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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정해심의 결혼9주년기념 가족여행
 양경수&정해심의 결혼9주년기념 가족여행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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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삶을 바꿀 수 있을까? 

글쓰기가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이다. 글쓰기가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물론 그렇다. 그 사람의 삶이 바뀌는데 사람이 바뀌지 않겠는가?

나는 만나는 누구에게나 글쓰기를 권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분명 진화한다. 생각이 진보하고 그것이 행위를 바꾼다.

글을 쓰는 시간이야말로 벌거벗은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며 내가 관계 맺고 있는 것들의 가치를 발견하는 시간이며 현미경으로, 혹은 망원경으로 발밑의 마이크로 세계와 광대무변한 우주의 세계를 탐색하는 시간이다.

어제 글쓰기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모티프원에 왔다.

5년째 당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연애 9년, 결혼 9년의 아내와 6살 아들을 둔 가장이다.

그는 직장에서의 승진노력대신 글쓰기 수련을 택했다. 그래서 누군가와 골프장을 라운딩하고, 고시실에서 승진 문제집을 외우고, 동료들과 잦은 술자리를 갖는 대신 한 변화경영연구소에 자신을 동여맸다.

일주일에 한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써야하고 매주 한 개 이상의 자신의 칼럼을 써야한다. 그리고 2년 내에 한 책의 저자가 되어야하는 고단한 연구생이 되었다.

이 부부가 인도로 간 까닭은

내가 늦은 밤까지의 마을회의에서 돌아오자 서재에서는 아내와 그 부부와의 얘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와인은 이미 반 이상이 비었고 목소리는 적당히 달구어져있다. 농익은 그 분위기에서 나는 바로 핵심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저희 삶의 목표는 '해탈'이었어요. 해탈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버릴 각오가 되어있었지요.

환경공학을 전공한 남편은 재학 시 학생운동도 하고 졸업 후 환경정책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있다가 시민단체에 관심을 갖고 한살림에 몸을 담았어요.

저는 모태신앙의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고등학교학교3학년 때부터 '신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는 교회를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의 사서로 일하고 있었지요.

그때 우리부부는 둘 다 명상에 빠졌고, 그것이 진전되어 요가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은 온통 '해탈'의 욕구로만 가득 찼고 우리부부는 모두 사표를 내고 1년의 예정으로 인도로 가서 요가 대학인 카이발랴다마Kaivalyadhama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의 환경은 우리가 예상한 것과 차이가 많았어요. 기대했던 것과 다른 곳에서의 생활은 저를 병나게 했고 결국 6개월 만에 우리는 그 학교를 떠났습니다. 저의 남편은 무엇이든 열심이고 성실한 사람이에요. 한 번도 실패해 보지 않은 길을 걸어왔는데 제가 남편에게 첫 실패를 안기게 된 거에요.

인도를 여행하면서 인도에서의 1년을 채웠습니다. 오로빌공동체에서 3개월 이상을 생활했으므로 단지 우리는 3개월 정도 인도남부를 여행했을 뿐입니다.

인도에서 돌아온 우리는 '해탈'대신 '현실'을 택했습니다. 남편은 다시 시험을 준비하여 공사에 입사를 하고 저는 아이의 출산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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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아내에게 쫓겨난 남편, 차에서 일박

"저는 다시 직장을 갖지 않았지만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대학원과정을 마쳤고 어린이책시민연대에서 열심히 독서모임과 사회운동에 참여했지요. 남편은 함께 들어간 대학원을 중단하고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생활을 시작했어요."

당진에서의 5년 생활을 접고 귀경을 마음먹고 있는 부인이 말했다.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 찍기를 좋아합니다. 회사에서 노조활동을 하다가 회사의 눈 밖에 났지요. 낮 시간의 고정된 일을 하다가 이제 매번 밤낮으로 쉬프트가 바뀌는 생활로 인사이동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을 쪼개서 저와 저의 가족을 성찰하는 글을 쓰기위해 책을 쓰는 것으로 자신의 변화와 성장을 모색하는 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여행과 사진을 결합한 가족여행을 주제로 책을 집필하고 싶습니다. 의무적으로 매주해야하는 독서와 서평 및 칼럼쓰기,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의 오프 미팅에서 공동발표를 해야 하는 것이 심한 스트레스입니다.

