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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1일 여수시 흥국체육관에서 개최된 기후보호 주간 기념식입니다.
▲ 기후보호 주간 기념식 2010년 4월 21일 여수시 흥국체육관에서 개최된 기후보호 주간 기념식입니다.
ⓒ 아름다운여수21실천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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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을 고려하지 않은 엉터리 검토서를 가지고 갑론을박했습니다.
▲ 사전환경성검토서 초안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을 고려하지 않은 엉터리 검토서를 가지고 갑론을박했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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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가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을 많이 끌어와야 하는데... 환경부와 대립각을 세울 수도 없고 무척 난감합니다."

지난 20일 만난 여수시 관계자가 던진 말입니다. 환경부가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폐수를 처리하고 남은 산업 슬러지(이하 '슬러지'라 적습니다)를 태우는 시설을 전남 여수에 세울 계획입니다. 이 소식을 접한 여수시는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태우겠다는 슬러지는 하루 198.6톤(주민설명회 자료 참고)으로 일 년을 모으면 7만2489톤입니다.

상당한 규모의 산업 슬러지가 여수로 모이고 태워질 텐데 대기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많겠네요. 슬러지는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땅에 묻거나 바다에 버릴 수 없게 됩니다. 런던협약, 교토의정서 발효, UN해양법규약 등 국제적 여건과 폐기물관리법과 해양환경관리법 등 국내법이 적용되기 때문이죠.

정부는 슬러지를 처리해야 할 곳이 필요합니다. 적합한 장소로 여수가 뽑혔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여수는 자체 발생 슬러지가 50% 정도이고 향후 산업단지 확장을 고려하면 입지로서 타당하다"고 말합니다. 반면, 주민설명회 자료를 보면 여수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는 전국 대비 30% 이내입니다.

여수시 기후보호과 복도에 걸린 펼침막입니다. 저감계획이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됐습니다.
▲ 온실가스 저감 목표 여수시 기후보호과 복도에 걸린 펼침막입니다. 저감계획이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됐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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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기후변화대응 시범도시 조성' 협약까지 채결했는데...

정부는 여수를 포함, 전국에 여섯 개의 폐수종말처리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를 여수산단 내 중흥 폐수종말처리장으로 모을 계획입니다. 그리고 '유동성 보일러'에 태우겠답니다. 물론 오염물질은 최대한 억제한답니다. 그러나 계획을 통보 받은 여수시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세계박람회 주제 구현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시는 박람회 유치를 계기로 지역 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2012년까지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감축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도 내놨습니다. 청정 도시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죠.

그동안 꾸준히 준비도 했습니다. 2008년 '기후보호 국제시범도시 조성' 선포를 계기로 '기후변화대응 시범도시 조성' 협약을 이번 사업을 추진하려는 환경부와 채결하기도 했고요. 또 2010년에는 '여수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조례'까지 제정했습니다. 환경부의 폐기물처리시설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사전환경성검토서 초안에는 환경관련 지구, 지역 지정현황을 보면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 환경관련 지구, 지역 지정현황 사전환경성검토서 초안에는 환경관련 지구, 지역 지정현황을 보면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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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환경성검토서 초안은 대기환경보전법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대기환경보전특별대책지역'에 적용되는 배출허용기준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일부 제외된 항목도 있습니다.
▲ 대기환경보전법 사전환경성검토서 초안은 대기환경보전법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대기환경보전특별대책지역'에 적용되는 배출허용기준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일부 제외된 항목도 있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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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내 적용되는 가스상 물질 배출허용기준입니다.
▲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1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내 적용되는 가스상 물질 배출허용기준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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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내 적용되는 입자상 물질 배출허용기준입니다.
▲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2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내 적용되는 입자상 물질 배출허용기준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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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설명회 자료, 여수시에 맞지 않는 기준 적용했다.

환경부가 계획하고 있는 '국가소유 폐수종말처리장 슬러지자원화시설 민간투자사업'은 폐수종말처리장에서 발생한 슬러지를 태워 자원화하는 시설로 시가 저감시키고자 하는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는 시설입니다. 또 전국 최초로 세워집니다. 때문에 철저한 준비와 신중한 결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8월 25일, 여수시 삼일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제3차 주민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 제시된 자료가 지역 특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용역 맡은 업체가 광양만 지역이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임을 간과하고 일반지역에 적용하는 느슨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한 겁니다.

여수시를 포함한 광양만 지역은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대기환경보전법 제18조 규정에 의해 '대기환경규제지역'입니다. 따라서 일반지역에 적용하는 대기 배출허용기준이 아닌 강화된 기준(환경부고시 제2010-148호)을 적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용역 업체가 이를 무시했습니다.

업체 담당자는 "특별지역인지 모르고 일반지역에 적용하는 기준을 적용했다. 실수했다"고 말합니다. 변명이 약합니다. 환경부가 만든 사전환경성검토서 작성 매뉴얼을 보면, 주요 검토사항으로 '환경정책기본법상의 환경기준 유지 및 특별대책지역 규제내용의 저촉여부'를 파악하게끔 되어 있으니까요.

기존 소각시설입니다. 여수국가산업단지내에는 2곳이 운영중인데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각시설 외에 또 한 곳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 소각시설 기존 소각시설입니다. 여수국가산업단지내에는 2곳이 운영중인데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각시설 외에 또 한 곳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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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시설이 들어설 곳 인근에 폐기물 소각시설이 2개소나 더 있고 또 한곳은 지으려고 준비 중이란 겁니다. 더 이상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입니다.

환경부가 추진하는 소각시설이 들어설 곳입니다.
▲ 소각시설 예정부지 환경부가 추진하는 소각시설이 들어설 곳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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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갈지자' 행보, 자치단체에 병 주고 약 주는 처지

때문에 여수시는 지난 21일 시설 설치 계획이 적정하지 않다며 '재검토 요망'이라는 의견을 환경부에 냈습니다만 이미 주민설명회는 끝났습니다. 용역을 맡은 업체와 환경부는 법으로 정해진 절차를 모두 밟았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설명회는 배출허용기준이 잘못 적용된 자료를 놓고 갑론을박한 꼴이 됐습니다.

향후 환경부는 이를 근거로 소각시설을 세울 겁니다. 이를 알고 있는 여수시가 전전긍긍입니다. 나서서 반대하자니 세계박람회 돈줄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에 밉보일까 걱정이고 손 놓고 있자니 기후보호 시범도시로서 이산화탄소 저감하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될 판이니까요.

환경부의 갈지자 행보에 자치단체가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여수시와 기후보호 시범도시를 위해 협약을 채결하는 긍정적 행동을 취했다가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시설을 세우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부처가 자치단체에 병 주고 약 주는 꼴입니다.

전국에 있는 산업단지 슬러지를 여수로 가져오겠다는 구상입니다.
▲ 통합처리계획 전국에 있는 산업단지 슬러지를 여수로 가져오겠다는 구상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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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주민설명회 자료를 보면 통합처리계획 검토 및 선정 이유로 '경제성과 민원제기 가능성이 적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경제성과 관리의 편리성이 선정기준이 됐군요. 세계박람회를 야심차게 준비하는 도시 입장에서 못내 아쉬운 부분입니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도 있는데 말입니다.


태그:#기후변화, #세계박람회, #환경부, #여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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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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