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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의 강대국 부상에 대비하여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대가인 미국 시카고대학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63) 교수가 외교안보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하여 이같이 주장했다. 그의 '현실주의적 사고'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언론들이 큰 관심을 갖고 9일 신라호텔에서 그를 만나 한미동맹, 한반도 통일, 북핵 문제 등에 대하여 질문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대하여 반론이 적지 않다.

먼저 한미동맹의 문제는 한국외교의 최대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몇 가지 측면에서 대립되고 있다. 하나는 미어샤이머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이 한미동맹에서 탈피하여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균형을 취해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위협, 한미동맹 강화만이 한국의 유일한 선택지"

미어샤이머 교수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은 동북아에 영토가 없고, 한국은 북한과 중국이라는 두 가지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고, "강력한 한·미 동맹은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한국의 대처를 보다 용이하게 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중국과 북한이 한 발 물러선 것도 미국이 군사적으로 한국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며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지 않는 것이 한국의 이해에 부합하고, 한·미 동맹의 약화는 미국으로서도 바보짓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중국은 향후 20~30년 후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고, 한국 문제에 개입하려 들 것"이며 "중국이 한국에 공세적으로 행동하게 될 때 한국으로선 미국에 의지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려 노력할 것"이며 "중국이 부상을 계속한다면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의 함정에 빠지고 대결고조로 평화통일은 사실상 불가능

미어샤이머 교수의 분석과 전략에 따라 한국이 대외정책을 펼친다면 한반도 및 동북아에 진정한 평화를 불가능하다. 늘 주변국들을 불신하며 전쟁의 가능성을 상정하고 끝없는 군비증강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세력균형이 최상의 방책이 될 수 있으며 오직 '차가운 평화(cold peace)'만이 존재할 뿐이다.

현실주의론자들은 한 나라의 대외정책은 주변국들이 어떠한 지도자가 등장하여 대외정책을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상정한다. 그리고 대외정책 결정의 판단기준은 철저한 국가이익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국이 전략적으로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에 동조하여 한미동맹을 강화한다면 국가 자율성을 훼손하는 또 다른 동맹의 함정에 빠질 것이다. 이는 한국외교의 강대국에 대한 종속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과 관련하여 미어샤이머 교수는 "한국은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통일을 원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하지만 북한을 완충지대로 유지하고 싶어 하는 중국이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예측 가능한 장래에는 한반도 통일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군이 38선 넘어 압록강까지 갈 수 있는 통일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남방3각 동맹을 추구한다면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를 아우르는 북방3각 동맹을 결성할 것으로 보여 동북아는 신 냉전체제 형성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통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어느 누구도 친미 또는 친중 정부가 한반도에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반도의 중립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의 실현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붕괴라는 급변사태를 상정하여 흡수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낭만적인 통일방식이고 또한 그 속에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통일은 누구의 말처럼 어느날 갑자기 '바람'처럼 나타날 것이라고 하지만 준비 없는 통일은 국가적, 민족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보다는 세력균형을 위한 분단의 유지가 최선의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견제하는 데 한반도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 없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전략적 충돌이라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남과 북의 분단을 장기화하고 미국은 남한, 중국은 북한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만들고 있다.

더구나 현실주의론자들은 이같은 한반도적 상황에서 북한은 국가안전을 위하여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것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런데도 미국과 중국은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하 6자회담에 동석하고 있다. 현실주의론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6자회담은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6자회담 무용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를 중심으로 한 현실주의론자들은 결국 힘에 의한 세력균형과 국가 생존이라는 동맹만 있지 국가 간의 평화협력은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이들은 "추악하고 위험한 것이 국제정치의 본질"이라고 가정하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평화협력으로 기후변화 등 지구적 문제 해결 불가피

그러나 21세기 기후변화 등 지구적 도전의 시기에 전통적 입장으로 접근하면 인류의 미래는 존재하기 않는다. 과거에는 국경을 중심으로 한 국가 간의 힘의 균형을 통한 생존전략이 중요했다. 그러나 21세기 국가의 문제는 주변국들의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 기후변화, 금융 및 재정위기, 테러 및 질병 등 지구적 차원의 도전들이다. 이들 문제들은 어느 한 나라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들의 평화협력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우리 한국이 21세기 통일과 평화번영을 국가의 핵심적, 전략적 목표로 한다면 냉전적 동맹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국가안보는 빈틈이 없어야 하겠지만 이것은 단순히 정치군사적 문제만 막는다고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문제, 문화적 문제, 환경적 문제 등 총제적 문제를 해결해야 지속 가능한 평화가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어샤이머 교수의 말을 경청할 필요는 있지만 그의 도그마에 빠져 그것이 진리인양 정책화한다면 국가의 평화미래는 오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 인류는 평화협력이 생존과 번영의 유일한 방안이라는 새로운 평화철학을 바탕으로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함께 살 수 있는 창조적 평화 법칙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의 미래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에 있는 만큼 한국의 신 평화외교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동북아 국가 간의 냉전적 대결주의를 버리고 협력적 상생평화주의에 입각한 평화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필자 장영권은 지금까지 인재교육, 공정언론, 경제정의, 참여자치, 생태환경, 정치개혁, 국가전략, 남북통일, 국제평화, 인류미래 등 소위 10대 국가혁신과제를 위해 활동하며 일관되게 대한민국의 항구적 평화미래를 모색해 왔습니다. 현재 한국평화미래연구소 대표이자 한국미래연대 대표인 장영권은 교육과 언론, 시민사회를 넘어 정치결사체를 통해 대한민국과 인류의 평화미래를 연구, 설계하고 이를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평화연구기관인 한국평화미래연구소는 “평화가 우리의 미래다”라는 기치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이론과 정책을 모색하는 네트워크형 싱크탱크입니다. 정치·외교, 경제, 상생평화, 사회문화통합분야의 국가전략 및 정책대안을 제시합니다. 홈페이지(www.ourkipf.org) 또는 전화(02-879-0707)로 회원 등록 및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새로운 평화의 길을 여는 한국평화미래연구소와 아름다운 동행을 간구합니다.



태그:#한미동맹, #한반도 평화, #북핵문제, #한반도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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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금 자연환경의 악화, 과학기술의 진화, 인간의식의 퇴화, 국가안보의 약화 등 4대 미래변화 패러다임의 도전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한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해결과 상생공영을 위한 ‘세계국가연합’ 창설을 주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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