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선관위는 박주영을 긴급체포하라. 오늘 같은 날 10번 달고 1번 골키퍼를 재끼다니 너무 노골적 선거운동 아닌가?"(@koilung)

 

서울시장 보궐선거 날인 26일 트위터를 뜨겁게 달군 글이다. 마침 이날 새벽 박주영 선수(아스날)가 터뜨린 영국 프리미어리그 데뷔 골과 후보자 기호를 절묘하게 엮어 선관위의 낡은 잣대를 조롱한 것이다.

 

트위터 위력 커져... '인증샷 지침'마저 무력화 

 

투표를 '축제'로 승화시킨 젊은 유권자들 앞에 선관위도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이번 10.26 재보궐선거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활용한 선거 운동과 누리꾼 참여가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수십 만 명에 불과했던 트위터 사용자도 1년여 만에 400만 명으로 늘었고 대선 못지않게 사회적 관심과 집중도가 높았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트위터가 가장 빛을 발한 건 역시 투표 당일이었다. 어느새 새로운 선거 문화로 자리 잡은 '투표 인증샷'을 통한 투표 독려는 퇴근길 직장인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평일 투표율을 50% 가까이 끌어 올렸다.      

 

반면 선관위는 누리꾼과 대결에서 참패했다. 트위터를 투표 독려 수단보다 규제 대상으로 여긴 대가였다. 서울시 선관위(@seoul1390)에서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선거법 위반을 '경고'할 목적으로 만든 @cyber_1390란 계정이 본사에서 사용 정지당한 것도 SNS의 자정 작용을 제대로 이해 못한 탓이다.

 

하지만 선관위는 지난 14일과 21일 트위터 이용자 7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가 하면 투표일을 이틀 앞둔 24일엔 유명인 인증샷 등을 제한하는 '선거일 투표 인증샷에 대한 10문 10답'을 발표해 누리꾼 비난을 자처했다. 이에 방송인 김제동은 안경을 벗고 얼굴 일부를 가린 채 찍은 투표 인증샷을 남기며 이런 선관위 방침을 비꼬았다.

 

'트위터 후광' 박원순, 젊은층 높은 투표율로 이어져

 

선거 기간 '소셜 분석'을 시도했던 트윗믹스(http://tweetmix.net/issue/1026)는 투표 당일 '투표'를 언급했거나 투표 인증샷을 올린 트위터 글들을 실시간 중계했다. 투표를 시작한 새벽 6시를 시작으로 투표 종료시까지 매시간 5000건 안팎의 투표 관련 트윗글이 올라왔고 대부분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토종 SNS도 가세했다. 스마트폰용 위치 기반 SNS인 '아임IN'은 투표를 한 뒤 '발도장'을 남긴 사용자들에게 '세상을 바꾸는 한 표'라는 사이버 '배지'를 달아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젊은 층 투표를 장려하려 게임 요소를 가미한 이번 이벤트에는 이날 하루 4400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기꺼이 동참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때도 '포스퀘어'란 위치기반 SNS업체가 투표 장소에서 '체크인'한 이용자에게 'I Voted(투표했습니다)'란 배지를 달아준 것을 본 딴 것이다.

 

선거 기간에도 SNS는 누리꾼들의 여론 형성을 주도했다. 소셜메트릭스, 트윗믹스, 씨날 등 소셜 분석 결과를 보면 후보자를 언급한 트윗 숫자는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거나 오히려 나 후보가 앞섰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나 후보에 대한 부정적 내용이 많았고 트위터 여론은 시종일관 박 후보에 우호적이었다. 이는 투표 당일 젊은 층의 높은 투표율과 20~40대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어졌다.

 

 

선관위 '꼼수' 안 통해... SNS 규제 아닌 투표 독려 활용해야

     

이런 분위기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트위터 선거전에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한 정부여당의 반격도 시작됐다. 당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지난 20일 SNS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등을 심의하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사실상 정부 비판적인 트위터 글이나 '나는 꼼수다'와 같은  팟캐스트를 겨냥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이미 트위터 계정이 이명박 대통령을 욕하는 내용이란 이유로 @2MB18nomA 국내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공권력의 낡은 잣대 앞에 누리꾼들이 쉽게 위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예전 같으면 공직선거법을 앞세운 선관위 엄포만으로도 '입막음' 효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누리꾼은 이마저 풍자와 놀이로 승화시켰다. 선관위 역시 모처럼 정치 무관심에서 벗어난 젊은 층을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때다.


태그:#트위터, #서울시장보궐선거, #박원순, #나경원, #SNS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4,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