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교장선생님(장광 분)이 학생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교장선생님(장광 분)이 학생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 삼거리 픽쳐스



음흉한 눈빛에 질척거리는 손놀림. 영화 <도가니>에서 아이들을 추행하고 폭행하던 교장과 행정실장의 모습에 관객들은 몸서리쳤을 법하다. 머리스타일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겉모습이지만 다른 말투. 이들을 보고 분명 이런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이 사람들 진짜 쌍둥이야? 아니면 컴퓨터 그래픽(CG)?

결과부터 말하면 이 둘은 쌍둥이가 아니다. 한 연기자가 두 인물을 따로 연기한 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합친 것. 원작인 소설 <도가니>에서 쌍둥이로 등장하는 인물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탄생한 캐릭터다. 실제 사건에서도 쌍둥이는 아니지만 형제가 번갈아가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도가니>의 홍보사 딜라이트의 장보경 대표는 "연기를 하신 분이 성우라 인물에 따라 목소리 톤이 확연히 달라져서 헷갈려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라며 "해당 장면은 CG가 맞다"고 재차 확인했다.

 슈렉의 목소리를 바로 성우 장광씨가 연기했다. <도가니>에서의 교장선생님이 실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그 분이었다는 사실.

슈렉의 목소리를 바로 성우 장광씨가 연기했다. <도가니>에서의 교장선생님이 실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그 분이었다는 사실. ⓒ 드림웍스, 삼거리픽쳐스


더 놀라운 사실은 <도가니> 속 악한의 역할을 한 성우는 아이들 대상의 애니메이션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장광씨라는 것. KBS 성우 15기인 장광은 그간 여러 애니메이션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급의 성우다. <날아라 슈퍼보드>(1990)의 철철대왕, <라이언 킹>(1994)의 미어캣 티몬 비롯해 <가필드>(2008)의 주인공 프레디를 맡았다. 그뿐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애니메이션 <슈렉>의 주인공도 바로 그다. 장광은 한국어 더빙 판의 슈렉 역을 맡아, 그의 목소리로 다시 탄생시켰다.

무진의 한 청각장애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사(강인호 역, 공유 분)가 아이들을 상대로 일어난 학대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혀나가는 영화 <도가니>는 지난 22일 개봉 이후 4일 만에 92만의 관객을 불러들이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 흥행과 맞물려 실제 학교에 대한 폐지 청원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다양한 관련 이슈가 나오는 상황. 향후 여론의 향방에 따라 사회적 의제로 더욱 확산될지 귀추도 주목해볼 만하다.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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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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