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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었을까 어머니 이름 석자 ...'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 -수안 스님-
 '누가 지었을까 어머니 이름 석자 ...'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 -수안 스님-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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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말로만 하는 '효'라면 누구든지 할 수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개의 일들이 그러하듯이 '효'는 특히 실천과 행동을 통해서만 가치의 진면목이 발휘 될 수 있는 덕목입니다. 흔히들 '효'를 인간 만행의 근본이라고 말들하고 있지만 '효'가 무엇인가에 대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거나 의미를 정리해 본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누군가가 효를 물어오면 '부모님 속 썩이지 않고 잘하는 게 효'라는 정도로야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건 너무 막연하고 두루뭉술합니다. 효가 무엇이며, 왜 효도를 해야 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효이며, 효도를 하면 어떤 결과가 주어지는지 등에 대하여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에 소재하고 있는 불영사에서 수행 중인 주지 월하 학송 스님이 쓰고 정우서적에서 펴낸 대보부모은중경 총설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은 효를 아주 구체적이고도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효 총람'입니다.

효 총람,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에서는 부모 자식 간 인연의 형성 배경, 부모 자식 간 인연의 지중함, 부모님의 열 가지 큰 은혜, 부모님의 지중한 은혜를 저버리고 불효하는 사례, 부모님의 은혜를 온전히 갚기가 지극히 어려움 은혜 등을 통하여 효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보부모은중경 총설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 표지
 대보부모은중경 총설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 표지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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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직접적인 설명에 더해 스스로 자식을 낳아 길러 보고, 자기 자식의 불효를 통해서, 그리고 가족을 통해서 경험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간접적인 내용으로 효를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대중을 거느리고 남방으로 나아가시다가 한 무더기의 마른 뼈를 보시더니 오체(五體)를 땅에 던지어 그 마른 뼈에 정중히 예배하셨다'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대보부모은중경>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막연하게 경의 문구를 해석하거나 중언부언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을 초월하는 예화와 인용문으로 효의 뼈대 같은 근본, 근육 같은 실행, 살점 같은 내용들이 오늘날의 청소년 교육과 노령화 사회에 어떻게 귀결되고 있는지를 가늠 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다각적인 설명과 예화에 사회와 청소년 문화, 노령화 시대에서 파생 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거나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의 키워드가 들어 있습니다.

검은 뼈가 여자? 요즘 세상이라면 검은 뼈가 남자

아난이 부처님께 '뼈만 보고 남자와 여자를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물었을 때 부처님께서는 '남자라면 세상에 살았을 때 절에 가서 법문도 듣고 경도 외우며 삼보께 예배도 하고 염불도 하였을 테니 그 까닭에 남자의 뼈는 희고 무겁겠지만, 여자라면 감정에 따라 함부로 음욕을 행하여 자녀를 낳고, 아이를 낳을 때 마다 서 말 서 되나 되는 엉긴 피를 흘리며 아기에게 어머니의 흰 젖을 여덟 섬 너 말이나 먹이기 때문에 뼈가 검고 가볍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냥 <부모은중경>을 해석하거나 설명하는 내용이라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저자인 학송 스님께서는 시대의 산업화에 따라 판단 근거가 바뀔 수도 있는 사고의 전환 부분까지를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제왕절개 수술을 통하여 출산을 하고, 모유 보다는 우유를 먹여 양육하고, 절에 와서 법문을 듣고 염불을 하고 독경을 하는 신도들이 대부분 여자 신도인 현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과도한 노력과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남자들의 실상을 언급함으로 2500년 전에 설한 부처님의 말씀이지만 시대에 따라 역시 제행무상일 수밖에 없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언급하고 있으니 경을 대하는 마음에 객관성과 중심을 잡아주는 설명입니다.

수레의 두 바퀴 같은 섭수와 절복
   
절복해야 할 때 절복하지 않고 섭수만을 자비한 마음으로 잘못 알고 있는 많은 부모들이야말로 오늘날 교실 붕괴를 불러온 공범이자 청소년 범죄의 공범임을 알아야 한다. 학교 선생님들에게 사랑의 매를 획일적으로 금지하는 것 또한 자비의 지혜가 부족한 처사로서, 교실 붕괴에서 끝나지 않고 교육 붕괴, 사회 붕괴에 이르게 하는 범죄 행위임을 차제에 학부모와 교육 당국자 그리고 국민 모두 꼭 알았으면 한다.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 185쪽>

섭수(攝受)란 '상대방의 사정을 받아들여 조용히 설득하는 것'을 말하고, 절복(折伏)은 '상대를 엄히 책망하여 어리석음이나 그릇됨을 깨닫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저자인 학송 스님께서는 섭수와 절복은 수레의 두 바퀴나 새의 두 날개와 같으니 효를 구현하는데 있어서도 어느 한쪽에 편중됨이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학송 스님께서는 결국 교실붕괴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이 부모의 은덕을 생각하지 않아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은혜를 저버리는, 불효의 업에서 기인한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또한 세세생생 부모님과 더불어 효를 행함으로써 고령화 시대와 더불어 도래하고 있는 노인 세대의 구조적 소외 문제를 거시적으로 예방하거나 해결 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독거노인 가구 수가 100만을 넘어섰다는 것은 어쩌면 불효하여 무간지옥으로 향하고 있는 세대수가 백만을 넘어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이 사회가 서서히 무간지옥으로 변해 가고 있고 머지않아 무간지옥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제 노인 세대의 구조적 소외 문제는 개개인의 불효 내지 노후 문제가 아니라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의 현 사회가 안고 있는 공동 과제이며, 국가 차원에서 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함을 일깨우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 338쪽>

마침표를 찍듯이 '효행의 실천'을 강조

생각과 말로만 하는 '효'라면 누구든지 효자가 될 수 있듯이 제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실천'을 강조하지 않았다면 '효'를 강조한 저자의 진의가 상당히 축소되었겠지만 학송 스님께서는 마침표를 찍듯 개별적 효행 실천을 강조하는 것으로 내용을 갈무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기는커녕 본인 스스로에게 효가 무엇인지를 정의 할 수 없었던 입장, 효도를 해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던 사람, 효도를 하면 그것이 개인사는 물론 문화와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고 있지 못했다면 대보부모은중경 총설<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효는 생각에 머물지 말고 실천하거나 실행으로 옮길 때 개인, 가족, 사회, 나라의 행복으로 꽃 피고 복지로 영글어 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글쓴이 월하 학송 | 펴낸 곳 정우서적 | 2011.10.27 | 15,000원



대보부모은중경 총설 -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

학송 지음, 정우서적(2011)


태그:#대보부모은경중, #부모은경중, #월하 학송, #정우서적, #불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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