첫 번째 오프라인 미팅을 마치고 귀가 했다가 심한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제가 연구원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아내도 동의한 바였지만 제가 없는 주말을 보내야했던 아내는 아이를 혼자 돌보며 주말을 보내는 것도 크게 스트레스였던 모양입니다. 그날 밤, 저는 집을 나가라는 아내의 명을 받았고 할 수 없이 차에서 일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더욱 협조적인 태도로 전환된 아내를 추억하는 가장의 회고였다.

"남편은 천생 연구원이에요. 상추를 키우기 위해 10여권의 책을 먼저 읽었어요. 베란다에 모래흙을 넣은 상자를 놓고 상추의 모종을 심었어요. 상추는 어찌된 일인지 이 초보농사꾼을 비웃듯 자라기를 거부했어요. 우리 가족은 한 번의 상추를 수확할 수 있었는데 결국 그것은 모종 그 자체를 수확한거에요."
상추모종을 먹기까지 2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고 부인이 말했다.

"책에 상추를 심는 흙은 적당한 물 빠짐을 위해 흙에 모래를 섞도록 설명되어있었어요. 그래서 집 입구의 모래흙을 몇 삽 파다가 섞었지요. 나중에 아내의 친구가 집에 왔다가 베란다의 상추가 심겨진 흙을 보고 놀라는 거예요. 어찌하여 시멘트모래에 상추를 심었냐고? 제가 파온 것은 누군가가 콘크리트 공사를 하고 시멘트를 배합한 남은 모래를 버리고 갔던 것을 파온 거예요."
남편이 속죄하듯 회고했다.

헤이리를 주민처럼 걸어보기

남편이 내게 참았던 질문들을 풀었습니다.

- 책을 쓰는데 많은 독서가 꼭 필요합니까?
"물론이지요. 하지만 책을 버려야 해요. 즉 독서를 하면 그 책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요. 궁극적으로는 서평을 쓰고자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풀이 우거진 벌판에 곡식을 심어봐야 제대로 수확할 수 없겠지요. 그 풀들을 베어 땅에 깔고 씨를 뿌려야 곡식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서가의 책들을 그 풀들로 여기면 좋을 것 같군요. 그것을 베어 썩히면 그 곡식을 위한 좋은 거름이 될 것입니다. 독서는 자신의 책을 수확하는데 필요한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거예요."

-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나요?
"먼저 찍으세요. 찍고 의문이 생기면 책에서 답을 구하세요. 이미 몇 권의 사진책을 읽으셨다는데 책만 읽고 찍지를 않는다면 또 다른 상추농사가 될 것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귀납법적 공부가 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연역법적 방법론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어요."

- 가족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하는데?
"너무 광범위하군요. 어려운 경전을 모두 읽고 그것을 종합하는 것이라면 한학을 공부하고 수많은 경전을 읽을 시간과 철학적 지식을 가져야함으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오히려 전문성만 확보할 수 있다면 이런 책을 쓰면 쉽게 주목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서적은 누구나 쓸 수 있으므로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웬만한 차별화와 색다른 시각이 아니라면 독자의 시선을 잡기기 어려울 것입니다. 과감하게 주제를 좁히고 깊이를 더하는 방법을 어떨지 싶습니다."

사실 그에게 결혼 9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모티프원으로의 여행은 그 가족여행 책을 위한 첫 번째 실행이기도 했다.

아내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새로 장만한 최고사양의 카메라는 아직 손때가 묻지 않았고 책은 이제 막 서문을 쓴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가 날짜가 바뀌는 시간까지의 대화 자리를 작파한 뒤에도 이 연구원의 밤에는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물었다.

"새벽까지 집필을 하셨나요?"
"확 줄였습니다."

모티프원을 나서 기전 가장에게 물었다.

"오늘은 무엇이 계획되어있나요?"
"헤이리를 주민처럼 걸어보는 겁니다."

나는 양경수, 정해심 부부와 여섯살 아들 민호의 여행이 끝나고 양경수저자의 책이 세상에 나올 때 이 부부가 열망했던 '해탈'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글쓰기는 이부부가 한때 몰입했던 명상이고 요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양경수, #정해심, #민호, #가족여행,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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