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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다. 일주일에 한두 번쯤 찾아가는 가야산(497m) 오르막길이다. 겨울바람에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옷깃을 세우게 하는 기운이 느껴진다. 산길 오르는 길 따라 구절초, 쑥부쟁이, 미역취, 도라지모시대 등 가을꽃이 청초하게 다가온다. 곧 불어 닥칠 찬바람과 무서리에 힘없이 시들어 갈 것 생각하면 애착감이 더 가는 꽃들이다.

구절초
 구절초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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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모시대
 도라지모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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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이라고 말하면 합천 해인사를 품고 있는 그 가야산을 생각 많이 한다. 더욱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성철스님의 법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가야산의 호랑이 성철스님이 계셨던 산이라 그런 지도 모르겠다.

광양시와 인접한 순천시로 이사를 가게 된 모 지인은 "가야산을 두고 순천으로 이사 가기가 아쉽다"라고 한다. 또 모 지인은 "가야산만 잘 오르면 전국 어느 산 오르는 것도 문제없다"라고 이야기 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돌탑 쌓기 기인을 만나다

가야산 정상으로 오르다 보면 등산로를 따라 돌탑이 군데군데 쌓여져 있다. 하늘로 뾰족하게 솟은 돌탑에서는 여기저기 널브러진 평범한 돌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이 생겨난다. 어떤 바람이나 소원 소망들이 숨어 있을 것 같다. 김춘수님의 <꽃>의 시구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처럼 돌멩이가 형이상학적 의미로 다가 오는 것이다.

그런데 자주 보아왔던 돌탑이 무너졌다. 누군가 먼동이 트기도 전인데 돌탑을 쌓고 있다. 

"속상하지는 않으세요?"
"처음에는 누가 무너트리는지 잡아 따져볼 요량으로 숨어서 기다리고 했어요." 
"지금은 마음을 비웠습니다."
"무너뜨리는 사람이 있으면 쌓는 사람이 있어야죠. 평생사업입니다."

가야산 돌탑 쌓기
 가야산 돌탑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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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가꿈이 유용재(55)
 가야산 가꿈이 유용재(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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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을 무너뜨린 적이 수십 번이라 섭섭하고 화가 나겠지만 무너진 탑을 보고 초연하기만 하다. 한 시간여 무너진 돌을 추스르니 새로운 모습의 돌탑이 형태를 조금씩 들어난다. 유용재(남,55) 가야산 가꿈이다. 누가 붙여준 이름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가꿈이'를 자칭하였다고 한다. 이 곳 광양시 중마동 블로마을에서 태어나 가야산을 놀이터 삼아 줄곧 함께 살아온 산이라 누구보다도 애착을 더 느낀다고 한다.  

돌탑을 쌓다 보면 손톱이 깨지기는 예사이고 떨어진 돌덩이에 맞아 무릎이며 정강이에는 상처가 많다고 한다. 5~6미터 높이까지 크고 작을 돌을 어떻게 혼자 쌓아올렸을까 의심 반 신비스러운 마음 반이다. 

가야산 돌탑
 가야산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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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돌탑
 가야산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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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돌탑 쌓기 10여년 째, 벌써 80여개 넘은 돌탑이 등산길을 따라 쌓아져 있다. 이름이 없는 무명 탑도 있지만 탑에는 이름이 있다. '제철 무사고 발전 탑', '중소기업 발전 탑', '장수 탑', '전남 드레곤즈 탑', '대한민국축구 발전 탑', '시민발전 탑', '광양 잉꼬부부 탑', '무병 탑', '장수 탑' 등 인간의 행복추구에 관한 탑은 모두 있는 것 같다. 돌탑 하나에는 그 의미와 기원이 깃들여 있다.

앞으로  힘이 되는 한 가야산 주변에 돌탑을 쌓아 광양 시민의 행복을 기원할 것이란다. 그가 돌탑 쌓기를 '평생사업'이라고 한 의미를 조금 알 것 같다. 11월이 가기 전에 '남북통일과 세계평화 탑'을 쌓을 예정이라고 한다.

