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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수능시험 이후 수시전형을 준비하거나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적어둔 리스트를 하나하나 지워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 자유를 만끽할 틈도 없이 이른바 '알바 전선'에 뛰어든 학생들이 있다.

실제로 한 온라인 청소년 구인 사이트에 올라온 구인광고 수를 보면, 11월 1일부터 수능시험이 끝나는 10일까지는 560여 개였으나 시험이 끝난 직후인 11일부터 24일까지 무려 2700개가 넘는 구인광고가 올라왔다.

이들이 일을 하는 주된 이유는 대개 용돈벌이지만, 당장 다음 해부터 부담해야 할 입학금이나 등록금을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구인사이트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구인사이트
ⓒ 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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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낮은 임금 주는 모양"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18)군은 고깃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A군은 최저임금인 4320원에 못 미치는 시급 4000원을 받는다고 했다. "아무래도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낮은 임금을 주는 모양"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등록금 부담으로 인해 전문대로 진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학 후 등록금 해결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부모님 지원도 없지는 않지만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할 것이며 학자금 대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친구 B군도 "높은 등록금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아 고민 끝에 장학금을 주겠다는 학교를 선택했다"고 대답했다.

휴대전화 판매에 나선 고등학생도 있었다. 신동범(18·대구 호산고)군은 주로 새 휴대전화의 개통을 돕고 손님들이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는 것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때에 따라서는 길거리로 나가 호객행위도 한다. 수능 시험을 끝낸 직후부터 일을 시작한 그는 "첫 일주일은 일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변 친구들 보다는 덜 힘들 것이라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국립대 수시전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높은 등록금과 관련된 보도들을 보며 "부모님은 학비 걱정은 말라고 하시지만, 워낙 등록금이 비싸니 부모님의 짐을 덜어 드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대학 입학 후에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등록금·학원비 때문에 시작한 알바...하지만 현실은

혹은 일찌감치 수시전형에 합격하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학생도 있다. 10월부터 약 한 달간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정철우(18·대구 성서고)군은 "대학에 가기 전에 경험을 쌓고자 시작한 것도 있지만 스스로 용돈을 벌고 싶어서 일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 역시도 등록금을 걱정하면서 "높은 등록금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루 빨리 인하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에 앞서 입시학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을 시작한 학생도 만날 수 있었다. 방준희(19· 원주 육민관고)양은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예체능 계열의 특성상 실기고사의 비중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학원 수업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작곡, 청음, 화성학을 비롯해 음악이론 등을 공부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또 학원을 통해 입시 정보를 얻거나 본인에게 필요한 보컬 트레이닝 등을 받는다."

그러나 한 달에 50만 원이 넘는 학원비 때문에 그녀는 텔레마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주 6일 근무하며 그녀가 받는 월급은 60~70만 원 남짓. 때때로 상품을 주문하는 손님들이 퍼붓는 폭언이나 욕설을 참는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그러나 꿈을 포기할 수 없는 까닭에 실기고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녀는 입시를 준비하다 보니 등록금이 인하되어야 함을 더욱 절감했다고 한다.

"실용음악과의 경우 사립대에만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등록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심지어 서울 인근 한 사립대의 등록금은 학기당 700~800만 원이 넘는다. 낭비되는 예산도 적지 않을 텐데, 줄일 것은 줄이고 등록금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값등록금의 취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태그:#청소년, #수험생,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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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1기로 활동했습니다. 사람과 영화가 좋습니다. 이상은 영화, 현실은 시트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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