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계성고등학교 옆 서문시장 주 출입구의 풍경
 계성고등학교 옆 서문시장 주 출입구의 풍경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시장이라면 대구도 할 말이 있다. 서문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전국 3대시장에 들었던 서문시장,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충분히 관광객을 초대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넓고, 상품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오가는 인파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광이 되는 '명소'이다.

서문시장은 대구의 3.1운동이 시작되었던 곳이라는 역사성도 자랑한다. 1919년 3월 8일, 서문시장 장날을 택해 계성학교 교사와 학생들을 필두로 대구 민중들은 이곳에서 "대한독립만세"를 목청껏 외쳤다. 서문시장과 계성학교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사이인 만큼 만세운동에 쓰일 용구를 이동하는 데에도 용이점이 있고, 거대시장의 장날이니 저절로 인파가 모여드는 장점까지 생각할 때 이곳은 만세운동을 벌이기에 아주 적합했던 것이다.

대구 중구 약령시 골목 풍경
 대구 중구 약령시 골목 풍경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대구가 자랑할 만한 시장은 또 있다. 흔히 약전골목이라 부르는 약령시가 바로 그곳이다. 세계적 한약재 시장인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그리고 가장 오래된 약령시라는 역사성도 가지고 있다. 골목에 들어서면 한약 내음에 취해 저절로 건강해지는 듯한 기분까지 샘솟는, 다른 곳에서는 결코 체험할 수 없는 특별한 답사지이다.

특히 약령시 중심부에 있는 한의약문화관은 반드시 찾아볼 필수 답사지이다. 문화관은 한약재의 생산, 가공 등 모든 과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약령시의 역사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게다가 답사자의 체질에 맞는 건강유지법까지 가르쳐준다. 또 건물 1층에 한약 도매시장까지 거느리고 있으니 답사자들에게 이보다 더 이상 편의를 제공하는 실내 답사지는 아마 없을 것이다.

약령시 중심의 한의약전시관 내부 풍경
 약령시 중심의 한의약전시관 내부 풍경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그 외에 대구의 큰 시장으로는 북구의 칠성시장을 들 수 있다. 칠성시장은 서문시장에 이어 대구 제2의 큰 시장인데, 과일 채소 어물 닭고기 등이 주로 거래된다. 그런가 하면, 서부정류장 옆의 관문시장도 고령군과 달성군 사람들이 드나드는 '관문'에 위치한 시장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제법 살아있는 시장이다.

특이한 곳으로는 달성공원과 대구역 옆의 '번개시장'을 들 수 있다. 이 시장들은 새벽에 번개처럼 반짝 형성되었다가 아침이면 사라진다. 특히 대구역의 번개시장은 한때 칠곡군 영천군 등지의 사람들까지 새벽 기차를 타고 와서 이용했던 대단한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만한 영광은 잃은 지 이미 오래되었다. 다만 낮에도 문을 연 상점들이 드문드문 있어 답사의 재미는 쏠쏠하게 안겨준다.

달성공원의 새벽시장은 지금도 컴컴한 어둠 속에서 번개처럼 반짝 펼쳐졌다가 아침해와 더불어 사라진다. 선거철만 되면 각종 후보들이 물밀듯이 찾아와 가난한 상인들의 손을 붙잡고는 "나도 가난한 농민의 아들"이라는 둥 "서민이 서민의 마음을 잘 안다"는 둥 흰소리를 늘어놓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환한 대낮이 되면 상인들도 후보들도 해를 맞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갈 곳 없는(?) '어르신'들만 가득한 야외 양로원으로 변한다.

아이들과 함께 서문시장과 약전골목으로!

달성공원과 대구역 옆의 쇠락한 '번개' 사장들을 대구의 대표 시장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타지인이나 외국인들을 그리로 안내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역시 약전골목과 서문시장이 제일이다. 우리나라 최고 최대의 약령시를 거느린 약전골목이라면 충분히 대구의 '얼굴' 역할을 할 수 있다. 여전히 전국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재래시장인 서문시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선 대구시민들부터 서문시장과 약전골목을 사랑해야겠다. 약전골목과 서문시장 사이의 길은 '3.1운동로'로서 상화고택, 서상돈고택, 선교사주택, 박태준 노래비, 국가사적인 계산성당, 유형문화재인 제일교회, 한강 이남 최초의 서양식 2층 교사(校舍)인 계성학교의 3.1운동비 등도 거느리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것을 아끼고 존중해야 남들도 대구의 역사와 문화재를 존중해줄 것이다. 두 곳 모두 역사적 답사지로서도 가치가 뛰어나니 아이들과 함께 자주 이곳을 찾자. 약전골목과 서문시장,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와는 견줄 수 없는 '교육 기관'임에 틀림이 없다.

달성공원 정문 화단과 담장 주위에 '어르신'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달성공원 정문 화단과 담장 주위에 '어르신'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태그:#서문시장, #약령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