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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투표를 거부하는 운동으로 밥가를 부르는 어머니들
 나쁜투표를 거부하는 운동으로 밥가를 부르는 어머니들
ⓒ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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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한국이기에 정치권에서 교육에 대한 관심과 성과 '한 방'은 정치적 인지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학부모회'라는 조직적 유권자와 직접 상대하는 교육 분야는 과실이 굉장히 큽니다.

그러나 대권까지 꿈꾸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낙마시킨 것은, 일반자치와 교육자치가 맞선 서울시와 교육청의 불화였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왜 서울시장과 서울시 교육감이 교육정책을 가지고 싸우는지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서울 시민의 요구를 읽기 위해 당시 갈등 상황을 재조명해보겠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은 경쟁과 인재를 앞세우며 협동과 복지를 내세운 곽노현 교육감과 막다른 대결구조로 갔습니다. 교육철학이 달랐던 것입니다. 오시장은 무상급식을 복지포퓰리즘이라고 주민투표까지 감행해가면서 대립했습니다.

서울시가 서울시교육청에 국고에서 주는 돈은 연 2조 3천억 원입니다. 이외에 비법정전입금으로 조례상 전출금 800억 원, 보조금 700억 원으로 총 1400억원 정도 됩니다. 서울교육을 쥐고 흔들 만하지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원하는 교육지원경비는 조례상 쓰임이 한정되어 있으나, 문제는 지지자 혹은 지지를 받고 싶은 이들에게 사용되는 돈의 액수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이외에도 25개 기초자치단체가 1700억 원 정도를 지출합니다. 총 3000억 원 정도 되는 돈이 교육 분야로 흘러들어 옵니다. 이 돈들은 차기 선거를 위한 세금으로 우리 주머니에서 나와서 눈먼 돈처럼 서울학교들 사이를 떠돌아다닙니다. 학부모와 교장이 지자체장에게 손을 벌리는 이유입니다. 물론 교육경비지원심의회가 있다고는 하나 정착하지 못한 현실입니다.

오 시장의 서울시 교육지원사업은 자못 화려합니다. 오 시장은 의욕적으로 서울시 직제개편을 통해 서울시 자체의 교육지원전담 부서인 교육협력국 직제를 만들었습니다. 처음 서울시 직제개편안은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서울시의회에서 부결되었다가 이후 통과되었습니다. 그만큼 교육협력국을 둘러싸고 시의회에서는 논란이 심했습니다.

1국은 보통 4개과로 이루어졌으나, 교육협력국은 미니국으로 3개과에 40여명이 근무 합니다. 서울시 교육협력국은 4년간 3천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교육지원 4개년 계획'을 마련해 교육격차 해소와 우수인재 양성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울시 교육관련 조례를 살펴보면 관할 사업이 매우 포괄적이어서 교육청 사업과 관련된 거의 모든 교육 부분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미니 서울시 교육청'같습니다. 주요사업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교육격차 해소사업, 열악한 교육환경의 개선사업,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우수인재 양성사업, 자치구 단위로 시행하기 어려운 교육사업, 그 밖에 시장이 교육지원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등'이라 조례에 명시되어있습니다. 이러한 포괄적인 서울시 교육 사업은 서울시 교육청 사업과 중복되어 교육자치정신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교육감과 시장의 갈등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10년 지자체 선거가 끝난 후 지난 1년 동안 서울시의 교육지원 사업은 얼핏 보기에도 복잡합니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방과 후 학교 활성화 및 저소득층 수강료 지원 사업, 영어 원어민교사 지원사업, 3무 사업(학습준비물, 학교폭력, 사교육비없애기)지원 등 입니다.

일부 사업들이 시급하기도 하지만 대상이 일부인데다가, 지원기준의 일관성이 결여되고,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져 전시적일 뿐 정치적 변화에 흔들리기도 쉽습니다. 3무 사업(준비물사업, 폭력예방사업, 사교육 없애기 사업)처럼 어떤 사업은 지나치게 교육과정을 깊이 들어가 있고, 무상급식 사업은 교육청과 서울시 갈등의 날을 예리하게 세우게 만드는 사업들입니다.

무상급식 논쟁, 나쁜투표 운동 그리고 오세훈 시장의 퇴진까지 지리한 싸움이 이어지면서 저는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은 트로이의 황금사과 생각이 났습니다. 트로이의 황금사과에는 무지와 탐욕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전쟁의 신이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 받치는 그것은 분쟁의 시발점이 됩니다. 이는 황금사과의 주인이 분명치 않은데, 그것을 차지하는 자가 최고라는 찬사라는 듣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담의 사과가 지혜를 상징하고, 빌헬름 텔의 사과가 정의와 진리를 나타내며, 뉴톤의 사과는 과학의 발전을 알렸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한 입 베어 문 사과를 통해 다르게 생각하기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면 서울시의 황금사과는 어떤 의미가 될까요?

10월 보궐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후보인 나경원 후보도 교육에 3년간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나 후보는 오 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요? 교육을 이념과 정치에 종속시키고 그 교육성과를 따먹으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한 나 후보 교육지원사업의 미래도 밝지는 못합니다.

트로이의 싸움은 아픔을 남깁니다. 인류의 문화가 진일보했던 신화와 역사처럼 서울시의 교육정책도 이번 아픔을 통해서 교육자치에 대한 존중, 16개 시도 지자체 교육지원사업 정책에 관한 깨달음이 있었으면 합니다.

- 다음 편은 '박원순 대 나경원' 의 교육정책 비교입니다.


#오세훈 전시장의 서울시 교육정책#교육이라는 황금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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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ngo에서 일합니다 교육현안에대해 대중적 글쓰기를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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