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로고

대한축구협회 로고 ⓒ 이종득


11월 15일 조광래 감독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조별리그 경기에서 1-2로 패배하고 말았다. 팀의 리더이고 골잡이로서 한층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던 박주영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보였다. 또한 기성용의 부상으로 인한 불참이 아쉽게 느껴지는 결과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FIFA 랭킹 31위의 대한민국이, 한두 선수가 빠졌다 하여 FIFA 랭킹 146위의 레바논에게, 44년 동안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레바논에게 일격을 당한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조광래 감독의 뻔한 변명, '한심하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더 좋은 경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라운드 상태가 국제 경기를 하기에 창피할 정도로 나빴다"고 밝혔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 주심이 투입된 것도 문제였고, 심판들의 경기 운영 자체가 선수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하며 "원정 경기의 어려움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심판의 판정은 좀 지나쳤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 감독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박주영과 기성용의 공백을 아쉬워했다. "박주영은 어쨌든 결정을 지어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오늘 결장하면서 전반적으로 팀의 결정력이 떨어졌다"며, "박주영이 없으면 기성용이 중원에서 템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해줬는데, 팀의 핵심적인 두 선수가 다 빠져 경기 내용이 전체적으로 흔들렸다"는 것이다.

또한 조 감독은 "세계 축구의 흐름을 피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주전급 선수들이 빠지면서 선수들의 팀 전술 소화 능력이 다소 떨어졌다"며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선수들의 능력에 맞추느라 세계 축구의 흐름에서 벗어나 후퇴하는 방법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축구팬으로서 이 말을 듣고 있자니 솔직히 거북하다. 국가를 대표하는 팀의 감독으로서 좀 더 분명한 문제제기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마음에서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군사를 데리고 전쟁터에 나갔으면 이기고 돌아와야 할 책임이 있거늘, 조 감독은 패하고 나서 내 탓이라는 말은 한 마디도 없이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불리한 조건만을 변명처럼 늘어놓았기에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원정 경기에서 심판의 편파 판정 정도는 미리 예상해야 했을 것이고, 선수가 경고누적으로 인하여 불참한 상황 역시 감독의 철저한 지도와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선수 한두 명이 빠졌다고 하여, 약체로 평가받는 팀에게 맥없이 패한다면 그것은 국가대표 운영 시스템에 문제점이 있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와 국가대표 감독은 심판 배정과 심판들의 경기 운영을 탓하고, 주전 선수의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인한 불참을 탓하기보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깊이 있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축구선수 자원을 충분하게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이 한두 선수에게 의존해야 할 정도로 대한민국에 선수가 없다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 그 말은 지금 프로나 실업 또는 대학 팀에서 활동하는 그 많은 선수들을 비하하는 발언이기도 하지만 국가대표 팀 운영을 맡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안이함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몇몇 선수에게 특권처럼 주어지는 상징적인 국가대표 이미지화는 이제 그만 사라져야 할 것이다. 늘 최고의 자리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이 되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국가대표 팀이 되어야 한다.

감독 한 사람의 눈과 마음으로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한다는 것은 오류를 범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 많은 축구 전문가와 축구팬들에게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지금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국가대표 감독은 그렇게 선발된 선수들을 지도하여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져야하고, 7천만의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사명감이 충분한지 검증받은 사람이 되어야 함은 두말이 필요 없다. 개인의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국가대표 감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성인 팀만 16개의 프로구단이 있고, 14개의 실업팀과 75개의 대학팀이 있다. 또한 챌린저스리그(K3)에 참가하고 있는 팀이 16개가 있다. 그러니 각 팀에서 포지션별로 한명씩 선발해도 약 120여 명이 선발된다. 그 인원 중에 각 포지션별로 두세 명을 해마다 예비국가대표로 선발하여 관리하고 지도하면서 언제든지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자원을 외면하고 왜 소속팀에서 뛰지 않는 자리를 국가대표 팀에서 그것도 중요한 국가대항전에서 자리 이동까지 시키면서 선수를 출전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중동 원정경기에서도 중앙수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고, 중앙 미드필더가 측면 수비수로 출전하는 등의 선수기용은 많은 축구 선수와 축구팬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대표 팀 운영이라는 지적을 하고 싶다.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서 좋은 팀을 만들려는 의지가 약하고, 감독은 그저 자신의 마음에 든 기존의 선수로 팀을 운영하려는 안이함에서 오는 선수기용인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은 절대로 개인의 감정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출전시키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대한축구협회 이대로 좋은가?

체계적인 선수 선발과 관리 및 운영을 해야 할 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선수 선발과 관리 및 운영에 있어서 합리적이었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감독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을 다 주고 그 책임마저 감독에게 묻는다면 사실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를 운영하고 관리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지금처럼 운영할 바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한축구협회가 존재할 가치가 없고, 정부에서 감독을 지명하고 그 감독에게 모든 운영과 권한을 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 운영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책임은 지지 않는 모습을 그동안 보여주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축구 유망주 발굴 및 선수 관리와 국가대표 운영에서 무엇을 했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그 동안 몇몇 선수에게 특혜(해외 유학 등)를 주면서 대한축구협회는 연령 별 대표 선수를 선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축구인들 사이에 많은 말들이 있었다. 선수 선발 과정도 불투명하고, 선수가 감독의 마음에만 들면 철밥통처럼 인식되어 왔던 것이다.

과연 우리 대한민국에 엘리트코스(각 연령별대표를 거쳐 국가대표가 되는 선수)를 밟아가면서 축구하는 선수만 있을까. 아니다. 지금도 각 시도에서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를 꿈꾸며 축구를 배우는 학생 선수들이 수천 명이 있다. 다만 그들이 엘리트코스라는 연령별대표에 선발된다는 것을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고,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말(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을 사실처럼 믿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지난 11월 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앞에서 대한민국 아마추어 축구팀 감독들이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집회를 가진 적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는 선수들의 취업문제 등과 연관된 프로축구 2군 리그 폐지에 반대하는 아마추어 감독은 이날 끝끝내 조중연 회장과의 면담을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전국의 각 시도에서 대한민국의 축구 꿈나무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는 일선지도자의 면담 요청도 받아주지 않고 자리를 피하는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과연 그 자리에 왜 있는가 묻고 싶다. 그런 회장이 정말로 우리나라의 축구 발전을 위하여 진정성 있는 생각과 실천을 할까 싶은 것이다.

어제 우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약체로 평가되던 레바논에게 패하고 말았다. 축구팬으로서 정말 안타깝고 화가 나지만, 왜 우리 아들들이 전쟁터에 나가 그런 패배를 하고 돌아와야 했는지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의 양심적인 자기반성을 듣고 싶다.

국가대표 대한축구협회 조광래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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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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