 비난이 들어오니까 전면에 못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신비주의 속에서 지지율을 유지하면 이듬해 가을에 나와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무책임하고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국가 지도자가 될 사람이 왜 국민의 직접 검증과 심판을 피하려는지 모르겠다."

 

- 게스트로 '청콘'에도 같이 하시지 않았나.

"'청콘'을 게스트로 2번 같이 했다. 두 번째로 성남 분당에서 한 3000명 모였을 때인데 내가 테스트하려고 마음 먹고 청중들에게 '두 사람이 나라에 대한 생각이 극진하고 현실적 문제점을 잘 지적하는데 이 사람들을 차라리 현실정치에 내보내서 직접 하게 하면 어떻겠냐'고 하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래서 청콘 끝나고 나서 두 사람에게 '이거 봐라, 내년 총선에 나가서 정치를 하면서 나라를 걱정하라'고 권유했는데 별다른 답이 없었다. 나는 우리나라 백성을 우습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자꾸 꾸물꾸물하고 뭘 재면 정치 지도자로서 자질이 없다."

 

"안철수, 검증하고 뽑아야지 안 그러면..."

 

- '청콘'의 취지 자체는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기 위해서인데 이것이 '안철수 현상'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고 보는가.

"'청콘'은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게 아니다.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위로하며 20~30대 젊은이들의 정서에 맞는 얘기를 하니 공감해서 박수가 나오는 것이다. 일반 국민이 보기에도 1993년부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까지 20년 동안 제도권 정치인들을 다 겪어 보았는데 사회갈등과 양극화는 심화되고 청년 실업은 많아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안 보여 짜증이 나는데 그래도 거기에 공감해서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기성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느껴져 안철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사실 정치인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도 '서민 대통령'을 표방해서 대중적 인기를 얻어 된 것인데 대통령 된 뒤에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를 했다. 이런 얘기는 대통령으로서 능력이 없다는 얘기와 같은 것으로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얘기였다. 그런 가운데 서민 생활은 어려워지고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그래서 서민들이 외면해 열린우리당이 망하고 만 것이다. 

 

이명박은 'CEO 대통령'을 표방하며 경제를 살린다고 하고 나름대로 실물경제 실적을 쌓은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도덕성은 문제가 있으나 경제만큼은 살릴 것으로 생각해서 과거를 묻지 않고 뽑은 것인데 양극화가 더 심화된 것 아니냐. 그래서 더 실망하고 정당과 정치인을 불신하는 판에 안철수가 나와서 지지도가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도 국민이 검증하고 따져서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뽑아 놓으면 또 속는 것이다."

 

- 결론적으로 대중의 인기나 '위로' 받는 것만으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물론이다. 그래서 국민들도 감성적으로 지지만 할 것이 아니고 지도자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태그:#안철수, #야권통합, #서울시장, #윤여준, #법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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