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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가 마침표를 찍을 순간이 다가온다는 소식을 듣고,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곧장 한진중 영도조선소로 갔다. 85호 크레인에서 309일째 농성 중이던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서다.

 

10일 오후, 정 최고위원은 땅에 두 발을 디딘 김 지도위원을 만나 "승리하셨습니다,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제가 이렇게 생겼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하늘 위에서, 땅 위에서 전화나 트위터를 통해서만 소통하던 둘은 이날 처음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웃을 수 있었다.

 

정 최고위원은 김 지도위원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앰뷸런스 앞에서 경찰이 체포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것을 막아 선 후 병원까지 따라갔다. <오마이뉴스>와 통화할 당시 정 최고위원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건강검진을 받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한진중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소감을 묻자 그는 "땅 위에서 밥 한 끼 먹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생각든다"며 "309일 동안 자기희생을 해온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중 사태가 보여준 바는 "함부로 사람 밥줄을 끊는 건 인간으로서 할 일이 아님을, 이게 내 가족 문제임을 국민들에게 일깨워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분규 사업장 노조는 와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진중의 경우 안에 있는 '산 자'들이 밖의 정리해고자들의 대표를 노조 대표로 세웠다, 이것처럼 아름다운 연대가 어디있겠냐"며 "민주노조를 세운 대단한 성과 위에서 김진숙 지도와 사수대 3명이 무사히 내려오는 등 최근 노동운동사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진중 문제는 해결됐지만 아직 남은 과제가 있다. 그는 "정리해고를 남용하고 남발하는 근로기준법 체계를 고치는 것이 남은 과제"라며 "이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인간적으로 경의... 우린 대단한 사람 얻어"

 

다음은 정동영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가 마침내 해결됐다. 앞장서 한진 문제 해결에 나선 의원으로서 소감이 어떤가.

"땅 위에서 밥 한 끼 먹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다. 309일 동안 인간의 한계를 넘는 자기희생을 해온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인간적으로 경의를 표한다. 그가 무사히 살아서 내려올 수 있어서 참 기쁘다."

 

- 한진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소회는 어떤가. 본인에게 어떤 점이 가장 큰 비중으로 다가왔나.

"결국 중요한 건 밥이다. 밥을 공평하게 먹는 것이 사회 정의다. 함부로 사람의 밥줄을 끊어 버리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 것이 만연한다는 건 우리가 왜 발전을 해야 하고, 왜 성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김진숙 지도가 '함부로 밥줄을 끊지 마라,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것을 투쟁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새삼 일깨워 준 것이다.

 

이게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 내 가족의 문제라는 점을 폭넓은 공감대를 통해 연대 의식을 일깨운 것에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노동 문제에 시민들이 함께 했다는 것, 김진숙씨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진 것이 의미 깊다. 국민들이 그만큼 착하다. 김진숙 지도가 준 것은 감동이었고, 나도 그 감동을 느꼈다."

 

- 정리해고 철회가 아니고 재고용으로 합의됐다. 노사 합의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노건 사건 완승과 완패는 없다. 근래의 정리해고 투쟁에서 가장 값진 승리였다고 본다. 정리해고를 칼을 뽑았던 사용자 측이 그 칼을 거두어 들인 것이다. 해고 기간 동안 생활 보조비를 지급하고, 복직을 약속한 것, 나름대로 회사도 마음을 냈다. 실무 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또 양보를 함으로써 서로 명분을 고집하지 않고 협상 타결 지은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분규 사업장 노조는 와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진중의 경우 안에 있는 '산 자'들이 밖의 정리해고자들의 대표를 노조 대표로 세웠다. 이것처럼 아름다운 연대가 어디있겠냐. 민주노조를 세운 것은 대단한 성과다. 그 바탕 위에서 김진숙 지도와 사수대 3명이 무사히 내려오는 등 최근 노동운동사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 한진중 해결은 한국 사회의 정리해고 문제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리해고를 남용하고 남발하는 법 체계를 고치는 것이 남은 과제다. 1990년 대 초만 해도 대법원 판결을 보면, 회사가 정리해고를 안 하면 문 닫을 수밖에 없는 경우에만 정리해고를 허용했다. 최근 보면 굉장히 보수적인, 사측에 기울어진 판결이 주류를 이룬다. 근로기준법에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으면 정리해고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는데, '긴박한'이라는 자물쇠가 풀렸다. '내년 경기 안 좋으면 정리해고', 이것도 합당한 정리해고가 돼버렸다. 이런 식의 판결로 인해 근로기준법 24조가 남용되고 있다. 이것을 바로 잡는 게 과제다."

 

-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대단하다. 우리는 대단한 사람을 얻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인간적인 사회, 좀 더 사람이 살 만한 세상으로 가는 데 있어서 김진숙 지도가 큰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우리에게 큰 상징이 될 것이라고 본다."


태그:#김진숙, #정동영, #한진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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