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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7할 이상 채우면 술잔에 있던 모든 술이 밑으로 빠져 나가는 계영배. 공자는 평생 이 잔을 곁에 두고 과도함과 성급함을 조심하고 경계하였다고 한다. <64개의 통찰력> 148쪽, 소과(小過)괘에서 계영배가 언급되고 있다.
 술을 7할 이상 채우면 술잔에 있던 모든 술이 밑으로 빠져 나가는 계영배. 공자는 평생 이 잔을 곁에 두고 과도함과 성급함을 조심하고 경계하였다고 한다. <64개의 통찰력> 148쪽, 소과(小過)괘에서 계영배가 언급되고 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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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인 양과 음의 에너지로 꿈틀거린다. 양과 음의 지위는 평등하며 건전지의 플러스극에서 나간 전기를 마이너스극에서 받아들이듯이 서로 에너지를 교환하며 움직인다. 양이란 강하고 능동적이며 변화하고자 하는 힘이며 음은 편안하고 안락함을 추구하며 수용하고자 하는 힘이다." - 본문 18쪽

여성이 남성을 넘어 다니면 안 되는 이유

어렸을 때 고향 마을에는 금기사항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쩌면 다른 마을에서도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누나들에게는 엄청나게 분통터지는 강요며 차별이었을지 모르지만 여성들은 남성을 넘어 다녀서는 안됐습니다. 여성들은 배를 쭉 깔고 엎드려 있거나 되바라지게 발랑 누워있는 남성이 제아무리 꼬맹이라도 넘어 다니지 못했습니다. 여성이 남성을 넘어 다니는 행위는 불호령이 떨어질 만큼 있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이었습니다.  

웃어른들께 '여성이 남성을 넘어 다니면 왜 안 되느냐'고 물으면 '여성이 남성을 넘어 다니면 재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애매하게 얼버무렸습니다. 좀 더 자라 '남존여비'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막연하게나마 그것은 남존여비 사상에서 비롯된 '시대적 찌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좀 더 나이를 먹으며 그러한 금기는 '남존여비'에서 비롯된 막연한 금기가 아니라 '음양'으로 분명하게 설명되는 금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역에서는 남성과 불을 '양', 여성과 물을 '음'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물 위로는 불이 지나가도 대류현상으로 커다란 온도차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 위에서 물이 쏟아지면 불기가 줄어들거나 심하면 꺼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여성(물·음)이 남성(불·양)을 넘어 다니다 물(음)이 쏟아지기라도 하면 남성의 상징인 양기가 줄어들거나 꺼지기까지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음(물)인 여성이 양(불)인 남성을 넘어 다니는 걸 금기로 한 것'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주역(周易), 세 명의 성인이 합작해낸 인류의 걸작

<64개의 통찰력> 표지
 <64개의 통찰력> 표지
ⓒ 상상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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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에 대한 원리를 담은 주역(周易)은 최초의 고전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고전이다. 그 기원에 대해서는 지금으로부터 7천 년 전이라는 설과 5천 년 전이라는 설이 있는데 처음 책으로 엮은 것은 주나라 초기이다.

인류의 문명이 막 시작되었을 무렵 황하지역에는 전설의 용마와 거북이가 살았는데 그 등에 신비로운 문자를 지니고 있었다.

천체의 원리를 탐구하던 복희(伏羲)가 이 문양을 응용하여 팔괘(八卦)의 기초를 정리한다. 그 후에 상나라 말기 주문왕(周文王)이 감옥에 갇히자 자신에게 닥칠 불행의 원인을 살피는 과정에서 복희의 팔괘를 기초로 64괘를 완성한다.

이로써 주역이 세상에 탄생하지만 이를 경전으로 완성도 있게 마무리한 것은 춘추시대의 공자이다. 공자는 주문왕의 64괘를 상세히 설명하여 사람들이 길흉화복을 다스리고 군왕의 통치에 응용할 수 있도록 역전(易傳)을 저술한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주역은 고대 삼대의 시기에 걸쳐 세 명의 성인이 합작해낸 인류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 본문 프롤로그 7쪽

중국 전문 광고기획사 <인터페이스> 기획팀장으로 재직 중인 임선영 지음, <상상출판> 펴냄의 <64개의 통·찰·력>에서 본문에 앞선 프롤로그에서 주역을 설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64괘로 처방한 복합 처세술

<64개의 통·찰·력>은 주역 64괘에 대한 해설서이자 64괘에 담긴 철학과 지혜로 처방한 복합 처세술입니다. 이 책은 '주역의 64괘는 이런 내용'이라는 식의 단순한 번역이나 해설서가 아니라 저자의 일상으로 임상하고, 괘에 담긴 철학으로 처방한 흉화(凶禍)의 예방주사이며 길복(吉福)과 성공(成功)을 위한 처세서입니다.

