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 미디어 플렉스


[기사보강: 26일 오후 3시]

'청각장애 아이들의 울부짖음을 기억해 주세요.'

22일 개봉한 영화 <도가니>가 개봉 첫 주 90만을 넘는 관객을 동원한 가운데, 영화 <도가니>와 공지영의 동명소설의 배경이 된 실제 장애인학교에 대한 폐지청원이 활기를 띄고 있다. 

25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발의된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에서 우석법인과 감독기관에게 요구합니다' 청원은 개시 하루 만인 26일 오후 3시께 6천 명을 넘어섰다. 이 청원은 5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화 <도가니>는 공지영 작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2005년 광주인화학교 교직원이 수년에 걸쳐 청각장애인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했던 사건을 극화했다. 이후 성폭력대책위가 꾸려지고 MBC <PD수첩>에 이 사건이 방영되면서 해당 교직원은 구속되고, 인권위의 권고와 관련자의 추가 고발이 취해졌다.

하지만 이후 교직원은 복직 되고, 역시 성폭력을 가했던 전임 교장 역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러한 '솜망방이' 처벌로 사건은 금세 잊혀졌고, 그로 인해 피해 학생들과 대책위의 울분은 커져만 갔다.

공지영 작가는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 기사 중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는 구절을 읽고 소설을 쓸 결심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 <도가니>의 바탕이 된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일지

영화 <도가니>의 바탕이 된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일지 ⓒ CJ E&M 영화부문


청원을 발의한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는 "사건발생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우석' 법인의 파렴치함과 1년 전 인화원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조사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관리감독기관의 무책임함을 꾸짖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 "이제 새롭게 진실을 보게 된 그들과 진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우리들이 가짜 희망이 아닌, 진짜 희망을 만들어야 할 때다"며 사회복지법인 우석학교에는 시설명칭 변경과 성폭력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에는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광주시의 장애인 인권 향상을, 광주광역시 교육청에는 2010년에 재발한 성폭력 사건 및 인화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특별 감사를 요구했다.

영화 <도가니> 측 한 관계자는 "영화가 민감한 실화 소재를 다뤄서인지 언론에서도 보도, 교양 부문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청원과 관련해서는 아직 영화 차원의 움직임은 없지만, 영화 흥행에 도움도 되고 실제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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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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