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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티브잡스를 처음 만난 건 2010년 1월 아이폰을 통해서였다. "핸드폰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내 생각을 하루아침에 바꿔버린 아이폰3.

두 손가락을 꼼지락 거려 사진을 축소하고 확대하고, 친구에게 메일을 쓰고, 버스의 도착시간을 알려주고, 학교를 가는 두 시간 내내 인터넷과 현실감 넘치는 게임으로 한시도 나를 지루하게 두지 않았던 아이폰. 내 작은 손바닥 안에서, 영화에서나 보던 새로운 세계가 이뤄지고 있었다. 컴퓨터를 뛰어넘는 능력을 갖고 있는 내 아이폰3는 그야말로 능력자, 아니 능력폰이었다.

하지만 몇 달 후 새로 나온 아이폰4가 출시되었고, 선명한 해상도를 자랑하는 친구를 보며 나는 마냥 부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 케이스를 사기위해 온 동네를 다 뒤져 보아도 찾을 수 없어 졌을 때 즈음 나는 내 낡은 아이폰3가 지겨워져 갔다. 더 새로운 기술이 보고 싶어졌고, 더 선명한 해상도를 원하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부터 나는 쓰는 내내 아이폰 5만 나오기를 기다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인 6일 아침, 새 메시지를 알리는 카카오톡 소리에 눈을 떴다.

"스티브 잡스 사망했대."

잠이 확 깼다. 바로 전날 애플사에서 아이폰4S를 발표했고, 다음날인 6일 아침 그가 사망했다. 그렇게 그가 남기고 간 아이폰을 통해 난 그의 사망소식을 접했다. 그럼 내 아이폰5은?… 사실 스티브잡스의 사망 소식에 나는 애도보다는 이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가 그토록 기다려온 아이폰5는 이제 누가 만들지?

 고인이 된 스티브잡스
 고인이 된 스티브잡스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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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한국시간)에 있었던 그의 장례식. 그의 인성이 어떻고, 어떤 식으로 생을 살아 왔는지는 잘 모르지만 세계 각국의 많은 '애플빠'에게 자신의 유품을 남기고 간 그를 회상해 본다. 1년 반이란 시간동안 닳고, 닳아 여기저기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그 사이 어느새 정이 깊게 들어버린 내 애물단지 아이폰3는 그의 마지막 유품이 되었다.

미혼모의 아들에서 창립회사에서의 퇴출까지 우여곡절 끝에 이 시대 젊은이들의 아이콘이 된 스티브 잡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이 화제다.

"여러분이 진정으로 만족하는 유일한 길은 위대한 일이라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고,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여러분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일을 못 찾았다면, 계속 찾아라. 포기하지 말아라"

내 나이 현재 24. 그동안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여기저기 취업문턱을 넘어보려 애써봤지만 절망과 좌절을 맛봐야 했다. 계속되는 낙방 속에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자기소개서를 쓰고, 취업걱정에 주말에도 편할 날이 없다. 창고에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드는 일을 시작해서 애플의 CEO가 되기까지의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보며 나는 그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닮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취업에 연연하는 이런 내 삶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돌이켜 보니 지금 내 손에 들린 아이폰3는 단순한 기계가 아닌 스티브 잡스 일생의 혁신적인 도전이며 자신의 일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열정 그 자체인 것이다.

참 오랜만에 취업걱정 보다 내 진정한 삶과 후회 없는 삶을 살기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돌아보는 하루였다. 아이폰3는 단순히 기계로서의 유품이 아니라 그가 내 삶에 남기고간 소중한 지침서다. 그래서 나는 당분간 이 핸드폰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떠났지만, 오늘도 나는 아이폰3와 함께 하루를 살아가고, 함께하면서 그의 정신을 가슴에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다. 2012년 초 아이폰5가 나온다는 근거 없는 소식이 이제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아이폰#애플#스티브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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