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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의회가 4년 넘게 끌고온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차원의 통상절차법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 경제권과 FTA를 체결하고 발효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뒷북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1일 SBS 라디오에 나와, "우리 의회가 정부의 통상교섭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통상절차법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절차법은 정부가 외국과 중요한 통상조약을 맺거나 체결 과정에서 진행상황 등을 국회에 보고하고 검증받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연합 등 주요나라와 FTA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통상 관료가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국회가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남경필 "통상절차법 도입, 야당의 보완대책 요구 대폭 수용할 생각"

 

이 때문에 참여정부때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외교부의 통상독주를 막아야 한다며 통상절차법 제정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일부 야당의원들은 당시 국회에 통상절차법을 제출했지만, 심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남경필 위원장은 이날 통상절차법 도입에 대해, "개인적으로 오래전 부터 대안을 마련해 왔고, 정부와도 논의를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통상교섭권이 아예 의회에 있고, 의회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지만 우리는 헌법상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 통상교섭에 대해 전혀 보고도 받지 못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미FTA 비준안 국회 처리를 두고, 보완대책 등 야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미 한미FTA 10가지 재재협상과 2가지 보완책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통상절차법 제정은 보완책 요구 사안 가운데 하나다.

 

남 위원장은 "미국과의 재재협상이 아닌 범위 내에서 민주당과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중소상인 보호나 농가 피해 우려에 대한 야당의 요구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대폭 수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준안의 국회 상임위 처리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의 물리력 행사에 대해선 분명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주요경제권과 FTA 체결 다 해놓고, 이제와서 '통상절차법' 제정?

 

남경필 위원장의 통상절차법 도입 발언은 현재 계류중인 한미FTA 국회 비준 처리에 반대하는 야당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상절차법이 국회에서 마련되더라도 사실상 거대경제권인 미국, 유럽연합과의 FTA 발효 이후에 시행될 가능성이 커, 뒷북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참여정부때 미국과 유럽연합 등 FTA 협상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그렇게 통상절차법 제정을 이야기 했지만 전혀 듣지 않았다"면서 "이제라도 법을 만드는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주요 나라하고 FTA 체결 다 해놓고와서 뒤늦게 법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FTA의 맹목적인 비준을 밀어붙이는 반민주적인 한미 정상외교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범국본은 "협정문 독소조항에 대한 재검토도 하지 않고, 협정문 오역이나 이면합의 의혹 등에 대한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대로 협정문 비준을 강행하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태그:#한미FTA, #남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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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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