저자는 주역 64괘를 저자가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 사는 이야기의 범위 내에서 분석하고 해석했습니다(물론 픽션, 논픽션 여부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때문에 고리타분하게만 생각됐던 고전에서 달착지근한 재미가 우러납니다. 읽는 재미만 달착지근한 게 아니라 삶을 건강하게 해줄 지혜도 복합영양제처럼 골고루 듬뿍 담겨 있습니다.

64괘 일람표 중 하경 34괘
 64괘 일람표 중 하경 34괘
ⓒ 상상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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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과 가정사, 연애(?)와 동창모임 등 많은 사람들이 '내 일, 내 생활'로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생활을 바탕으로 해 아무런 장애 없이 소화시킬 수 있는 설명들이 담겨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맨손으로 대업을 일군 영웅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하나는 따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묵묵히 도와준 이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한다는 점이다.

'감시'보다 '감사'할 수 있었기에 관우와 장비 같은 명장뿐만 아니라 목숨을 아끼지 않는 사기충천 백만 군대가 영웅을 수호했다. - 본문 101쪽

위는 사업이 탄탄대로였던 아버지에게 '아버지'라고 부라며 아부를 떨던 사람이 아버지의 사업이 메말라 갈 때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터득한 지혜를 64괘 중 임(臨)괘에 녹여 설명하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64개의 통·찰·력>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밑바탕으로 하여 다가오는 불행이나 화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예방책, 이미 닥쳐온 문제라면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지혜를 담고 있는 처세술 복합서입니다.

편집상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내용은 '지혜 강장제'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제외하고 나를 잘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욕심 부릴 필요 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행복해 지는 사람. 내가 상처를 받더라도 보호하고 감싸주고 싶은 사람. 나보다 충분히 강해서 내가 잘못 하더라도 돌아올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는 사람. 사람이 욕망이라고 생각하던 나를 믿음과 정의 깊은 바다로 데려다 준 사람. 같이 있으면 편해지는 사람. 멀리 있으면 그리워서 눈가가 촉촉이 젖어드는 사람. - 본문 316쪽

<64개의 통·찰·력>에서 맨 마지막, 64번째로 택(澤)괘를 설명하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하지만 책의 앞부분(14~15쪽)에 들어가 있는 주역 상경 하경 일람표에서는 택(澤)이라는 괘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일람표에 나오는 64괘와 64개의 설명을 하나하나 비교해 보니 중택태(重澤兌)에 대한 설명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태(兌)괘에 대한 설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수많은 글 중에서 발견되는 것이 오탈자임을 압니다. 그러면서도 굳이 '괘의 이름이 잘못  표기된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을 남기는 것은 십 수 개의 오탈자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모래알을 씹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차후에는 '모래알'들이 걸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생의 품격은 얼마나 많이 버느냐가 아닌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가에서 생겨난다. - 본문 317쪽

<64개의 통·찰·력>은 오탈자가 십 수 개나 되고, 편집과 구성에서 다소의 아쉬움이 있지만 내용만큼은 <카네기의 처세술>을 훨씬 능가하는, 가치와 방식이 딱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처세술을 담았다고 생각됩니다.

이 책은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상사 혹은 부하로 생활해야 하는 직장인 등 사회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모든 성인들에게 공통분모처럼 주어지는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키워드,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피로회복제, 성공을 담보해 주는 '지혜의 강장제'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64개의 통·찰·력>|임선영 지음|상상출판 펴냄|2011.10.1|13,800원



64개의 통찰력 -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주역의 지혜

임선영 지음, 상상출판(2011)


태그:#주역, #64개의 통찰력, #임선영, #상상출판, #64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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