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

터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 ⓒ 터키축구협회

'마법사' 거스 히딩크 감독이 벼랑 끝에 몰렸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터키는 오는 12일(한국시간) 수도 이스탄불로 아제르바이잔을 불러들여 유로 2012 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터키는 현재 4승2무3패 승점 14점으로 독일, 벨기에의 뒤를 이어 A조 3위에 올라있다. 독일이 9전 전승을 거두면서 조 1위에게 주어지는 본선 직행 티켓은 이미 물건너갔지만 승점 1점 차이인 벨기에를 제치고 각조 2위가 맞붙는 플레이오프 진출권은 아직 노려볼 수 있다.

 

플레이오프라는 마지막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기를 이겨야만 한다. 아제르바이젠을 꺾고 승점 3점을 확보한 뒤 같은 날 맞붙는 독일과 벨기에의 경기에서 독일이 이겨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일단 상황은 유리하다. 지난달 아제르바이젠과의 원정경기에서 0-1로 덜미를 잡히긴 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터키가 앞선다. 또 다시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한 터키의 승리가 전망된다.

 

벨기에 역시 독일보다 한 수 아래다. 다만 이미 조 1위로 본선 진출권을 확보하면서 마땅한 동기부여가 없는 독일이 벨기에를 상대로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터키로서는 불안하다.

 

만약 터키가 아제르바이잔을 꺾은 뒤 벨기에가 독일에 패하거나 비긴다면 터키는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되지만 벨기에가 독일을 꺾는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히딩크 감독은 이미 본선 진출에 실패한다면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4년 전 똑같은 위기 이겨낸 히딩크, 이번에도?

 

히딩크 감독은 정확히 4년 전에도 똑같은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러시아는 유로 2008 예선에서 같은 조 2위 잉글랜드에 승점 2점 차이로 3위에 올라있었다.

 

안도라와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던 러시아는 승리하더라도 잉글랜드 역시 마지막 상대인 크로아티아를 꺾는다면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더구나 크로아티아는 조 1위를 확보하면서 잉글랜드와의 경기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러시아에 기적이 일어났다. 러시아는 안도라를 1-0으로 꺾었고 크로아티아가 홈구장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잉글랜드를 3-2로 물리친 것이다.

 

히딩크 감독의 '마법'이 통한 것인지, 아니면 당시 러시아 갑부 레오니드 페둔이 만약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를 이긴다면 가장 큰 활약을 펼친 선수 4명을 뽑아 벤츠 자동차를 선물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크로아티아 선수들을 자극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결국 러시아는 극적으로 유로 2008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히딩크 감독의 마법은 본선에서도 승승장구하며 러시아를 4강으로 이끌었다. 한국, 호주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세계적 명장이 된 히딩크 감독이 과연 4년 전 러시아처럼 이번에도 위기에 처한 터키 축구를 구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1.10.11 11:06 ⓒ 2011 OhmyNews
거스 히딩크 터키 유로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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