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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인류가 편리를 위해 발명한 전기와 자동차 등은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가속 시키고 있다. 그로 인한 기상이변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는 열섬현상으로 더욱 뜨거워지고 생태계 균형까지 파괴되고 있는 현실이다. 또 토양면이 포장이나 건물 등으로 덮여서 빗물이 침투할 수 없는 불투수층의 땅은, 지하수위가 낮아져 수분이 거의 없이 말라가 미생물도 살 수 없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이런 여러 문제는 도시 생태성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켜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도시에 자연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보습력을 높이는 것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를 높이기 위해서 도심녹화와 습지의 이용방안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총 6회에 걸쳐 '도시의 보습력을 높여라-도시생태복원 프로젝트'를 주제로 다양한 사례들을 들며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청주시 흥덕구 산남3지구에 있는 원흥이방죽, 회색빛 콘크리트 숲 한 가운데 위치한 방죽은 도심열섬효과를 줄이는 동시에 인간과 자연이 공존 할 수 있는 자연생태 환경을 보여준다.
 청주시 흥덕구 산남3지구에 있는 원흥이방죽, 회색빛 콘크리트 숲 한 가운데 위치한 방죽은 도심열섬효과를 줄이는 동시에 인간과 자연이 공존 할 수 있는 자연생태 환경을 보여준다.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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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힘을 모으면 생태공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2003년 충북 청주 시민들이 택지개발로 사라져 갈 원흥이방죽을 지키기 위해 플래카드를 들었다. 결과는 승리였다.

원흥이마을 생태보존운동은 2003년 3월 청주시 흥덕구 산남3지구 내 원흥이방죽 일대에서 두꺼비 집단서식지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같은해 5월에는 알에서 깨어난 수만 마리의 새끼두꺼비가 수로를 따라 서식지인 구룡산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KBS를 통해 전국 TV에 방송되면서 원흥이방죽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환경운동가와 전문가, 시민들이 잇따라 원흥이방죽을 방문해 새끼두꺼비가 사투를 벌이며 이동하는 모습을 보며 방죽을 보전하자는 데 마음을 모았다. 

두꺼비서식지 보전을 목적으로 6월 원흥이생태문화보전시민대책위원회(원흥이대책위)가 발족되었다. 또 어머니자원교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탐방교육 등 자발적 참여방식을 통한 교육문화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그러나 12월 토지공사는 생태이동통로 조성을 골자로 하는 실효성 없는 두꺼비보전대책을 수립하고는 대화를 중단하게 된다.

한 시장, 생명과 환경 존중은 개발에 필연적 요소

두꺼비를 두고 개발하자는 쪽과 보전하는 쪽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착공을 앞둔 2004년 초, 원흥이대책위는 운동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조직을 재정비한다. 이들의 원흥이운동 목표는 33만2000평의 개발면적 중 두꺼비 핵심서식지 2만여 평을 보전(녹지대토 방식)함으로써 인근 구룡산 일대 공원과 연계하여 40만 평의 생태공원 조성하자는 것이었다. 같은 해 2월 공사착공에 대한 현장 저지 활동을 시작으로 원흥이운동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토지공사 측의 공사 강행을 실질적으로 저지하는 동력을 만들고자 시작한 △ 2004 원흥이 두꺼비 살리기 운동 선포 및 100인 행동단 결성을 비롯해 △ 원흥이 지키기 어머니, 어린이, 교사선언 및 두꺼비맞이 생명의 금줄치기 △ 청주지방법원, 검찰청사 앞 두꺼비서식지 이전반대 시민청원 및 100인 릴레이 1인시위 등을 이어간다. 그럼에도 토지공사는 4월 9일 새벽 5시 용역인부 160명을 동원해 도발적 공사를 시도한다.

이날은 시민들의 요구를 담아 '상생의 대안 및 지역사회 대합의'를 제시하기로 한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용역 인부들이 원흥이 방죽으로 접근하는 모든 길을 둘러막고 공사를 강행해서 유혈사태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이후 원흥이대책위는 17대 총선대응, 탐방축제, 상생의 대안 제시, 삼보일배, 토지공사 규탄 삭발식, 토지공사 점거농성, 성직자 단식농성, 1000인 시민행동단 발족식, 시민동원령 '청주시민 1000인 원흥이 껴안기', 법원 검찰청 앞 청주시민 60만배 등 다양한 활동들을 매우 긴박하게 펼쳤다. 

