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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온양읍의 '외고산 옹기마을'을 둘러 본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영남 알프스의 최고봉인 가지산(迦智山)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비구니 사찰 석남사(石南寺, http://www.seoknamsa.or.kr)로 향했다.

버스로 40분 정도를 달려 우선 점심을 먹기 위해 차를 세운 곳은 상북면 궁근정리에 위치하고 있는 한정식집 '다래'다. 정말 단아하고 정갈한 한식집으로 울주군에서 먹은 4끼 식사 중에 가장 맛있게 식사를 했다.

 

나는 특히 호박잎에 밥과 쌈장을 싸서 먹는 시골스러운 맛이 정겨웠고, 으깨지 않은 된장으로 끓인 애호박 된장국에 묵은지를 곁들여서 한입 먹은 것도 별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최고의 끼니였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다시 버스를 5분 정도 더 타고는 석남사로 갔다. 석남사 주차장에 내려 대략 500M 정도의 숲길을 걸어서 절까지 들어가는 길은, 경북 문경시 산북면 운달산(雲達山)에 위치한 비구니들의 수도처인 김룡사(金龍寺)의 입구를 연상하게 했다. 참 느낌이 비슷한 곳이다.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극상의 숲을 이루고 있고, 우측에는 맑고 깨끗한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까지 좋았다. 수려한 풍광이 빛나는 일급 피서지다. 절을 안고 있는 가지산 일원의 영남 알프스와 인근의 문화유적답사, 계곡 트레킹코스로도 좋을 것 같다. 가족과 함께 내년 여름휴가에는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며칠 쉬었다 가고 싶다.

 

경남 밀양시 산내면과 울주군 상북면 및 경북 청도군 운문면 경계에 자리 잡고 있는 가지산은 석안산(碩眼山), 석남산(石南山) 등으로도 불리는 태백산맥 끝자락에 딸린 해발고도 1,241M의 상당히 높은 산이다.

 

주위의 운문산(1,188M), 천황산(1,189M), 고헌산(1,034M), 신불산(1,159M), 간월산(1,069M), 영축산(취서산:1,081M)과 함께 영남 알프스로 불리며, 이들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다.

 

우리 일행이 찾은 곳은 산의 동남쪽 사면인 울주군 상북면 덕현리에 자리 잡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양산 통도사(通度寺)의 말사이자 비구니 종립특별선원인 석남사다.

 

신라 헌덕왕 16년 (824년) 불립문자(不立文字) 직지인심(直指人心)을 내세운 중국의 남종선(南宗禪)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한 신라의 고승 도의국사(道義國師)가 창건한 사찰로 도의국사의 사리탑인 석남사부도(보물 369)와 라말려초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석남사 삼층석탑(울산광역시 유형문화재 22) 등의 문화재가 있는 상당히 규모가 큰 절이다.

 

석남사에서 가장 볼 만한 문화재는 원래는 대웅전 앞에 있다가 1973년 극락전 옆으로 옮겨 진 삼층석탑이다. 통일신라시대의 일반적이고 소박한 탑의 형식을 그대로 간직한 높이 5M, 폭 2,3M의 작은 규모로 아담하고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다. 눈이 내리는 겨울 날 탑돌이를 하는 여인의 뒷모습을 보는 것처럼 끌림이 좋은 탑이다.

 

대웅전 앞에 있는 삼층석가사리탑은 824년에 도의국사가 호국의 염원 아래 15층으로 세운 것이라 하나, 임진왜란 때 파괴되어 방치되어 오다가 1973년 스리랑카의 승려가 사리 1과를 봉안하면서 3층으로 개축한 것이다.

 

대웅전 앞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대웅전을 가리고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절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이 밖에도 조선 초기에 제작된 엄나무구유와 돌구유, 절 입구에 4기의 부도 등의 문화재가 있다. 사실 난 그 어느 절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엄나무구유에 놀랐다. 대웅전 뒤에 있는 이 구유는 엄나무 원통을 깎아 속을 파내어 만든 것으로 길이 630CM, 폭 72CM, 높이 62CM의 대단한 크기다.

