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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 모임을 '희망대합창'이라고 불렀다

 

이름에 걸맞는 열기와 환호가 광화문 광장에 흘러 넘쳤습니다. 다른 행사를 부랴부랴 마무리하고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막 박원순 야권단일 서울시장 후보가 연설을 마치고 광장을 떠나려던 순간이었습니다.

 

넓은 광장과 도로 넘어 인도는 물론 맞은편 세종문화회관 계단 끝까지 가득찬 군중들이 현장을 떠나는 박 후보를 뜨겁게 환송하는 순간, 운이 좋게도 박 후보가 탑승하는 차량이 제 발 앞에 멈춰섰습니다. 후보를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려는 인파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에 떠밀려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연설을 한마디도 듣지 못한 지각생주제에 창 밖으로 내민 손을 잡고 악수를 나누는 행운을 맞볼 수 있었습니다.

 

어림잡아 1만 명은 족히 넘을 듯한 이 사람들(경찰 추산은 3천 명)은 무슨 희망을 찾아 이 자리가 차고 넘치도록 모여들었을까요?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억대 피부 클리닉을 받으며 서민을 이해한다고 하는 위선적인 후보와 진짜 서민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며 한 평생을 살아온 신실한 후보의 대결, 대한민국 1% 이하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뛰는 후보와 나머지 99%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보자는 특권층 후보와 보통사람 후보의 대결이며, 불의와 정의의 대결이란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으니까요.

 

이번 선거는 정의와 불의의 싸움

 

"억대 피부클리닉을 출입하는 특권층 중의 특권층인 나후보가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고 빚을 져야하는 서민의 심정을 알겠느냐"는 이정희 대표의 일갈이나, "정의가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야 말로 반드시 정의가 승리하는 것을 보고싶다"던 유시민 대표, 그리고 "이번 서울 시장선거 승리가 야권과 진보세력을 하나로 묶고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희망의 출발"이라던 손학규 대표의 발언들이 이어질 때 마다 관중들은 함성으로 공감을 표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모든 야권 대표가 한 자리에 선 장소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단합을 이루지 못하면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이 용납할 수 있겠느냐?"고 심상정 전 의원이 질문을 던지자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그 어떤 함성보다 크게 광장을 울렸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지난 민주세력 집권 10년간 분열과 반목으로 불의한 세력에게 감당할 수 없는 큰 권력을 넘겨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게 만들고 우리까지 불행해졌다는 자책과 회한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의 얼굴을 모두 볼 수는 없었지만, 위선과 거짖으로 가득한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 발언이 나올 때마다 마주치는 얼굴에서 분노를 읽을 수 있었으며, 민주세력의 단합과 희망이 언급될 때마다 결의와 희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한명숙 전 총리가 "우리는 이미 이기고 있지만 대충 이기면 안 된다. 그러면 홍준표 대표가 또 '사실상 우리가 이겼다'고 우길테니 이번에는 확실히 이기자"고 외치자 분위기는 고조에 달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연단에 서서 많은 말을 했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마치 축제를 즐기듯 모임은 그렇게 마무리 되어갑니다.

 

아, 요즘 장안의 화재라는 나꼼수가 등장한 얘기를 빠뜨릴 수 없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다른 출연진에게 마이크를 넘기지 않는 압재를 펼쳤는데요. 일본 자위대 축하행사에 참석한 나 후보가 "도쿄 시장 선거에 출마해야지 왜 남의 나라 시장선거에 출마하냐?"고 독설을 남길 때는 정말 통쾌했습니다. 사학법 저지 당시 나의원이 자신의 방을 찾은 이유도 "사실은 저(정봉주)의 치명적인 매력 때문이었을 것"이란 너스레도 그럴 듯했습니다. 나머지 출연진들은 단 한마디의 멘트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기만 했는데도, 그것으로 충분히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도 신선했습니다.

 

방송이나 기사 같은 보도를 통해 접하는 정치와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정치가 주는 감흥은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나꼼수의 당부를 마지막으로 전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야권 후보는 기호 2번이 아니라 기호 10번 이라는 것을 주변 어르신들께 널리 알려달라고 하시더군요. 2번에 잘못 기표한 무효표 때문에 당락이 갈리는 천추의 한을 남겨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 땅에 이제 겨우 연약한 뿌리를 내린 우리 민주주의가 정녕 잘 자라길 바라십니까?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서울시 유권자라면 오는 26일 <닥치고 투표>하세요.

그러면 희망이 생긴답니다.


태그:#박원순, #나꼼수,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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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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