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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존 수녀 피살 소식을 보도한 <인디아투데이>.
 발사 존 수녀 피살 소식을 보도한 <인디아투데이>.
ⓒ <인디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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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해온 인도의 수녀가 처참하게 살해됐다. 발사 존(Valsa John, 향년 52세) 수녀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 <인디아투데이>, <인디아TV> 등 인도 언론을 종합하면, 15일 자정 무렵(이하 현지 시각) 40명 정도의 폭력배가 인도 동부의 자르칸드 주에 있는 발사 존 수녀의 숙소를 둘러쌌다. 이들은 수녀를 몽둥이로 두들겨 팼다. 그러고 나서 수녀의 목젖을 절단했다. 발사 존 수녀는 그렇게 살해됐다.

경찰은 16일 오전 2시 무렵 수녀가 살해됐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현재 조사 중"이라며 살해범을 특정하지는 않고 있다. 이 지역 경찰 책임자는 "발사 존 수녀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어느 누구의 이름도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발사 존 수녀의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인도 언론들은 살해범으로 '광산 마피아'를 지목하고 있다. 발사 존 수녀가 힘없는 부족민들을 위해 '광산 마피아'에 맞서 싸웠기 때문이다.

밑바닥 인생들 위해 '마피아'에 맞선 수녀... "목숨으로 대가 치렀다"

발사 존 수녀는 인도 남부의 케랄라 주에서 태어났다. 수녀(자선수녀회 소속)가 된 것은 1984년이다. 발사 존 수녀는 그 후 자청해서 가시밭길을 걸었다. 고향을 떠나 약자와 함께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발사 존 수녀의 자매인 리나는 이렇게 기억했다. "수녀원에서 '(발사 존 수녀가 가려는 곳이) 일하기 위험한 지역'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발사 존 수녀는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지만, 발사 존 수녀는 거부하고 계속 부족민을 위해 일했다."

발사 존 수녀는 부족민의 곤경에 관심을 보였다. 부족민은 불가촉천민에 버금가는 차별을 받은 토착 부족 사람들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발사 존 수녀는 '광산 마피아'와 대립했다.

'광산 마피아'는 석탄이 풍부한 곳에 사는 힘없는 부족민들을 쫓아내고 탄광을 개발하려는 광산 기업 등을 말한다. '광산 마피아'는 부족민들을 압박해 강제로, 헐값에 토지를 사들이는 한편 비인간적으로 착취했다. 이 때문에 오랜 삶의 터전을 내주고 쫓겨나는 부족민이 늘었다.

발사 존 수녀는 이에 맞서 싸웠다. 이 과정에서 2007년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발사 존 수녀는 2007년 말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 후 발사 존 수녀와 광산 기업은 광산 개발 문제에 대해 합의했다. 기업이 부족민들의 토지를 매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대신 광산 개발로 인해 쫓겨나는 부족민들에게 새로운 땅과 일자리, 보건센터, 아이들을 위한 무상교육 시설을 기업에서 제공한다는 합의였다.

해당 부족민이 모두 이 합의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일부 부족민은 만족스럽지 않은 합의라는 반응을 보였다. '발사 존 수녀가 돈에 눈이 멀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발사 존 수녀의 가족들은 터무니없는 의혹이라고 반박했다. 가족들은 발사 존 수녀가 "항상 탄압받는 사람들과 가난한 이들의 복지를 위해 일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발사 존 수녀의 오빠인 베이비는 '광산 마피아'가 수녀를 회유하기 위해 여러 번 접근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발사 존 수녀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수녀는 광산에서 나오는 수입에서 부족민들에게 합당한 몫을 줄 것을 요구했다."

발사 존 수녀는 15일 저녁 가족들과 통화를 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가족들은 수녀가 살해됐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베이비는 "수녀가 (살해) 위협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마피아가 정말로 수녀를 죽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부족민들을 위해 '마피아'에 맞서던 발사 존 수녀가 "결국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보도했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발사 존 수녀가 올해 인도에서 희생된 네 번째 사회운동가라고 밝혔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발사 존 수녀가 올해 인도에서 희생된 네 번째 사회운동가라고 밝혔다.
ⓒ 앰네스티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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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인도에서 사회운동가 4명 희생돼"

국제 인권 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발사 존 수녀가 올해 인도에서 네 번째로 희생된 사회운동가라고 밝혔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이 밝힌 첫 번째 희생자는 니야마트 안사리다. 니야마트 안사리는 발사 존 수녀와 마찬가지로 자르칸드 주에서 활동하다가 3월에 납치·살해됐다. 죽기 전에 니야마트 안사리는 공무원들과 도급업자들이 농촌 빈민을 위해 배정된 예산을 횡령한 사실을 폭로하는 활동을 했다.

두 번째 희생자는 환경운동가 셸라 마수드다. 지난 8월 셸라 마수드는 인도 중부 마디야 프라데시 주의 주도(州都)인 보팔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셸라 마수드는 도시 기반시설 프로젝트의 환경 규정 위반을 폭로하려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세 번째 희생자는 나딤 사예드다. 인도 서부인 구자라트 주에서 활동하던 나딤 사예드는 '나로다 파티야 학살' 희생자들을 위해 증언한 후, 11월 초에 칼에 찔려 숨졌다. '나로다 파티야 학살'은 2002년 구자라트 주에서 반(反)무슬림 폭동이 일어나 95명이 살해된 사건을 말한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사회운동가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인도 정부에 촉구했다.


태그:#인도, #발사 존, #인권, #수녀, #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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