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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가 TV 특강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 방송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김용옥 원광대 석좌교수가 EBS 방송 퇴출에 항의하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EBS가 TV 특강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 방송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김용옥 원광대 석좌교수가 EBS 방송 퇴출에 항의하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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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지혜의 古典(고전) 조차 강의 못하게 하는 사회. 이 땅의 깨인 사람들아! 모두 투표장으로 가시요!"

하얀 색 도포차림에 검은색 털모자와 목도리. 도올 김용옥 원광대 석좌교수가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26일 광화문 광장에 나타났다.

지난 25일, 김 교수는 EBS 측으로부터 9월부터 진행해 온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이하 <중용>)> 특강을 18회로 조기종영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초 36부작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중용>은 현재 24회까지 녹화를 마친 상태다. EBS 측은 조기종영 검토 이유로 '거친 표현과 특정 종교에 대한 비방'을 들었다.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김 교수는 EBS 측의 이러한 주장을 "엉뚱한 변명"이라고 일축했다. 김 교수는 "어떤 방송사도 이 정권 하에서 나하고 프로그램을 하겠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을 때 '이 시대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면서 프로그램을 먼저 제안했던 방송사가 EBS"라면서 "시청률도 높았고 광고도 많이 붙었고 EBS 사장도 '완주하자'는 의사를 전한 바 있다, EBS가 이렇게 무리수를 둘 정도라면 그런 압력을 가할 사람이 이 사회에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외압설'을 제기한 것이다. 김 교수는 "더 이상 압력을 버틸 수 없다"는 EBS 측 관계자의 말도 함께 전했다. EBS 측은 '외압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이번 '퇴출'에 대해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에서 시민들을 위해서 변론을 하고 진리를 깨우치고 사는 사람인데, '당신 아테네에서 존재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죽으라는 이야기"라면서 "단군이래, 인류의 지혜에 대한 이러한 모독은 없었을 것"이라고 격노했다.

이어 "이번 강의는 고전에 대한 모든 사랑을 담아서 집약적으로 추상적으로 포괄적으로 한 강의이지 특정한 정권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고전에 담긴 진리만을 이야기했다"면서 "그런데 (현 정권은) 그 고전에 담긴 진리가 무서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2시간 여 동안 진행된 1인 시위 현장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방문했다. 김 교수와 손을 맞잡은 손 대표는 "내가 강의를 들었을 때, 물론 사회비판적인 것도 있었지만 지금 이 정치나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은 없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면서 "국회 차원에서 방송이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 보고, 정 안 되면 여기에 커다란 집회차를 갖다놓고 노상강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김 교수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단군 이래, 인류의 지혜에 대한 이러한 모독은 없었다"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김용옥 원광대 석좌교수가 EBS 방송 퇴출에 항의하며 1인 시위를 벌이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관심있게 쳐다보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김용옥 원광대 석좌교수가 EBS 방송 퇴출에 항의하며 1인 시위를 벌이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관심있게 쳐다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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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시위를 하게 된 이유는. 
"몇 천년동안 검증을 받은 고전에 대한 강연을 못하게 하니까... 나를 이렇게 길거리로 내쫓은 것 아니냐."

-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에 강연을 못하게 된 건가.
"EBS 어제(25일) 오후 3시에, 이전에 나한테 일체의 기색도 없었다. 물론 강연을 가위질 하는 권한은 EBS에 있었다. 계속 가위질 했지만 내가 다 수용을 했고 아무 이의 제기를 안 했고, 국민들이 이 강의를 사랑하니까 완주를 하자고 했다. (EBS) 사장도 완주하자는 의사를 전해왔고. 시청률도 높았고 광고도 많이 붙고 모든 사람들의 실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중요한 강의를 왜 어제 갑자기 오후 3시에 와서 '심의실의 돌이킬 수 없는 결정입니다', '내주 월화로 끝입니다', '이건 일방적인 통보입니다'.

(언성 높이며) 얼마나 화가 나요. 아무 상의도 없이 '당신 강의를 그만하시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에서 아테네 시민들을 위해서 변론을 하고 진리를 깨우치고 사는 사람인데, '당신 아테네에서 존재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건 나보고 죽으라는 이야기지. 사전에 어떤 협의를 한다거나 상의를 하는 게 아니고 '당신의 강의가 이 땅에 들려서는 아니 되오'. 이런, 이런, 천하의, 단군이래, 인류의 지혜에 대한 단군 이래 이러한 모독을 없었을 거다." 

- EBS 측에서는 김 교수가 방송에서 특정종교를 비방하거나 거친 표현을 써서 민원이 많이 제기됐다고 하던데.
"이 강의는 종교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제가 신학대학으로 출발한 한신대학교에서 그야말로 신학자들의 공증을 받아서, 제 강의실에도 우수한 신학자들이 와서 듣고 있다. 한국 신학계나 교계에서 제 강의에 대해 이의를 단 적이 없다. 이건 엉뚱한 변명을 하고 있는 거다."

