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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장 복지관 식구들이 정성스레 세팅한 기념식장 정면이다. 길을 만든 복지관의 지난 10년과 함께 만들 이 후 10년에도 '이웃'이 함께 있었다.
▲ 기념식장 복지관 식구들이 정성스레 세팅한 기념식장 정면이다. 길을 만든 복지관의 지난 10년과 함께 만들 이 후 10년에도 '이웃'이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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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명단 왼쪽은 지난 10년간 복지관을 후원한 후원자 명단, 오른쪽은 지난 10년간 복지관 자원봉사를한 봉사자 명단이다. 이 들이 있어 복지관이 있었음을 복지관 입구에서부터 알려주는 듯했다.
▲ 10년 명단 왼쪽은 지난 10년간 복지관을 후원한 후원자 명단, 오른쪽은 지난 10년간 복지관 자원봉사를한 봉사자 명단이다. 이 들이 있어 복지관이 있었음을 복지관 입구에서부터 알려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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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안성종합사회복지관(이하 복지관) 입구부터 잔치 분위기다. 화환이 속속들이 도착한다. 입구엔 장애인들이 만든 빵을 사라 외치는 소리와 인사 나누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입구에 세워진 두 개의 명단 현수막이 눈에 띈다. 한 곳은 지난 10년간 후원한 후원자 명단과 또 다른 곳은 10년 자원봉사자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다. 빼곡히 적힌 명단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복지관 10년을 만들어 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들의 정성과 수고를 잊지 않겠다는 복지관의 마음의 표시다.

복지관 3층 강당엔 각 테이블마다 귤, 떡, 음료수가 놓여 있다. 아침부터 일찌감치 준비한 복지관 식구들의 정성이 보인다. 어쨌든 오늘은 잔치자리 임을 확인시켜주는 세팅이다. 천장과 곳곳에 보이는 풍선들은 잔치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어르신을 기억하겠습니다"

기념식 중 '10주년 영상물보기' 시간은 복지관의 역사였고, 나아가 안성의 복지역사이기도 했다. 복지관의 어제를 보면 안성 복지역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와 복지대상자의 만남, 복지관 직원과 어르신들의 만남을 다룬 영상들은 이용자, 직원, 자원봉사자 모두에게 감회에 젖게 했다.

고 송규운 어르신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은 사람들의 눈물을 훔치게 했다. 2001년 복지관과어르신의 만남과 복지관의 다양한 서비스 장면들. 그로 인해 위로를 받던 어르신의 모습 등이 영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1년 6월 갑작스런 병으로 올해 가을에 돌아가신 송규운 어르신. 쌈짓돈 모아 만든 그의 전 재산 400만 원을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하고 돌아가신 어르신의 사연은 어떤 영화보다 짠했다. 영상물 마지막에 "우리는 모두 어르신을 기억하겠습니다"란 메시지는 어떤 명언보다 감동적이었다.

남기영 어르신 지난 10년, 안성복지관 같은 이웃이 있어 행복했다며 눈시울을 붉히던 남기영 할머니(81세). 지난 10년 동안 안성복지관이 얼마나 할머니에게 소중한 이웃이었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 남기영 어르신 지난 10년, 안성복지관 같은 이웃이 있어 행복했다며 눈시울을 붉히던 남기영 할머니(81세). 지난 10년 동안 안성복지관이 얼마나 할머니에게 소중한 이웃이었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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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힘이었다는 팔순 어르신의 고백

복지관 이용자 대표로 나선 남기영 독거어르신(81)은 감사의 편지를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 나갔다.

"(내겐) 이웃이 힘이었습니다. 이웃이 가족이었습니다. 이웃사촌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남기영 할머니는 중간 중간에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지난 시절 복지관 같은 이웃이 있음을 떠올리는 듯했다. 호호백발과 깊게 패인 주름은 그 할머니의 고마움이 얼마나 진한지 말해주고 있다. 특히 '이웃'이란 단어를 말할 땐 눈물이 복받치는 듯했다. 복지관의 지난 10년이 적어도 그 할머니에겐 얼마나 좋은 이웃이 되었는지 알 만한 대목이다.

남기영 어르신의 10년 지기 이웃들이 소개되는 시간이다. 10년 근속 자원봉사자에 '김춘성, 이문자, 김영자, 김옥명' 등 네 명이 호명되었다. 10년 근속 직원엔 김활란 관장 외 4명(심상원, 임선희, 박해림, 황순덕)이 불려졌다. 10년 근속 이용자엔 고재호 어르신 외 19명이 거명되었다.

