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만이었다. 그러니까 영화 <너는 펫>으로 인터뷰했던 게 인연이 되었던 '근짱' 장근석을 다시 만난 게 말이다. 영화에 이어 이번엔 단독 콘서트란다. 그것도 일본의 유명 아티스트 중에서도 대중 결집력이 큰 이들만 공연 한다는 도쿄돔에서다. 일본말로 "스고이!"를 연발해도 부족하지 않다.

25일 공연 전날 장근석을 일본 도쿄의 긴자에서 만날 수 있었다. 공연 하루를 앞두고 진행된 기자간담회 때문이었다. 흥미로웠던 건 기자간담회 이후 그가 긴자 거리 인도를 걸어 기자들이 있는 버스로 오갔을 때 정말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점이었다. 한국의 명동과도 같은 긴자거리에서 그를 에워싼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장근석 바람'의 실체를 새삼 엿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장근석 단독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26일 오전 시간을 이용해 도쿄 시내 곳곳을 돌아다녀봤다. 장근석을 비롯한 한류스타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체감해보기 위해서다.

한인 타운에서 도쿄 문화 중심가까지, "요즘 대세는 근짱?!"

도쿄에서 대표적인 한인 타운인 신오오쿠보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신오오쿠보 역 앞 광장은 토요일 오전 시간임을 고려해도 땅에 발 놓을 곳이 없었다.

역에서 불과 몇 백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부터 길 양쪽으로는 각종 한국 관련 상점이 즐비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열악한 주변 여건과 본토 사람들이 살기 꺼려하는 곳이었다는데 이제는 한류의 본거지가 되어 전국 일본 팬들이 '한국'하면 찾는 성지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몇 년 전만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동행한 지인이 혼잣말을 던졌다. 수 년 동안 도쿄에 머물면서 그는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신오오쿠보를 실감하고 있었다.

 한 한류백화점에선 장근석의 상품이 한쪽 코너를 차지 하고 있었다.(왼쪽) 한국식 돼지고기 요리집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오른쪽)

한 한류백화점에선 장근석의 상품이 한쪽 코너를 차지 하고 있었다.(왼쪽) 한국식 돼지고기 요리집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오른쪽) ⓒ 이선필


마침 한 한국 음식점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이들을 붙잡고 말을 걸어봤다. 자신들을 '스즈키 자매(언니는 23, 동생은 18세)'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이들은 사이타마 현에서 왔단다. 도쿄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기도에서 서울 구경을 나온 셈. 날이 날이니만큼 장근석의 공연 소식을 아냐고 물으니 TV에서 홍보하는 걸 봤단다.

 신오오쿠보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류백화점이다. 오전 11시가 갓 지난 이른 시간인데도 상점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대부분은 일본 사람들이었다.

신오오쿠보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류백화점이다. 오전 11시가 갓 지난 이른 시간인데도 상점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대부분은 일본 사람들이었다. ⓒ 이선필

일주일에 서 너 번은 신오오쿠보를 찾는 이들은 한국요리를 먹기 위한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다. 한류스타 누구를 좋아하는지 물으니 '쿨하게' "우린 한국 요리를 먹으러 오는 거고 친구 중에 카라 팬이 있다"고 짧게 답했다.

이 차가운 자매들에게 혹시 혐한 움직임이 있는 걸 체감하는지도 물었다. 더욱 무표정하게 이들은 답했다. "TV에서 데모하는 걸 봤다"고 말이다. 겉은 차가워도 멀리서 한국 음식을 먹으러 오는 이들은 분명 한류의 중심부에 있었다.

"요즘은 장근석이 아무래도 제일 인기가 많아요. 대세인 거 같아요. 저 멀리 나고야에서 오시는 분도 있죠. 한류를 요즘 더욱 실감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아줌마 팬들이 자주 왔다면 요즘 들어선 젊은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어요."