가야산에도 둘레길이 있네

떡갈나무 잎은 푸름이 아직도 생생하다. 상록수도 아닌 게 가을햇살에 그 싱싱함을 더하는 것 같다. 녀석은 봄 새싹이 돋아 날 때까지 낙엽이 되지 않고 나뭇가지에서 붙어 한겨울을 보낸다. 나무에게도 모성이라는 게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겨울 찬바람에 서걱거리는 소리는 무슨 얘기를 하려는 아우성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 산을 다닌 지도 10여 년이 된 것 같다. 가야산에 쌓인 정은 단풍잎 고운 색깔만큼 물든 것 같다. 봄이면 히어리 꽃과 생강나무 꽃, 여름이면 털 중나리, 가을이면 구절초, 겨울에도 잠시 피웠다 지는 야생 꽃들이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기쁨을 준다. 운 좋은 날에는 딱따구리 같은 새들도 만날 수 있었다.

가야산 둘레길 안내
 가야산 둘레길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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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오로지 정상만 바라보고 오르던 길 중턱에 사잇길이 생겨났다. 호기심에 따라가보니 산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이다. 고개를 숙인 채 가픈 숨을 몰아쉬며 오르는 오르막길과는 또 다른 묘미를 준다.

주위 산새와 나무 식물들을 보면서 명상을 할 수 있어 좋다. 김형경의 심리에세이<사람풍경>은 여행을 통하여 사랑, 분노, 우울, 불안 등 기본적인 감정들과 선택된 생존법칙들 그리고 자기애, 자기존중 등 긍정적인 가치들을 심리학을 통하여 극복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편백나무 숲길
▲ 둘레길 편백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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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둘레길
 가야산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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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우울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20분 정도만 걷거나 달리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라앉고, 40분 정도 지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한 시간쯤 지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솟아오른다'고 했다.

길은 소통의 장소이기도 하다. 갈등과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때론 불교철학에서 말하는 무념무상(無念無想)같은 사회생활 속에서 번잡한 생각을 잊게 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둘레길 내기 기인'을 만나다

둘레길 내기 기인은 다름 아닌 유용재(남,55)님이다. 가야산을 오르며 10여년 돌쌓기를 하다 보니 둘레길 내기에 또 다른 흥미와 묘미를 느껴다고 한다. 지난해 1월부터 10개월여 동안 둘레길을 내가 시작했단다.

가야산은 사람들이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처녀림, 바위로 깎아지른 급경사지로 이루어진 야산이었다. 사전 청사진의 지도 없이 마음 닿는 대로 편한 길을 생각하면서 숲을 헤쳐 나갔다고 한다. 비좁은 나무사이와 바위사이를 마음 닿는 대로 한사람 걸을 수 있는 넓이로 만들었다.

1월 2월 달에 부는 겨울바람은 칼바람이다. 동이 트기 전에 산을 오른 적도 있다고 한다. 겨우 형태가 볼 수 있는 핸드폰 불빛을 이용하여 작업 할 괭이를 찾기 위해 5분여를 헤매다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하산 한 적도 있다. 일 욕심에 산 중턱 겨우 2센티미터를 파다가 찬바람에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통증에 하산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제주도<올레길>, 지리산<둘레길>, 관악산<둘레길>, 북한산<둘레길> 등 건강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둘레길이 생겨났다. 자연스런 현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유용재 가야산 가꿈이가 길을 낸 광양 가야산<둘레길>도 빠지지 않은 건강 둘레길이다.

그런데 한사람이 길을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믿기지가 않는다. 둘레 길을 만들어 가다 보면 숲과 바위가 가로막기 일쑤였다고 한다.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아래로 위로 때론 돌아서 길을 만들어 가는 흔적들이 역역하게 보인다. 자연이 허락해 준만큼만 길을 만들어 나갔다고 한다.

4킬로 여 미터 넘는 둘레 산길은 약 2시간 소요된다.
▲ 가야산 둘레길 GPS사진 4킬로 여 미터 넘는 둘레 산길은 약 2시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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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제1주차장에서 800여 미터를 오르면 둘레길로 갈 수 있는 입구가 보인다. 그리고 4킬로 여 미터 넘는 둘레 산길을 약 2시간 돌면 다시 처음 입구와 마주치게 된다. 광양시 마동, 광영동, 옥곡면, 중군동, 성황동을 한 바퀴 도는 셈이 된다.

왼쪽으로 돌아도 오른쪽으로 돌아도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둘레길, 시작과 끝이 같아 부담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길이다. 조금만 관심만 있으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 더욱 좋다. 그래도 산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유혹을 줄 수 있는 둘레길이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 다음블로그



태그:#둘레길, #가야산, #유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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