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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내 귀여운 앱들이 다 어디 갔지?"

 

남보다 일찍 iOS5로 업데이트한 대가는 컸다. 새 아이튠즈가 꽉 차 있던 내 아이폰 메모리까지 말끔히 정리해 준 거다. 덕분에 카카오톡을 비롯해 100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들과 아이팟 노래 수백 곡이 모두 사라졌다. 앞으로 아이메시지만 쓰라는 고 스티브 잡스의 계시일까?

 

iOS5 등장에 모바일 메신저-클라우드 업계 긴장?

 

아이메시지, 아이클라우드 등 무려 200여 개 기능이 추가됐다는 애플 모바일 운영체제 iOS5 등장에 모바일 메신저와 클라우드 관련 업체들이 바짝 긴장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과연 실제로 그럴까?

 

13일 우여곡절 끝에 업데이트를 끝낸 내 아이폰 3Gs와 아이패드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아이메시지'나 '아이클라우드' 버튼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고 앱들이 바둑판처럼 배열된 사용자 환경도 그대로였다. 아이패드에 전에 없던 '메시지' 버튼이 뜬 걸 보고야 이런 새 기능들이 곳곳에 뒤섞여 있으리란 걸 직감했다.

 

아이메시지는 기존 문자메시지(SMS) 속에 숨어있었다. '카카오톡'처럼 사용자들을 따로 모아놓지도 않았고 문자 입력창 바탕에 뜨는 'imessage'란 문구와 파란색 전송 버튼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 사람과 아이메시지를 할 수 있구나, 알 수 있었다. 20원짜리 단문메시지는 초록색 버튼으로 구분했다. 물론 와이파이를 이용하면 사진이나 동영상도 별도 과금 없이 보낼 수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등 애플 단말기 사용자들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는 걸 빼면 카카오톡 못지않은 '물건'이었다. 당장은 일반 문자메시지와 혼동되겠지만 SMS와 모바일 메신저의 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기존 업계에서 두려움을 느낄 만했다.

 

문자 메시지 속에 숨은 아이메시지, 물건이네

 

 

'아이클라우드' 역시 눈에 띄진 않았지만 그 존재감은 컸다. 우선 이메일, 연락처, 캘린더(일정)도 다른 애플 단말기는 물론 일반 PC와도 동기화가 가능했다. 또 아이폰에 '메모'하면 아이패드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젠 사진과 책갈피(즐겨찾기), 애플리케이션 목록도 5GB(기가바이트) 한도 내에서 외부 서버에 저장해놓고 공유할 수 있다.

 

당장 '에버노트'나 유클라우드, N드라이브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들 사용 빈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카메라와 앨범 기능 개선도 사진 편집, 폴더 관리 등 카메라 관련 서비스에는 위협이 될 만 했다. 가족 사진, 행사 사진 등 폴더별로 사진을 정리할 수 있게 돼 굳이 1달러짜리 '사진 폴더' 앱을 살 필요가 없어졌고 사진 자르기, 회전, 적목 제거 등 기본적인 편집 기능도 추가했다.     

 

무엇보다 잠근 화면에서 홈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카메라' 버튼이 떠 바로 촬영 모드로 들어갈 수 있고 음량 올리기 버튼을 카메라 셔터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사진 촬영할 때 두 손가락으로 확대 축소를 할 수 있고 격자선 옵션도 구도 잡기에 편리했다.

 

 

애플도 구글 안드로이드-갤럭시S 베끼기?

 

위쪽에서 화면 아래로 손가락을 쓸어내리면 볼 수 있는 '알림센터' 기능은 HTC나 삼성에서 만든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환경을 빼 닮았다. 날씨와 주식 시황이 기본으로 떴고 최근 도착한 메시지와 이메일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서 중심 '아이북스'에서 신문, 잡지로 영역을 넓힌 '뉴스 가판대' 기능은 삼성 갤럭시S 시리즈의 뉴스 허브를 떠올렸다. <뉴욕타임즈>나 아이패드 전용신문 <더데일리> 같은 해외 유명 신문과 잡지를 '유료' 구독할 수 있는데 아직 한글 매체가 없어 국내 사용자에겐 유명무실했다. 다만 산발적인 미디어 앱들을 한 데 모아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 매체들에겐 좋은 기회였다. 

 

iOS5는 이처럼 전혀 새로운 기능을 만들기보다 기존 기능이나 앱 활용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기존 iOS에선 없던 기능을 단순히 보강해주던 앱들에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지만 나름 독창적인 기능이나 이미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앱이나 서비스들과는 상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실제 iOS5를 깔면서 사라진 100여개 앱들 가운데 가장 먼저 다시 설치한 것도 바로 카카오톡과 유클라우드, 에버노트처럼 평소 요긴하게 썼던 프로그램들이었다. 

 

아이메시지 등장에도 카카오톡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이통사나 운영체제, 단말기 종류를 넘나드는 폭넓은 사용자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아이메시지나 블랙베리처럼 자사 단말기에 기본 탑재하는 것도 모자라 카카오톡처럼 범용 사용자까리 노리는 삼성전자 '챗온'과는 그 마인드부터 다르다.  


태그:#아이메시지, #IOS5, #아이폰, #애플, #아이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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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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