원흥이방죽을 생태탐방하기 위해 원근각지에서 원흥이마을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스님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공동대표 문규현 신부가 이끄는 탁발순례단을 비롯, 지율 스님과 환경운동연합 전국처장단 등 생명생태환경을 보존하려는 이들과 두꺼비를 만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원흥이방죽은 매년 3.4월이면 두꺼비들의 산란과 동시에 인근 구룡산으로 오르는 대이동이 시작된다.
 원흥이방죽은 매년 3.4월이면 두꺼비들의 산란과 동시에 인근 구룡산으로 오르는 대이동이 시작된다.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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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지역 내 시민사회운동역량 대부분이 합류하였으며, 원흥이대책위를 원흥이생명평화회의로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이들은 7월 '아름다운 양보'라는 이름으로 상생의 대안 최종안을 발표한다. 두꺼비 서식지 보전면적을 기존 2만여 평에서 1만2천여 평으로 축소함으로써 청주지방법원, 검찰청을 비롯한 모든 입주시설을 계획된 위치에 들어오게 하는 방안이다.

또 지금의 유승한내들 아파트 단지와 금성자동차학원 옆 근린공원의 위치를 바꾸고 청주지방검찰청 예정부지 1만여 평 중 습지 2천여 평을 보전하자는 것이다. 이 방안은 구룡산과 원흥이방죽을 연결하는 최소한의 두꺼비 생태공원을 조성할 수 있고 토지이용계획 변경도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으로 충분히 실현가능한 방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8월 초엔 '도지사역할검증프로그램'을 통해 토지공사와 3차 실무협의를 성사시켰으며, 9월 막바지 타결국면을 도출하기 위해 '반혁신규탄 충북도민행동'을 추진했다. 원흥이운동의 실마리가 풀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맹꽁이였다. 이들은 10월 국정감사장에 사절단을 파견, 토지공사의 입장변경을 촉구하였으며 금강유역환경청에 대해서는 허위 보고가 된 맹꽁이에 대해 정밀 재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이에 금강유역환경청은 전면 재수사 입장을 밝히게 되었고,

이는 향후 원흥이방죽 문제 타결의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꽉 막혔던 두꺼비살리기운동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결국 맹꽁이 재조사 요구와 여성시민활동가의 장기간 단식농성, 지역여론의 형성과 충북도의 중재 노력에 의해 토지공사는 원흥이방죽 타결안을 제시하여 11월 25일 △ 두꺼비서식지보전구역 부지 원형 유지 △ 대체산란지를 포함한 생태공원 조성 △ 원흥이방죽과 생태통로 연결부위 도로 채광 구조 설치 등이 적힌 '상생의 지역개발을 위한 합의문'에 전격 서명했다.

합의문은 향후 개발과 보전이 대립되는 상황에서 일방적 개발이 아닌 상생할 수 있는 개발방식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로써 원흥이의 대립은 일단락되었지만 도심 속 개발지구 내에서 어떻게 생태복원을 이루느냐는 또 다른 과제로 남았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당시를 회고하며 "정말 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를 내린 뒤 "환경운동의 한 획을 그었다는 의미도 크지만 개발을 주도하는 측에서도 결과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결국 생명과 환경의 존중이 앞으로 개발에 있어서 필연적인 요소이고 사업에 있어서도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두꺼비 살리기 운동 그 이후

두꺼비생태공원의 생태복원이 이뤄지고 난 뒤, 두꺼비의 주요 서식지가 구룡산에서 생태공원까지 확대, 다양화 되면서 두꺼비생태공원 내부에서 서식하는 성체 개체수가 증가했다. 또 2008년에는 소쩍새, 황조롱이, 원앙(이상 천연기념물), 왜가리, 직박구리, 참새 등 총 23종이 발견 조사되어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원흥이방죽 주변 갈대숲이 복원되면서 고라니, 너구리, 족제비와 두더지 등의 흔적이 발견되어 포유동물 은신처 및 먹이활동 공간이 되고 있다.

원흥이방죽 주변에 양서․파충류 개체수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 집중적으로 늘어난 양서류로 는 참개구리와 청개구리를 들 수 있다. 2007년에 확인되지 않았던 북방산개구리가 검찰청 대체습지 쪽에서 100개 이상 발견되었으며 그 외 한국산개구리, 청개구리, 도룡농이 조사됐다. 또 원흥이 방죽 내에서 황소개구리도 적은 개체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파충류로는 능구렁이, 유혈목이, 누룩뱀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보며 환경운동가들은 원흥이방죽은 두꺼비생태공원 1만2000평과 구룡산 38만 평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구역으로 보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원흥이 방죽 주변지역의 생태교란 요인이 많은 가운데 그나마 현재와 같은 생태계 복원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원흥이방죽에 대해 철저히 외부 간섭을 차단했기 때문이라는 것.

두꺼비 살리기 운동은 택지개발 사업의 중요 사례로 전국적으로 파급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 택지개발 사업지구 내 생태공원 조성이라는 사회적 의미 확산 △ 타 지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현장방문 △ 국내외 관련학과 대학교수, 환경전문가 등 연구를 위한 현장방문 △ 2007년 건설교통부 살고싶은도시만들기 우수사례 선정 등이 있다.

