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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 인문학 강좌 - 단재와 오늘, 시대를 이야기하다'가 지난 8일 서원대학교 미래창조관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단재문화예술제전 추진위원회는 "제16회 단재문화예술제전 행사의 일환으로 '단재 인문학 강좌'를 올해 처음 개최하게 됐다"며 "11월 한 달간 매주 화요일 조정래, 문재인, 박철민, 이이화 등의 명사 초청 강연을 통해 이 시대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단재 선생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행사취지를 설명했다.

 

첫 강연자로 나선 이는 강연을 잘 안 하기로 소문난 소설가 조정래였다. 그런 그를 보기 위해 미래창조관 세미나실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찼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보기 어려운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

 

 

'민족과 문학 그리고 단재'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조정래 소설가는 깊이 있는 인문학적 소양과 역사의식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다만 차기 작품으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삶을 다루기 위해 한 달간의 중국출장을 마치고 바로 강연장으로 온 조정래 소설가는 피로를 호소했다.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강연한 뒤 마쳤다.

 

강연에 앞서 조정래 소설가는 "주최 측이 '오늘 생각보다 많이 왔다'고 말했다"며 "이것은 청주시민의 지적 수준에 대한 모독이며, 조정래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해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또 그는 방송사 카메라를 보고는 나가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농담 없는 인생은 인생이 아니다. 이렇게 카메라가 돌아가면 농담도 할 수 없다"며 "어딘가에서 맥락 없이 내가 한 말이 돌아다니는 꼴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지켜줘야 하는데 발언권을 침해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는 끊임없이 흘러가는 긴 강과 거대한 물줄기 같은 것이어서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오천 년의 역사동안 천 번의 침략을 받은 나라"라고 화두를 던졌다.

 

"단재 신채호가 목숨을 바쳤던 시대와 지금은 한 치도 다르지 않다. 6.25 이후 국가적 최대 사태라고 했던 국가적 사태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으면 또 그런 일을 당할 수밖에 없다. IMF를 까맣게 잊어버린 채,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지 않고 살아가지 않느냐." (조정래 소설가)

 

이어 그는 "지난 100년 동안 우리처럼 의식주의 서구화를 이룬 나라는 없다"며 국민들 의식에 스며든 서구화 식민지 정신을 개탄했다. 그는 "명품 가방 루이뷔통 판매 시장은 한국이 4번째로 크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들이 입고 있는 의식주 속에서 식의 3분의 2만 빼놓고 나머지는 모두다 서구화 됐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설가로서 시대의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이야기하며 청중들에게 이 땅에 태어난 운명과 숙명을 말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구한말 역사의 아픔 속에서 조국을 깊이 염려하며 글을 쓸 때 이광수는 자유연애소설이나 썼다. 그때부터 퇴폐문학이 시작됐다. 문학을 하면서 '왜 이렇게 슬프고 척박하고 괴로운 세상에서 태어났을까' '무엇을 할까'를 화두 삼아 응답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조정래 소설가)

 

지성인은 불의와 싸와 권리를 찾아야

 

조정래 소설가는 "지식인과 지성인은 다른데, 지성인은 진실의 편에서 불의와 싸워 권리를 갖는 자들"이라며 "우리는 단재의 뒤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청중 질문에서 한 참석자가 '한미 FT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FTA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시사IN>을 인용하며 "FTA 문서조항에서 약간 잘못 해석한 것이 500개이고 완전히 뜻을 잘못 해석한 것이 250개"라고 언급한 뒤 "국가의 미래와 장래가 걸려 있는 일에 공무서나 제대로 번역하고 제대로 일을 하라"고 일갈했다.

 

또 '근래 유행하고 있는 퓨전소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역사와 허구에는 상관관계가 있다"며 "특정한 시대 분명한 무대가 있는 소설의 경우에는 그 시대와 진실을 작가는 침범하거나 훼손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진실을 실현해 나가거나 구성하는 것은 작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며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잘 어울려진 소설로 그 두 가지 경계를 확실히 구분 지을 수 없는 소설이 가장 잘 돼 있는 소설"이라고 덧붙였다.

 

조정래 소설가는 앞으로 두 달가량 차기 작품을 위해 중국에 관련된 세계 석학들이 써 놓은 책 20권, 중국 소설 30권을 읽고 내년 1월부터 8개월 동안 세 권의 소설의 쓸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정래, #소설가, #단재 인문학 강좌, #충청리뷰, #신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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