 

약 500년 전에 인근의 간월사에서 옮겨왔다고 하며 당시 수천 명의 신도들을 공양할 때 쌀을 씻어서 담아 두거나 밥을 퍼서 담아두던 그릇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절이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유물로 보였다.

 

석남사는 도의국사가 창건한 이래 800년 정도 유지되던 정진도량으로 아쉽게도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1674년(현종 13) 언양 현감의 시주로, 탁령, 자운 등의 선사들이 중건하였고, 1803년(순조 3) 침허, 수일 선사가 다시 중수하였다.

 

이후 동란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1957년 비구니 인홍(仁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크게 증축하였다. 이때부터 비구니 수도처로서 각광을 받은 이 절에는 항상 60명이 넘는 비구니들이 엄격한 계율을 준수하면서 수도하고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하여 1791년(정조 15)에 세운 가장 오래된 건물인 극락전, 설선당(說禪堂), 조사전, 심검당(尋劍堂), 침계루(枕溪樓), 정애루(正愛樓), 종루, 무진료(無盡寮), 대방(大房) 등 30여 동이 있다.

 

계곡과 산세가 정말 좋은 가지산 아래에 있는 석남사는 등산을 겸하여 한번 쯤 방문하면 좋을 것 같고, 여름휴가나 가을의 단풍놀이로도 상당히 좋을 것 같은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계곡과 산이 한 눈에 보기에도 너무 좋아, 절을 조금 더 높은 곳에 지었으면 더 웅장하고 멋있어 보일 것 같았다.

 

대웅전 뒤편의 대나무와 부도 인근의 소나무 숲에서는 솔향이 넘쳐났다. 꽃과 고목, 오래된 기와의 흔적이 남아있는 정취가 넘치는 도량의 자태 등이 가족여행으로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절을 둘러 본 다음,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억새밭이 장관이라고 하는 신불산으로 향했다. 신불산과 남쪽의 영축산 사이에는 약 3KM 구간에 넓고 평탄한 능선이 이어지면서 억새밭이 펼쳐진다.

 

매년 신불산과 간월산을 가르는 간월재에서는 가을의 전령사인 억새가 온 산을 뒤덮는 시점인, 매년 10월 초에 영남알프스를 종주하는 등산대회와 함께 피아노, 색소폰, 민요 등의 퓨전음악회를 중심으로 '억새축제'가 펼쳐진다.

 

행사가 열리는 간월재는 영남 알프스를 종주하는 출발점이 되는 베이스캠프 같은 곳으로, 맑은 날이면 울산 앞바다를 오가는 배들까지 보이고, 가을이면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물결이 장관인 곳이다.

 

우리 일행은 시간이 별로 없어 신불산 정상까지는 못가더라도 간월재에 올라 신불산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을 하고 서울로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당일 약간의 비와 눈을 가리는 안개가 신불산 정상까지 심하게 몰려와 안개 낀 신불산 일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을 하고 서울로 향했다.

 

이번에 처음 방문한 울주군은 참 볼 것이 많은 멋스러운 고을이었다. 앞에서 열거한 여러 곳을 비롯하여 가지산 쌀바위, 신불산의 홍류폭포와 파래소 폭포, 천주교 성지인 죽림굴, 살티공소, 고헌산 고헌사, 가지산 탄산유황온천, 문수산 문수사, 대운산 철쭉, 간월산 등억온천 등이 유명한 관광지이다.

 

또한 웅촌면의 학성이씨 근재공 고택, 석계서원을 비롯하여 언양읍의 언양읍성, 언양성당, 언양향교, 두동면에는 박제상 유적지인 치산서원, 은을암 등이 있고, 바닷가로 나가면 서생포왜성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여기에 언양한우불고기, 봉계한우불고기, 울주배, 단감, 쌀 등의 먹을거리도 유명하다.

 

공업도시라는 이미지가 많은 울산광역시와 울주군은 울산지역의 공단을 제외하고는 바다와 1,000M가 넘는 고봉이 7개가 있는 영남알프스의 대자연이 공존하고 있고, 해산물과 농축산물이 풍부한 지방으로 생업의 현장에서 자동차로 30분 내외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휴식과 안식이 있는 생태농촌으로, 당장이라도 귀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곳이었다.


태그:#울주군 , #석남사 , #억새축제 , #간월재 , #가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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