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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문공원에서 1박 2일을 보낸 '4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8월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 독립문 인근 영천시장 앞 도로를 점거한 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본사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독립문공원에서 1박 2일을 보낸 '4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8월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 독립문 인근 영천시장 앞 도로를 점거한 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본사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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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며칠 전 부산시가 발표한 제5차 희망버스 중지 호소문을 접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게 도대체 맞는 말인가. 요지는 부산 국제영화제라는 중차대한 행사에 희망버스로 인해 '극심한 혼란'과 '국제적 망신'이 초래될 수도 있으니 제발 오지 말라는 것. 그래, 맞다. 생각해보니 진짜 그럴 것 같다. 그러면 안 되지. 나는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영화제가 정말 성공하길 바라고 한국 영화가 세계를 주름잡고, 그리고 딱 깨 놓고 말해서 나도 그 혜택 좀 받아보자 싶으니 말이다.

나는 확신한다. 희망버스 행사가 영화제 기간 중 강행된다면 실로 엄청난 국제적인 개망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영화제를 찾아온 모 스미스씨. 그가 부산역을 지나다 희망버스 행렬과 마주치고 저기 영도의 85호 크레인을 보게 된다. 거기에 여자가 살고 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가 철탑 위에서, 아니 하늘 위에서 300일을 버텨왔다는 얘기를 듣는다. 스미스씨는 생각한다.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가 이따위일까.

스미스씨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참 저질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울부짖음에 이단옆차기로 반응하는 정부. 철거민들에게 특공대를 투입하는 정부. 수백 년의 노동운동 역사를 지닌 나라에서 온 스미스씨는 기가 막힌다. 정부 여당은 액션을 취하는 흉내만 내고 면피에 급급하고(제1야당도 비스무리), 그러니 사주는 귀를 딱 닫고 어리바리한 척 수나 쓰고, 보수 언론은 노동의 노자만 나와도 불온하다며 입 닫으라 한다. 아 씨파, 쪽팔려. 특히 너, 색깔론.

우리가 어떤 나라를 떠올릴 때 대략 부지불식간에 느낌으로 가늠하는 기준이 있다. 그것을 따져보면 결국 그 나라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가, 그리고 사회 안전망이 잘 짜여져 있어서 약자가 되더라도 좀 편히 살 수 있는 덴가 하는 것. 소위 좋은 국가 이미지를 가진 나라는 사회적 갈등이 없는 곳이 아니라 적절한 장치를 통해 잘 해소되는 곳이다. 전체주의 국가나 독재자 치하의 국가처럼 갈등을 두더지잡듯 눌러버리고 표면적으로는 평온한 척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약간의 무질서가 당연한 곳, 시끌시끌 이런 저런 목소리들이 터져나오지만 각 사회 주체들이 싹싹하게 일처리를 잘 해나가는 그런 곳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어떤 아저씨들은 일단 갈등 자체를 불온한 것으로 본다. 대통령이라는 아저씨는 갈등을 생떼라 부른다.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을, 한 가족의 생사가 달려 있는 해고의 문제에서, 떼쓰는 거 자꾸 받아주면 버릇 나빠진다고 한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켜면 선량한 국민들이 그럴 리 없다며 이를 사주한 불순한 배후를 잡아내라 다그친다. 딱 그 수준이다. 우리, 솔직하자. 당신들도 솔직히, 그게 쪽팔려서 그러는 거잖나.

국가 이미지 실추한 건 '희망버스'가 아닌 정부

부산시가 성명을 내자 대다수 언론들은 입을 맞춘 듯 우려를 표했다. 희망버스가 영화제를 망칠 것이라는. 교통이 막히고 도시가 마비가 될 거라는 둥 극심한 혼란이 일어나 외국 영화인들에게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킬 것이라는 둥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가 이미지 실추야 전술한 대로 진작에 당신들이 담당하고 있었고, 도시마비와 극심한 혼란에 관해서는 솔직히, 그러지 말자. 지난 세 차례의 희망버스 집회에서 봐왔듯 행사 참가자들은 시종 평화로운 행사 진행을 견지하려 했고 외려 이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할배들의 행패를 방관한 것은 누구였나.

