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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성북구청에 열린 사회복지봉사박람회에서 열린 임종체험 부스에서 입관체험을 해보고 있다.
▲ 나무상자 속도 편안하네! 기자가 성북구청에 열린 사회복지봉사박람회에서 열린 임종체험 부스에서 입관체험을 해보고 있다.
ⓒ 허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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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누구는 나이가 들어서, 혹은 병이 들어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고, 혹자들은 교통사고 등으로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길든 짧든 수명이 다하면 세상을 떠나야 한다.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죽음, 싫어도 준비하고 맞이한다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으리라.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청에서 열린 '2011 성북 복지·봉사한마당'에서는 이색적인 체험이 마련됐다.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마련한 '임종체험'은 다른 부스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막 입구에는 최근 2~3년 사이 작고한 유명인사들의 영정사진이 걸려 있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 배우 최진실, 코미디언 이주일 등 한때 매우 친숙했던 인물. 그러나 굵고 검은 테를 두른 사진이어서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휙 쳐다보고는 바쁘게 지나가 버렸다. 천막 입구에서 복지관 직원들이 "임종체험 한번 해보고 가세요"라며 권했지만 선뜻 응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천막 안을 들춰보니 나무로 만든 실제 관이 뚜껑이 열린 채 나란히 정렬돼 있었고, 검은 양복차림의 청년 두 명이 지키고 있었다. 분위기가 섬뜩했다. 기자는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들어가 비어 있는 나무상자들을 바라보았다. 저승사자 같은 두 사내의 권유를 받고 관 속에 한 번 누워보기로 했다. 신발을 벗고 관에 들어가 삼베로 짠 수의를 몸에 걸쳤다.

체험안내를 맡은 청년이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 그 이유는 세상을 떠날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대로 다리를 뻗고 누웠다. 관의 길이는 1m70cm가 조금 넘는 내 몸의 길이에 꼭 맞았다. 직원이 관 뚜껑을 덮었다. 캄캄했다.

임종체험에 참여한 여성들이 누워 있는 관의 뚜껑이 덮여지고 있다.
▲ 언젠가 이렇게 떠나겠지... 임종체험에 참여한 여성들이 누워 있는 관의 뚜껑이 덮여지고 있다.
ⓒ 허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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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누워 있는 동안 특별히 슬픔도 느끼지 못했고, 간절한 기도도 나오지 않았다. '죽으면 이렇게 관속에 누워 다른 사람들의 신세를 진 채로 무덤까지 가겠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고, 바쁜데 이렇게 시간 보내도 되나 싶어 직원이 뚜껑을 열어 주기도 전에 2분 만에 벌떡 일어났다.

복지관이 하루동안 실시하는 이벤트를 위해 전문업체에서 파견을 나와 마련한 체험장이어서 모든 절차가 생략된 탓에 진정한 죽음을 실감하기에는 한계도 있었다. 체험에 참여한 한 40대 여성은 유언쓰기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순서도 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나무상자의 뚜껑을 열고 나오니 그래도 밝고 시끄러운 세상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체험장 앞을 지나쳤지만 죽음을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이렇게 호객을 했다.

"어르신들은 임종체험을 하면 오래 사신대요. 수의를 미리 준비해놓으면 오래 산다는 말도 있잖아요."


태그:#임종체험, #입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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