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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을 방문했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일정을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갔다. 사진은 마을을 떠나기 전에 차도해 대표가 고권일 대책위원장과 작별의 악수를 나누는 장면.
 강정마을을 방문했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일정을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갔다. 사진은 마을을 떠나기 전에 차도해 대표가 고권일 대책위원장과 작별의 악수를 나누는 장면.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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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한진중공업 노동자 9명이 새벽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다. 이들은 마을에 도착하여 여정을 푼 다음 주민들과 해군기지 반대 일정에 함께 했다. 제주시내에서 주민과 종교인들이 진행한 삼보일배 대열에도 합류했고, 생명평화축제가 열리기 직전 주민들과 경찰이 대치하자, 그때도 현장을 지켰다.

그리고 10월 1일 생명평화축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노래와 율동으로 시민들과 공감했고, 행사가 끝나자 피곤한 몸을 이끌고 포구에 설치된 임시 천막에서 밤을 보냈다. 10월 2일 아침엔 단체로 한라산에 오르며 시민들에게 한진중공업의 문제를 알렸다. 이날 저녁에는 공사장에 들어온 학생들을 연행하는 경찰들에 "과잉 대응한다"며 항의하다가 조합원 4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3박4일간의 제주일정을 마치고 3일 오전 8시 비행기를 타고 사업장으로 돌아가겠다던 애초의 계획은 노동자 4명의 연행으로 차질을 빚게 되었다. 연행된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3일 새벽에 석방되었지만, 항공사마다 티켓이 매진이라 항공권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이라도 올리기 위해서 서둘러 공항에 나가야할 입장이 되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지난 2일 아침 한라산에 올랐다. 사진은 노동자들이 산에 오르기 전에 촬영한 것인데, 박철순 시민기자가 보내왔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지난 2일 아침 한라산에 올랐다. 사진은 노동자들이 산에 오르기 전에 촬영한 것인데, 박철순 시민기자가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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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강정마을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주민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차해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위원회' 대표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

다음음 차 대표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한진중공업 현장도 할 일이 많겠는데, 어떻게 제주도까지 왔나?
"강정마을 소식을 듣고 미리부터 오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 사업장의 현안이 너무 급박하고 1차에서 4차까지 희망버스가 한진중공업 사업장을 방문했는데, 그 시기가 강정마을에서 열린 행사들과 일정이 겹쳐 이제야 왔다. 정말 미안하다."

- 아무리 뜻이 있어도 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본인들이 정리해고에 처해서 가족의 생계가 당장 위협을 당하는 상황 아닌가?
"우리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이 사회로부터 받은 게 너무나 많다. 이걸 다시 사회에 돌려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진중공업과 더불어 가장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강정마을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엔 40명 정도의 조합원이 강정마을을 방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경비도 문제고, 사업장의 현안문제들도 있어서 9명만 왔다."

- 사업장에 시급한 현안이란 5차 희망버스와의 연대를 말하는 건가?
"5차 희망버스가 10월 8일에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런데 희망버스는 기획단에서 준비하기 때문에 사전에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처리할 일들이 그리 많은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노조 지회장 선거다. 지난 지회장의 임기가 완료되었기 때문에 지회가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그런데 회사 측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은 후보를 지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조가 새로운 지도부를 잘 구성해서 85호 크레인도 지켜내고, 정리해고 철회도 이끌어내는 게 급선무다."

일행을 이끌고 강정마을을 방문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위원회' 차해도 대표
 일행을 이끌고 강정마을을 방문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위원회' 차해도 대표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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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에 와서 본 소감이 어떤가?
"강정마을은 정말 소문대로 아름다운 곳이다. 이런 곳에 해군기지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공권력이 영도 한진중공업 근처에만 많이 배치된 줄 알았는데, 강정마을에도 공권력이 대규모로 배치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한민국 각처에 공권력이 춤을 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정마을 주민들의 입장이나 우리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처지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둘 다 자본의 탐욕과 정권의 부도덕함에 착취와 억압을 당하는 거다. 기회 있을 때마다 주민들과 연대해야겠다는 생각이다."

- 경찰서에서 하루 넘게 보냈다. 경찰과 무슨 얘기 했나?
"경찰에서는 본인들이 채증한 자료를 근거로 우리가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제시한 게 우리가 경찰의 멱살을 잡았다는 거다. 그런데 우린 경찰의 방패에 맞았다. 우리가 오히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 정리해고 철회 투쟁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어서 할 일이 많을 텐데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혹시 현장의 사업에도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
"현장 업무는 부대표가 있고, 대부분 실무는 부대표가 처리한다.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 노숙도 하고 경찰서 신세도 졌다. 며칠간 불편한 생활을 했는데 건강에 문제가 없나?
"우린 오랫동안 투쟁하며 노숙에 익숙해졌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고생이지 우린 별 문제가 없다."

- 강정마을에서 있는 동안 주민들과 어울리면서도 한진중공업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 꺼냈다.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은 한진중공업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거 아니었나싶은데.
"그걸 꼭 말해야 하나? 한진중공업 문제는 이미 얘기를 안 해도 이미 충분히 알려졌다. 그저 마음으로 함께 하면 연대가 이뤄진다고 본다. 서로 신뢰하고 연대의 마음을 공유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10월 1일에 열린 강정마을 생명평화축제에 참가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10월 1일에 열린 강정마을 생명평화축제에 참가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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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으로 돌아가면 집으로 갈 건가, 현장으로 갈 건가? 
"현장에 현안문제가 많다. 우선 노조 지회장 선거를 논의해야 하고, 한진중공업 국정감사를 요구하는 문제도 중요한 현안이다. 이미 야당국회의원 100명의 서명을 받았는데, 한나라당이 반대해서 국정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조합원 12명이 상경해서 국회 환노위 의원들에게 면담을 요구하고 국회의원들 찾아다니며 1인 시위도 벌이고 있다."

- 마지막으로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강정마을 주민들이 4년 넘게 투쟁해온 것에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와서 보니 마을 주민들이 투쟁의 대오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태그:#강정마을, #희망버스, #한진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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