하지만 부산시가 진짜 우려해야 할 것은 약 20만에 달하는 이른바 '외부 불순 세력'의 유입이다(<동아일보>는 27일자 인터넷판 "영화제 망치려나…(후략)"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국내외 영화인 1만여 명과 19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최소한 멀리서 영화의 축제에 참가하러 오는 이들은, 불온할 수밖에 없다. 왜냐. 영화가 원체 불온한 것이기 때문에. 불온한 꿈을 꾸는 것이 영화이기 때문이다.

불온하다는 것은 당연히 기성 체제의 입장일 뿐. 영화는 그런 꿈을 꿈으로써 본능적으로 주류 가치관의 폭파를 획책한다. 딸을 잃은 모범시민이 법에 호소하는 것은 영화가 아니다. 정의는 승리하기도 하지만 기성 제도의 매뉴얼을 통해 승리하지는 않는다. 불온하다는 것은  뭐가 옳거나 그르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폭파가 아니라 획책이다. 이렇게 꿈을 꿔보고 저렇게도 뒤집어보고 이리저리 원하는대로 놀아보는 것. 그래서 당연히 영화를 보기 위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머리 속으로 불온한 댄스를 추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바라보는 희망버스는 어떨까. 세상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고 싶어 하고 누구보다 예민한 촉을 가진 이들 앞에 펼쳐진 영화같은 풍경. 이들은 김진숙이라는 영화를 어떻게 볼까. 저기 저 철탑 위에 한 여자가 산다. 옷에 소금꽃이 필 정도로 땀흘려 일하던 한 여자. 해고된 동지가 목을 맸던 그 크레인에 올라 목숨따윈 벌써 땅에 두고 왔다는 듯 해고철회를 외치는 여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을 때 기적처럼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이 마술같은 풍경을 여행자들은 어떻게 볼까.

요컨대 희망버스와 부산영화제는 찰떡궁합이다. 희망버스는 영화제를 확장하는 거대한 극장. 부산시와 행정당국은 오히려 희망버스 집회를 보호하고 안전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국격을 높이는 것이다. 제발 불법시위니, 사회불안이니 하는 시대착오적 얘기는 하지 않기를. 어느 국제영화제, 어느 국제 행사에 시위대가 없던 적이 있었나. 경찰들이 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못 보았나. 외신에서 보던 그런 나라들이 소위 후진국들이던가.

당돌하고 발랄한 꿈을 꾸는 모든 분들에게 이 거대한 극장으로 입장을 권한다. 영화제를 보러 왔다가 영도를 방문해도 좋고 희망버스를 타고 와서 영화를 봐도 좋을 것이다. 하나의 영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듯 최소한 평생 잊기 힘든 날카로운 각인이 되어 여러분의 삶 한쪽에 새겨질 것이다. 

 10월 8일 떠나는 '5차 희망의 버스' 소개
• 기조 :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5차 희망의 버스 "가을 소풍"
- 조남호를 처벌하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를 반드시 철회시키자.
-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가능함을 같이 이야기하고 가능성을 만들자.
- 희망버스 참여자들이 주인이 되는 자리를 만들자.
- 문화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이고 치유가 있는 집회문화를 만들자.

• 날짜와 장소
- 날짜 : 2011년 10월 8일(토)~9일(일)
- 장소 : 부산 85호 크레인 앞과 부산지역

• 세부 계획
- 8일 오후 6시 부산 도착 / 만남의 마당
- 8일 오후 8시 희망의 퍼레이드
- 8일 오후 9시 시민들과의 어울림
- 8일 오후 11시 연대 문화마당 "우리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가칭)
- 9일 오전 8시 / 약속과 결의의 마당
- 9일 오전 10시 출발

* 부산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 날씨가 서늘합니다. 따뜻한 옷이 필요해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을 위한 숙소를 마련할 계획이에요.