청중들 이날 행사장에 모인 청중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군데군데 이날이 잔치라는 걸 알려주는 장식이 눈에 띈다.
▲ 청중들 이날 행사장에 모인 청중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군데군데 이날이 잔치라는 걸 알려주는 장식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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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던 곳에 길을 만든 복지관 10년

기념사에 나선 구자영 복지관 이사장은 "길이 없던 곳에 길을 만들려고 지난 10년을 애썼다"며 복지관 10년을 정의했다. "길이 없던 곳에 길을 만들었다"는 구자영 이사장의 말은 사실이다. 대도시라면 복지관 10주년 기념식이 뭐 그리 대단할까. 하지만, 농촌도시 안성에선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다.

2001년 11월 1일, 복지관이 개관할 때만 해도 안성엔 복지관이 전무했다. 뿐만 아니라 이용시설도 거의 전무했다. 그런 곳에 복지관이 생겨나 10돌을 맞이했다. 이어서 "여러 사람의 손길이 오늘의 복지관을 만들었다"며 도움의 손길을 준 사람들을 일일이 거명했다. 입구에 서있던 두 개의 명단 현수막과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촛불 케이크 안성시장,국회의원, 안성시회 의장 등 내빈들이 단상에서 촛불 케이크 10개를 들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이란 노래와 자막이 흐르면서 잠시 후에 각 테이블로 10주년 기념 케이크 촛불이 배달되었다. 10년의 기쁨을 이웃 모두와 함께 나누겠다는 복지관의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다.
▲ 촛불 케이크 안성시장,국회의원, 안성시회 의장 등 내빈들이 단상에서 촛불 케이크 10개를 들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이란 노래와 자막이 흐르면서 잠시 후에 각 테이블로 10주년 기념 케이크 촛불이 배달되었다. 10년의 기쁨을 이웃 모두와 함께 나누겠다는 복지관의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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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행사보다 뒤풀이를 기다렸다(?)

10주년 기념식 케이크 절단의 순간이 왔다. 당연히 몇 단의 큰 케이크가 등장할 줄 알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단상에 선 10명의 사람에게 조그만 촛불 케이크 10개가 주어졌다. 그 사람들은 각 테이블로 갔다. 각 테이블에서 촛불 소화가 이루어졌다. 기쁨의 순간을 객석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식순이 끝났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이다. 원래 본행사보다 뒤풀이가 훨씬 신난다는 걸 어르신들은 체험으로 알고 있다. 거기다가 상품까지 준다는 진행자 박찬수씨의 멘트에 귀가 번쩍인다.

뒤풀이 지금은 기념식이 끝난 후 뒤풀이 레크리에이션을 하는 중이다. 조금 전 엄숙했던 어르신들은 없고, 마냥 즐거운 소녀들만 있는 듯했다. 본 행사보다 뒤풀이가 즐겁다는 걸 어르신들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 뒤풀이 지금은 기념식이 끝난 후 뒤풀이 레크리에이션을 하는 중이다. 조금 전 엄숙했던 어르신들은 없고, 마냥 즐거운 소녀들만 있는 듯했다. 본 행사보다 뒤풀이가 즐겁다는 걸 어르신들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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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엄숙했던 어르신들은 온 데 간 데 없다. 서로의 어깨를 주무르며 웃는다. 환호성을 지른다. 박수를 친다. 애교를 떤다. 익살을 부린다. 한마디로 엔도르핀이 팍팍 도는 시간이다. 어쩌면 그들은 이 시간을 위해 기다린 듯했다. 그들은 한참 동안 그렇게 뒤풀이를 즐겼다.

모든 순서가 끝났다. 사람들이 빠져 나간 자리에 복지관 식구들이 모여들었다. 뒷정리 시간이다. 남들이 먹다 남은 귤, 떡 음료수를 일일이 치운다. 어느 누구도 찡그리는 직원이 없다. 농담을 건네며, 서로를 격려하며 신나게 뒷정리를 한다. 복지관의 저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만했다.

이날 행사는 퍽퍽한 세상에서도 '이웃'이라는 소중한 존재가 우리 곁에 있다는 걸 깨우쳐주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청소 중 모두가 빠져 나간 자리에 복지관 식구들이 뒷 청소를 하고 있다. 먹다 남은 음식을 치우면서도 그들은 시종일관 농담하고 떠들며 청소를 해치워 냈다. 그들의 섬김이 복지관의 저력임을 들여다 볼 수 있다.
▲ 청소 중 모두가 빠져 나간 자리에 복지관 식구들이 뒷 청소를 하고 있다. 먹다 남은 음식을 치우면서도 그들은 시종일관 농담하고 떠들며 청소를 해치워 냈다. 그들의 섬김이 복지관의 저력임을 들여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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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안성종합사회복지관 http://www.acwc.or.kr/ 031-671-0631



#안성종합사회복지관#안성복지관#김활란#안성복지관 10주년#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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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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