신오오쿠보에서 한류관련 상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김영주씨(26)는 6년 전 이곳에 정착했다.

부산사투리를 귀엽게 쓰던 그는 "처음 왔을 땐 유학생밖에 볼 수 없던 동네였는데 지금은 일본 사람이 더 많을 정도다"라고 변화의 정도를 전해주었다. 특히 그는 신오오쿠보 출신의 한국 유학생으로 구성된 '키노'라는 그룹을 언급했다. 한류에 편승해 이 동네에선 큰 인기를 얻고 있단다. 김영주씨는 "만나기 어려운 한류스타에 비해 이들은 동네에서 라이브 공연이나 이벤트를 통해 팬들을 자주 만나러 다녀 인기가 좋다"라고 귀띔했다.

"한류? 그냥 인기 좋은 외국문화 아니다"

 시부야 역 근처의 사거리. 이곳이 일본에서 하루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한다.

시부야 역 근처의 사거리. 이곳이 일본에서 하루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한다. ⓒ 이선필


자리를 시부야로 옮겼다. 시부야 하면 떠오르는 건, '문화의 거리'다. 시부야 역 부근엔 타워레코드와 109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이 즐비해 있어 젊은이들로 항상 넘친다. 일본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사거리가 바로 109백화점 주변이라고 하니 한류에 대한 감을 충분히 잡기 적당한 곳이다.

 타워레코드 한쪽을 장식하고 있던 카라와 애프터스쿨 코너.

타워레코드 한쪽을 장식하고 있던 카라와 애프터스쿨 코너. ⓒ 이선필


 타워레코드를 막 나오니 마침 티아라의 새앨범 프로모션 차량이 지나가고 있었다.(왼쪽) 일본 최대 서점이자 DVD 대여점인 츠탸야 시부야 점에도 한국 음악 관련 코너가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오른쪽)

타워레코드를 막 나오니 마침 티아라의 새앨범 프로모션 차량이 지나가고 있었다.(왼쪽) 일본 최대 서점이자 DVD 대여점인 츠탸야 시부야 점에도 한국 음악 관련 코너가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오른쪽) ⓒ 이선필



시부야 타워레코드 한국음악 코너에 대문짝만하게 꾸며진 '카라' 특별 코너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한 남성에게 다가갔다. 표정은 별로 변하질 않았지만 그도 소녀시대, 카라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오빠 팬이었다. 그의 이름은 쿠로, 스물여섯의 혈기 왕성한 때였다.

그는 "한류를 격하게 실감한다"면서 "이젠 남의 나라, 외국 문화라는 생각보다 그냥 하나의 자연스러운 문화로 다가온다"고 구체적인 느낌을 말했다. 특히나 한국음악을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 그룹의 춤이 대단하다"면서 "퍼포먼스를 보고 있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혹시나 해서 장근석에 대해 물었다. 그는 "장근석은 알지만 오늘이 공연인지는 몰랐다"고 짧게 답했다. 인지상정이리라.

 츠타야 DVD 코너 중엔 한국 사극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한국의 사극을 시대별로 보기 좋게 구분해 놓은 표의 모습. 이것을 보면 대장금과 허준 등의 작품이 역사적으로 무엇이 전이고 후이지 쉽게 알 수 있다.

츠타야 DVD 코너 중엔 한국 사극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한국의 사극을 시대별로 보기 좋게 구분해 놓은 표의 모습. 이것을 보면 대장금과 허준 등의 작품이 역사적으로 무엇이 전이고 후이지 쉽게 알 수 있다. ⓒ 이선필



짧게나마 돌아본 몇 군데의 분위기를 통해선 분명 일본에서의 한류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당장 도쿄돔 콘서트 전석 매진을 기록한 장근석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 흥미로웠던 건 한류에 반응하는 일본인의 연령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년의 아줌마에서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까지 저마다의 이유로 한국 문화에 빠져 있었다.

장근석 한류 일본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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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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