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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입구.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위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입구.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위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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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현재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열풍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가카'로 대표되는 현 정권의 비도덕성이 화제다. 가카는 그러실 분이 아니라는 말로 마무리되는 현 정권과 그를 둘러싼 비리는 그들의 표현대로 소설이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이다.

현재 세계는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해 왔던 신자유주의가 더 이상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아니 지속해서는 안 된다는 99%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세계를 지배해왔던 달러 체계는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으며 자본주의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유럽의 유로 체계는 끝날지도 모른다고 자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상황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처방을 지나치게 충실하게 실천해온 나머지 양극화, 불평등, 사회불안정이 확대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카'의 부도덕함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청년층의 실업문제가 심각함에도 어떻게든 대학에 보내야 하는 부모는 등록금 때문에 고통 받고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상황에서 기본적인 생계유지도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노인층이 늘고 있다. 세계 1위라는 저출산율은 수조 원에 달하는 저출산예산을 쏟아 부어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미래가 불안정하고 현재의 삶이 고달픈 젊은이들이 출산파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나꼼수>에 대한 열광은 이러한 현실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차이점은 그 분노가 금융, 기업 등 자본이 아닌 현 정권과 그를 지지하는 보수세력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현 정권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보수층이 지나치게 한심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보수층 역시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치 영역에서는 국가의 이익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수층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 '전지적 가카시점'이라고 농담처럼 표현되는 현 정권의 행태는 국익, 보수 정당의 유지, 기본적 도덕성마저도 자산축적을 위해 내던지고 있다.

대표적 사건이 이번에 발생한 대통령 아들의 땅문제이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계속 발생하면서 상당히 무뎌진 국민 정서에도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다. 석연치 않은 과정을 통해 아들에게 불법적으로 증여를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국가 예산을 아들의 재산증식에 사용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상당히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곳곳에 보인다. 시장 재직시절 그린벨트를 해제했고 아들 소유 부지는 싸게, 국가 소유 부지는 비싸게 매입했다.

상식적 차원에서 국가 수장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너무나 공공연이 진행되는 데도 청와대와 집권여당에서는 정치적 의도로 문제삼는다며 명의만 이전하면 된다고 하고 있다. 조중동과 공중파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으며 대통령은 미국에 가서 한국은 시끄러운 사회라고 이야기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이야기에 국민들은 기가 막힐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적 분노가 현 정부를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류 언론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진실을 유쾌하게 까(!)대는 4명의 수다는 잘못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관점을 세우게 해주며 우리가 깨달아가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서울시장 단일화과정에서 보여줬던 서울시민의 적극적 참여는 김어준 총수의 책이름 "닥치고 정치!"의 현실적 표현이다. 국민들은 투표로 현 정권을 심판할 것을 다짐하고 있으며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아 가고 있다.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주의와 경제적 불평등에 분노하면서 시작된 미 뉴욕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Wall Street)' 운동이 조직력을 갖춘 노조와 시민단체 등의 가세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오후 로어 맨해튼 폴리스퀘어에 모인 1만5000여 명의 시위대.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주의와 경제적 불평등에 분노하면서 시작된 미 뉴욕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Wall Street)' 운동이 조직력을 갖춘 노조와 시민단체 등의 가세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오후 로어 맨해튼 폴리스퀘어에 모인 1만5000여 명의 시위대.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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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갈 필요가 있다. 투표를 통해 정치인 몇 명을 바꾸는 것은 쉬울 수 있다. 두 번의 민주정부 경험과 여러 번의 선거 승리는 바람이 불면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는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토대, 자본-보수정치집단-언론-사학재단으로 이어지는 강고한 커넥션에 균열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오히려 흔들림없이 날이 갈수록 튼튼해지고 있다.

이제는 광장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

삼성을 비롯한 재벌은 보수정당 비리의 뒷배경임에도 몸통을 드러내지 않는 세련함을 깨우쳤다. 청년실업과 대학서열로 인한 입시전쟁, 사교육 등은 중소기업의 질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아서이며 이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을 착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확충이 더딘 이유는 감세 때문이며 감세 해택은 대기업에게 집중되고 있다. 대기업 수출을 보호하기 위한 환율정책을 고물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대기업은 고용창출, 이익공유,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등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 주장했던 역할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어 가면서 사회의 부는 대기업에게 집중되고 있다. 보수정치인들은 그들의 이익을 철저히 대변하면서 떡고물을 챙기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그들과 한몸이 되고 있다. 현실의 이면을 보다 깊게 들여다 봐야 한다. 나꼼수에서 밝혀지는 기막힌 사실들의 이면에, 우리의 삶이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배경인 대기업과 금융자본에게 분노를 돌려야 한다.

월가에서 시작된 99%의 반란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 월가의 금융놀이에 희생된 청년들은 자본 전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들의 구호는 다양하다. 부자증세와 금융규제에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추모까지 다양한 주제가 다양한 목소리로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그 핵심 주장은 이제는 1%의 세력이 99%를 착취하는 세상을 그만 멈추자!" "다른 세상을 찾아보자!"이다. 이 젊은이들에게 대안이 무언지, 구체적 실현방도와 행동지침은 무언지를 묻는 것은 어리석어 보인다. 현실은 문제가 많고 무언가는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체가 의미있다.

우리도 인터넷만이 아닌 광장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의 광장은 촛불과 인터넷, 트위터, 페북이 넘쳐나는 온오프 혼합공간이다. 우리의 주장은 더 다양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정권교체로 표현되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무엇인지 정치인들에게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재벌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청년실업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신자유주의 이후의 대안은 무엇인지 이야기 해야 한다. 이것이 닥치고 정치!!이다.

아무튼 가카 덕분에 우리는 정치학습을 너무 열심히 하게 된 것 같다. 아마 Occupy 역시 'Occupy Seoul'이 제일 멋지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새사연 홈페이지에도 실린 글입니다.



태그:#99%, #경제위기, #이명박, #OCCU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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