- 일각에서는 '4대강 비판'이 문제가 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이라고 하는 것은, 비판적 지성이 아니면 그건 지성이 아니다. 저는 우리 사회 모든 문제에 대해서, 도덕적 해이가 심하고, 젊은이들이 뭐가 선이고 악인지 모르는 상황에 대해, 4대강 뿐만이 아니라 모든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을 해왔다. (언성 높이며) 4대강 왜 해요. 4대강 할 돈이 있으면 카네기처럼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을 3000개를 지으시오. 그 사람은 개인의 힘으로 그렇게 지었어요. 국민여러분들 판단해 보시라고. 4대강이 좋겠소, 우리나라 방방곡곡 공공도서관을 짓는 게 좋겠소. 그러한 비판에 대해 EBS가 이렇게 무리수를 둘 정도라면 그런 압력을 가할 사람이 이 사회에 어디 있나. 나도 몰라. 나도 몰라. 알아서 해석하라고."

"특정 정권에 대한 비판 없었다...진리가 무서운 것"

- 강의가 종결되는데 정부의 압력이 있다고 추측하시는 건가.
"정확하게 말씀을 드리면, EBS 측 말이, 나도 궁금해서 자꾸만 물었더니, '그동안 편지도 많이 쌓여있고 전화도 많이 왔기 때문에 그 쌓인 압력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했다. '그걸 나한테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말할 수 없습니다'. 외주제작 담당부장이 그렇게 말하더라.

나는 EBS를 비난할 생각이 없다. EBS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느 방송사도 이 정권 하에서 나하고 프로를 할 생각을 못하고 있을 때 (EBS에서) 그걸 하겠다고 한 것은 EBS 자체 내에 굉장히 건전한 세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이 시대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야 합니다' 그래서 거의 비밀 교섭을 했었다.

9월 초에 강의가 나가기 직전에야 비로소 사회적으로 공표를 했고, 마치 비밀작전을 한꺼번에 터트리는 것처럼 시작한 거라고. 그런데도 항상 제작진이 '외압이 두렵습니다' 그러더라고.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그래서 나도 소리 없이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시작을 한 거고. 그렇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부분을 양보하더라도 36강 계획해서 내년까지 가기로 돼있었다. 

이번 강의는 평생을 공부만 해온 사람으로서, 고전에 대한 모든 사랑을 담아서 집약적으로 추상적으로 포괄적으로 한 강의이지 특정한 정권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고전에 담긴 진리만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고전에 담긴 진리가 무서운 거다." 

- 지난 정권과 현재의 정권에서 EBS 분위기, 어떤 정도의 차이 느껴지나.
"현 정권이 계속 방송사에서 바른말 하는 사람들에게, <PD수첩>도 그렇고, 방송 못하게 해 온 게 사실이지만, EBS는 그래도 온건하게 양심적으로 차분하게 좋은 말을 하고 국민에게 교육방송으로서의 자세가 있는 방송인데 아주 옛날하고 비해서는 너무 힘들어하고 눈치를 보고 나한테 어려운 조건들을 제시하고 이런 걸 몸으로 느꼈다."

"노무현 정권에 이어 두 번째 1인 시위"

- '투표하라'고 피켓에 쓴 이유는.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국민이 투표장에 오면 불리해진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어느 시절, 어떤 이념을 가지더라도 국민이 투표장에 오는 걸 환영해야 그 사람이 이 나라를 다스릴 자격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투표 때만 되면 어떤 진영은 투표장에 안 가면 '할렐루야' 만세를 부르고, (투표장에) 오면 또 좋아하고 이런 것으로 나뉜다는 것이 뭔가 크게 잘못된 사회라는 거다. 누구에게 표를 던지든, 모든 국민이라면 투표장에 가야한다. 그것만을 나는 이야기하는 거다. 사상가로서."

- 1인 시위 처음인가.
"지난 번 노무현 정권 새만금 때도 했었다. 나는 어떤 편이 없는 사람이야. 노무현 대통령 하에서도 그렇게 항의를 했던 사람이고. 4대강도 새만금 사업을 했기 때문에 그런 업보가 계속되는 거다. 그런 짓을 막 하니까 국민들도 가치판단이 흐려지는 거다. 진보정권이 그런 일을 했으니까 진보고 보수고 없어지는 거다."
  
- 학생들에게 <나는 꼼수다>를 들으라고 제안했다고.
"<나꼼수> 같은 것도 우리 사회에서 발랄한 생명력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처음 들었을 때 상당히 감동을 했다. 순수하게. 이것은 우리 사회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러니까 내 강의 듣는 사람이라면 <나꼼수>도 들어라, 권유를 한 거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한 게, 서울에서라면 구태여 그런 말을 안 하는데, 그게 지방대학에서 강의를 했기 때문에, <나꼼수가> 뭔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나온 거다."

- 향후 대응계획은.
"뭐 대응이랄 게 있겠어요. 강의 못하게 하면 내 공부만 하는 거지."


태그:#도올, #김용옥, #중용,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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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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