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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바기오의 시장 필리핀의 바기오는 영어를 배우러 오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많은 도시다. 1500m 고지에 위취하기에 년평균 20도를 유지하는 아주 서늘한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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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15일까지 필리핀을 여행하였다. 필리핀 여행중에 느낀 점은 필리핀은 동양이면서도 간판이 알파벳 일색이라는 점이었다.  왜 동양 나라이면서 서양의 알파벳을 사용하는 것일까. 그들은 왜 서양말인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점들이 들었다.

필리핀은 따갈로그어와 영어가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따갈로그어는 루손섬에서 사용하는 그들의 표준언어다. 그리고 영어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영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 말이 많아서 그 들은 같은 국민이라도 말이 안 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언어가 이렇게 다양하게 사용하게 된 원인을 알아보기 위하여 그들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필리핀은 1521년에 스페인의 마젤란이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1898년 독립할 때까지 330여년이라는 긴 세월을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그 뒤로 미국과 스페인이 전쟁을 하여 미국이 승리하자 다시 미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다시 1942년에 일본군의 점령하에 있다가 1945년에 우리와 같이 해방을 맞았다.

이렇게 서구열강의 식민지배를 받으면서 그들의 언어가 역사만큼이나 상처를 받았던 것같다. 그래서 따갈로그어도 그들의 언어라고는 하지만 스페인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닐라에서 필리핀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를 해보면 그들의 영어를 잘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따갈로그어와 영어를 같이 쓰다 보니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필리핀은 정확한 영어를 쓰는 것도 아니고 따갈로그어를 쓰는 것도 아닌, 사실 언어가 혼란스러운 국가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말을 담는 그릇, 그들만의 고유문자가 없어서 이렇게 알파벳을 써야만 했는가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그들은 그들만의 고유문자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갈로그어를 기록했던 그들의 문자 '바이바인문자'는 식민지배 동안 스페인어와 영어에 밀려 지금은 사라진 문자라는 것이다. 그들의 바이바인문자를 보니 문자가 곡선을 이루며 참 아름다운 문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아름다운 문자가 사용되지 않고 기록으로만 존재한다니 세계문화유산으로서도 좀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월은 한글날이 있는 달이다. 그래서 우리말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도 영어를 중시하는 풍토 때문에 온갖 거리의 간판들이 영어말 투성이다. 우리 말들이 영어로 인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아파트 이름도 영어로 이름을 지어야 세련된다는 것인지 전부 국적을 알 수 없는 영어와 유럽어를 합성해서 만든 것도 있고 온갖 영어식 이름 때문에 나랏말이 설자리를 잃고 있는 추세다.

이런 때에 어떤 기성세대들은 다시 한자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디지털시대에 다시 한자를 혼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일까. 이해할 수가 없다. 경제학의 그레삼의 법칙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가 나랏말에서도 통용되는 것 같다. 한자를 혼용해서 쓰면 아름다운 우리말이 모두 사라져버릴 것이다.

사실 그동안의 한글전용정책으로 아름다운 우리말이 많이 살아나고 있다. 대학의 게시판에서 오전을 '이른'이라고 쓰고 오후를 '늦은'이라고 쓰는 것을 보았다. 그룹을 모둠이라고 쓰는 것도 보았다. 얼마나 대견한 우리의 젊은이들인가.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말이 조금씩 살아나는 이때에 한자를 같이 쓰자는 것은 우리말을 죽이자는 것과 같다.

우리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말과 글이다. 우리의 정서를 영어로 표현한다고 해보자. 아무리 잘 표현한다고 해도 우리말 같지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말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역시 우리글이다. 우리는 말을 잃어버린 필리핀과 같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하고 잘 다듬어 사용해서 우리 후손에게 잘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