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8개월 만에 새 솔로 앨범을 들고 대중 곁을 찾아온 가수 김동률

3년 8개월 만에 새 솔로 앨범을 들고 대중 곁을 찾아온 가수 김동률 ⓒ 뮤직팜


뮤지션 김동률이 새 앨범 'kimdongrYULE'을 내놨다. 솔로 앨범으로는 3년 8개월 만이다. 굉장히 오랜만이라고 느껴지지만 사실 그는 2008년 앨범을 발표한 뒤 2009년 콘서트를 열었고, 2010년 이상순과 '베란다 프로젝트'로 활동했다. "내 템포로는 바투 바투 열심히 했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번 트랙 'Prayer'부터 '크리스마스잖아요'·'크리스마스 선물'까지. 1개월이나 남은 크리스마스가 마치 이미 다가오기라도 한 듯 시작부터 몰아친다. '겨울잠'과 '새로운 시작'·'한겨울밤의 꿈'을 거쳐 타이틀곡 'Replay', 지인들과 함께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까지.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김동률은 "CD나 음원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분들을 전제로 앨범 트랙을 구성했다"며 "'Replay'로 끝났다면 먹먹했겠지만 인트로로 시작을 알리고 단체 곡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선배 유희열은 오랜만에 돌아온 후배 김동률을 위해 음반 소개서를 써줬다. 김동률의 말을 빌리자면, 유희열은 '후배들에게 힘을 주는 선배'라고. 단점보다는 장점을 부각해준다고 했다. 마지막 트랙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초반에 목소리를 싣기도 한 유희열은 자신의 목소리를 "은혜롭다"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김동률은 "모성본능을 일으키는 목소리다"며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보스턴에서의 4년 "권태감 느끼던 시기, 정말 소중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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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dongrYULE'은 겨울 시즌을 겨냥한 앨범이다. 1990년대 음악의 재현에 중점을 뒀다. 수록곡도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작업한 음악이 대부분이다. 당시 가요 팬들에게 그 시절을 회상하고 추억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려고 했다고.

"제가 여름 시즌에 음반을 낼만한 스타일은 아니고 봄, 가을은 애매하잖아요. 추운 겨울에는 사람들이 따뜻해지고 싶어하니까요. 또 크리스마스란 범세계적인 휴일도 있으니까 로맨틱해지고 싶기도 하고요. 캐럴의 고전적이고 재즈틱하고 뮤지컬스러운 느낌이 참 좋아요. 겨울 앨범을 만들면 평소엔 하기 어렵거나 무리일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곡 작업이 이뤄진 1999년~2003년은 김동률이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대에서 공부하던 시기다. 김동률은 당시를 "하루 24시간 온전하게 음악을 생각하고 음악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프로 뮤지션으로 음악을 본업으로 삼다 유학을 떠났던 그는 "잘됐던 시절이라 가수로,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회의도 있었고, 권태감도 있었다"며 "그만큼 절실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곳에서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좌절도 했죠. 살리에르 같은 느낌이랄까요. 큰물에서는 노는 게 다르더라고요. 한국 사회와 가요 시장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기회도 된 것 같고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립죠. 제게는 영감을 얻는 시간이었어요. 그때는 피아노 연습을 하다 곡을 쓰기도 했죠. 술을 마셔도 이야기 주제는 음악이었고요."

창작에는 '고통'이 따른다. 음반 전체를 자신의 곡으로 채우는 김동률 또한 이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떠오르는 대로 곡을 만들지만 가사는 힘들게 쓰는 편이라고 했다. 편곡 작업까지 끝내놓고서야 가사를 쓰기에 녹음 막바지에 괴롭다는 그는 "작업을 할 때는 한 곡을 수백 번 듣고 마지막 순간까지 의심하고 들여다보게 된다"며 "편한 감성으로 들으려면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하는데 활동이 거의 끝나고 나서야 '그래도 열심히 했구나' 싶을 때가 있다"고 전했다. 일할 때는 완벽을 추구한다는 그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첫 앨범을 만들었을 때 성취감이 최고였던 것 같아요. 전람회 1집 말이죠.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처음 녹음했을 때도 그렇고요. 악보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처음 연주되는 사운드를 들었을 때 성취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신비주의 '전략' 아냐...익명성이 소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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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희열이 라디오 DJ와 음악 프로그램 MC로 활약할 때도, 정재형과 이적이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누빌 때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김동률은 이효리와 결혼설에 휩싸였을 때, 정재형이 그를 '조무래기'라고 칭했을 때 유독 큰 관심을 받았다. 그에게 "신비로움이 남아 있는 뮤지션"이라고 하자 "사실 별거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궁금해할 수는 있겠죠. 요즘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너무 오픈되어 있죠. 아무렇지 않게 스스로 즐기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요. 하지만 그게 당연한 것은 아니잖아요. 가능한 한 제 삶은 따로 살고 싶어요. 그렇다고 '전략'은 아니에요. 익명성이 소중할 뿐이죠.

예능 프로그램을 제시간에 잘 보지는 않지만 뒤늦게 듣긴 해요. 유희열 형도, 정재형 형도 다 친한 사람들이니까요. 제 얘기를 맘 상할 정도로 할 리는 없을 테고요.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죠 뭐."

"일본 가려고 했는데 지진 때문에...대신 앨범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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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김동률이 세운 목표는 일본 도쿄에 머무는 것이었다. 3개월 정도 체류하려고 사전 답사까지 마쳤지만 출발 1주일 전에 지진이 일어났고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그의 새 앨범은 몇 년 뒤로 미뤄졌을 수도 있었던 것. 대신 그는 새 앨범과 함께 12월 23일~25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콘서트를 연다.

신보에 수록된 곡들도 선보일 예정이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은 만나볼 수 없다. 1998년도에 만든 이 곡의 가사는 박창학이 썼다. 당시에는 흔했지만 이제는 도리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 곡은 녹음 당시 김동률이 스스로 내건 '조건'이 있었다고. 뮤직비디오나 방송 등 다른 목적으로 괴롭히지 않겠다고 못 박았단다.

"사실 음역대가 너무 넓어서 혼자 부를 수도 없는 곡이었어요. '사랑 이야기 말고 모든 사람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는데 너무 심오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 되어 버렸네요. 곡을 쓰면서 대부분 가수 배치를 해놨었어요. 유희열이나 정재형은 무조건 앞부분, 하동균이나 나윤권은 뒷부분 이런 식으로요. 녹음은 다 따로 했고요. 아마 '위 아 더 월드'도 다 따로 녹음했을걸요."

그에게 마지막으로 2012년 계획을 물어봤다. 김동률은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내년 1월까지를 앨범 활동 기간으로 생각해 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정리하고 생각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답 하나하나에 신중했던 그다운 대답이었다.

"저도 인간이니까요. 팬들이 원하는 것을 맞춰주는 편은 아니지만 혼자 도취해서 잘못 생각하고 가고 싶진 않아요. 한차례 폭풍이 지나고 나면 또 어떤 음악이 하고 싶은지 떠오르겠죠. 당분간 쉬고 싶을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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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유희열 정재형 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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