잠자리 한쌍이 원흥이방죽에 알을 낳기 위해 날고 있다. 이렇듯 도심에 습지가 있으면 자연적인 서식환경이 만들어진다.
 잠자리 한쌍이 원흥이방죽에 알을 낳기 위해 날고 있다. 이렇듯 도심에 습지가 있으면 자연적인 서식환경이 만들어진다.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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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원흥이마을 두꺼비 생태공원 사례는 △ 대구 망월지 두꺼비 집단 서식지 보전활동 △ 경기도 의왕 포일지구 두꺼비생태공원 조성 △ 서울 우면산 두꺼비 보호구역 지정 및 자연생태공원 조성 △ 울산시 울주군 두꺼비 보호 활동 △ 경기도 광명 안터생태공원 금개구리 보호 활동 등 타 지역 두꺼비 양서류 보전운동의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두꺼비 살리기 운동은 △ 산남3지구 두꺼비서식지인 구룡산의 정밀생태조사 과정에서 성화 2지구 맹꽁이 서식처 발견 △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하여 맹꽁이 서식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키로 하는 등 청주권 택지개발 사업지구 내 맹꽁이 생태공원 조성에도 영향을 줬다. 

원흥이마을 생태보존운동은 개발과 보전이라는 갈등사례를 합리적으로 해결한 환경운동사의 모범사례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 마을은 빗물저류시설, 빗물침투시설, 옥상녹화, 자연정화공법 도입 등 친환경 생태주거단지 모범 사례 지역으로 청주를 양서류인 두꺼비가 살아가는 생태도시, 녹색도시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으며 전국적인 탐방객 증가로 생태광관 차원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두꺼비 생태공원을 관리하고 있는 두꺼비생태문화관은 지난 2009년 환경부의 '자연생태복원 우수마을 지정'에 신청, 2010년 1월 4일 자연생태복원 우수마을로 지정 받았다. 자연생태복원 우수마을 지정제도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가치, 경관 및 녹지공간 확보, 친환경 생활양식, 주민활동, 지역문화 등을 평가해 환경부에서 지정하는 제도로 향후 자연보전활동비 및 자연환경보전 이용시설, 환경기초시설 등 환경분야에 대한 국고보조사업 추진 시 우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이들은 국토해양부에서 주최하는 '살고싶은 도시 만들기 2009 전국 도시대학 우수팀 통합 발표회'에서 대상인 국토해양부 장관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색(四色)으로 물드는 두꺼비 생태마을'을 주제로 물길, 녹지길, 사람길, 두꺼비길을 구역마다 정하고 이 4개의 길을 잘 연결하여 사람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환경친화적인 마을을 가꾸어 나간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삭막한 아파트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위한 공동체적 생활문화 조성을 위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두꺼비생태문화관은 매년 3월이 되면 두꺼비생태공원안내자 교육이 시작된다. 두꺼비생태공원 탐방안내를 하게 될 두꺼비생태공원안내자 교육과 더불어 푸름이 안내자 교육, 마을 길눈이 양성교육, 지역주민 생명강좌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교육프로그램과 함께 문화관과 공원 탐방안내도 진행된다. 두꺼비생태문화관에서는 주중에 진행하는 올챙이교실, 주말에 진행하는 두꺼비학교, 청개구리교실, 자연물로만들기, 방학에 진행하는 찾아가는 두꺼비학교, 세밀화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 대학생들의 국제워크캠프를 통해 자원봉사로 두꺼비생태공원에서 여름을 보냈고, 유네스코 한일교사대화팀이 방문해 도심 속에 만들어진 생태공원을 탐방했다. 필리핀 대학생자원봉사자들과 미국양서류 전문가 캐리 박사도 이곳을 방문해 양서류 보존 운동을 관심을 보였다. 캐리 박사는 개발에 밀려 삶터를 잃어가는 있는 생명들을 위해 자연을 지키는 일에 다같이 힘을 쏟아야 한다는 말로 경각심을 주었다.

이로써 두꺼비생태공원은 청주를 상징하는 녹색 환경의 대표적 공간으로, 두꺼비뿐만 아니라 국내 양서류를 보존하는 중심축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한편, 원흥이마을 사례는 '두꺼비와 아파트'라는 제목으로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아파트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 두꺼비 보호를 위해 아파트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 습지에 살고 있는 두꺼비로 역할을 나누어 토론해 보자는 내용이었다.
2003년 당시 원흥이방죽의 옛 모습.
 2003년 당시 원흥이방죽의 옛 모습.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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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원흥이방죽 살리기 ‘삼보일배’.
 2004년 원흥이방죽 살리기 ‘삼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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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산남3지구 택지개발공사
 2005년 산남3지구 택지개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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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완공된 원흥이생태공원.
 2009년 완공된 원흥이생태공원.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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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원흥이방죽, #생태공원, #도심습지, #충청리뷰, #산남3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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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분야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등 전방위적으로 관심이 있습니다만 문화와 종교면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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