• 참가 방법
- 참가비 : 3만 원(서울 기준, 지역별로 다릅니다.)
※ 참가비와 참가비 입금계좌가 지역마다 다르므로, 지역 별 공지사항을 꼭 참고해 주세요.
※ 지역 버스 운행하시는 분들께서는 꼭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카페에 관련 내용을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 문의 : 다음 까페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http://cafe.daum.net/happylaborworld
070-7168-9194(서울), 메일 hopebus@jinbo.net, 공식트위터 twitter@hopebus85

• 지역별 출발 시간 및 장소
- 서울:8일(토) 12시, 시청광장 재능교육비정규직 농성장 (070-7168-9194)
- 경기 이천 : 8일(토) 오후 1시, 이천 서희동상 앞 (010-7163-7296)
- 경기 여주 : 8일(토) 오후 1시 30분, 여주 농협 앞 (010-7163-7296)
- 강원 동해 : 8일(토) 오전 11시, 동해 종합운동장 (033-531-7908)
- 강원 삼척 : 8일(토) 오전 11시 15분, 삼척시청 앞 (033-531-7908)
- 강원 속초 : 8일(토) 오전 10시, 근로자복지회관 (033-636-9822)
- 강원 춘천 : 8일(토) 오후 12시, 태백가든 앞 (033-263-8614)
- 강원 강릉 : 8일(토) 오전 11시, 강릉시청 (033-642-0401)
- 강원 원주 : 8일(토) 오후 2시, 따뚜경기장 (033-745-5505)
- 충북 : 8일(토) 오후 1시 30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앞 (043-234-9595)
        ※ 충주/음성/제천/단양 등 충북 북부권은 추후 공지
- 대전 : 8일(토) 오후 2시, 대전시청 남문광장 (010-3114-3639)
- 대구 : 8일(토) 오후 3시, 대구시청 앞 (010-4810-0222)
- 울산 : 8일(토) 오후 4시, 동천체육관 (010-8174-0045)
- 광주 : 8일(토) 오후 1시30분, 광주시청 (010-4221-2560)
- 경기 수원 오후1시 경기도청 앞(010-2699-0817)
- 경기 안양 오후1시 만안구청 앞(010-3340-0419)
- 경기 평택 오후1시 원평주민센터 앞(011-755-6416)
- 경기 안산 낮 12시 화랑유원지 주차장(010-3016-9883)
- 인천 오전 11시30분 부평역(016-269-8458)
- 순천(여수) 오후3시 순천 조은프라자 앞(010-3612-8042)
- 충남 오후1시 아산시청앞 1시30분 천안 홍익스포츠센터(041-549-4081)
- 창원 오후1시30분 공설운동장 만남의광장(055-261-0058)
- 전주 오후2시 전주종합경기장(063-278-9331)
- 부산 오후3시(민중대회) 오후6시(희망버스) 부산시내곳곳(051-637-7460)
* 그 외 대부분의 지역에서 희망버스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늦은 지역은 이제라도 시동을!

• 더 넓은 희망이 펼쳐집니다

스머프 데이(1차)
- 9월 29일(목) 오후 3시 / 한진정리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선전 퍼레이드
                   오후 5시 / 희망버스 탑승객들과 함께 하는 청계천소풍(파이낸셜 빌딩)
희망버스와 함께 하는 문화예술인의 밤
- 9월 30일(금) 오후 7시 / 마포구청역 4번 출구 / 살롱 드 마롱

충남, 희망 토크 콘서트
- 9월 29일(목) 오후 7시 / 광명아파트 옆 '우산속 작은무대'

한진 정리해고철회 및 제주 강정마을 지키기 순천문화제
- 10월 1일(토) 오후 5시, 순천조례호수공원  

김진숙과 영화를 보고 싶은 영화인 276인 선언 기자회견
- 10월 4일(화) 11시 / 세종문화회관 앞

희망버스 환영 / 정리해고 철회 부산지역 500인선언 기자회견
- 10월 4일(화) 10시, 부산시청

한진 정리해고 철회 및 경찰탄압 규탄 사회원로 기자회견(가칭)
- 10월 5일(수) 11시 /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

희망버스 환영 정리해고 철회, 국정조사 실시 부산 집중야간문화제
- 9월 30일(금), 10월 7일(금) 오후 7시 30분, 한진중공업 앞

MB정권 심판! 민중대회
- 10월 8일(토) 15시, 부산 / 장소 추후 공지

※ 서울비정규노동자 가을운동회
- 일시 : 10월 9일(일), 연세대학교
- 희망버스 타고 부산 다녀와 함께 합니다.

※ 함께 해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전진(가안)
- 일시 : 10월 22일(토) 오후 4시, 서울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정우는 영화사 '작당' 대표이며, 영화 <상진이와 착한 녀석들> 등을 만든 감독입니다.



태그:#김진숙,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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