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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박람회 우수사례 발표 중.
 시민교육박람회 우수사례 발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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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조절교육, 다문화인권교육, 지역사회 공동체교육, 인문학코스, 5·18사적지 해설사 육성코스... 시민의식과 공동체성을 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제1회 시민교육박람회였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정성헌)와 민주시민교육거버넌스가 공동 주최한 이번 박람회는 9월 20일과 21일 양일에 걸쳐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렸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측은 "이번 박람회는 우리 사회의 갈등해결능력 향상과 지속적 발전을 위해 시민교육이 필요함을 말하고, 각자 활동하고 있는 시민교육 관계자들이 정보와 고민을 나누면서 시민교육의 청사진을 함께 그려보는 자리"라며 "또한 시민교육의 원칙과 운영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정부, 학계, 시민사회단체들이 서로 소통하고 지혜를 모으는 장"이라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지난 8월 총 36개의 개인과 시민단체, 교육기관 등이 예선에 참여했고, 이중 본선에 진출한 우수사례 13개가 이날 부스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자신을 알렸다. 21일 주최측은 서울노동광장의 '청년노동자학교'와 광명 YMCA 등대소비자생협의 '지역사회공동체 교육프로그램 등대'에 최우수상을 수여했다.

그 외에도 5개 프로그램(평화를만드는여성회 갈등해결센터'또래조정반', 희망제작소 '소셜디자이너스쿨',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다문화교육', 5.18기념재단 5.18사적지 해설사 육성 및 체험학습, 탈북청소년교육공동체 '셋넷학교')이 우수상을 받았다.

홍승구 심사위원(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은 "시민의 민주화 역량을 강화시키는 프로그램인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봤다"며 "그 외에도 프로그램이 지속성과 확산성이 있는지, 운영진이 자발적이고 헌신적인지 등도 함께 고려했다"고 심사기준을 설명했다.

덧붙여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모두들 열심히 했다, 다음엔 등급을 매기지 않고 우수한 사례들을 발굴하는 자리를 갖고 싶기도 하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서로의 소통이 더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년노동자학교.
 청년노동자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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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최우수상을 받은 청년노동자학교는 참가단체들 중 유일하게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노동교육/공동체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노동자교육기관 서울노동광장의 청년분과 회원들이 기획·운영한 이 프로그램은  2~30대 청년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연 1회 진행돼 왔다.

"청년들이 시대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고 청년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게끔 하는 참여형 교육을 진행하고 싶었다. 더불어 개별로 흩어져 힘들어하고 있는 청년들이 서로 만나고, 인생의 멘토 등을 만나며 따뜻한 공동체를 체험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 - 조양진성(34) 청년분과 운영위원

실제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교재 작성, 뒷풀이 공연과 음식준비까지 모두 청년분과 회원들이 손수 다했다고. 회원 다수가 40대 노동자들인 서울노동광장이 청년노동자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의 정규직 중심 운동에서 벗어나 가장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층에 가닿아야 한다는 고민에서였어요.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그게 청년노동자들이라고 본 거죠. 실제 회원들 중에도 청년들이 늘고 있고요."   

기본 프로그램은 3주에 걸친 철학, 경제, 정치 공부다. 1주일에 1회, 신문기사와 책, 드라마, 영화 등을 활용한 한 강의, 집단토론 등을 통해 사회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지식과 고민'을 충전했다면, 한 편으로는 졸업여행과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 마음열기 프로그램 등 특별과정이 '따뜻함'을 부여했다.

참가자들은 MBTI나 가치관 경매 등을 통해 자신과 상대를 이해하고, 굳이 풀지 않아도 되는 문제들이 섞인 '3분 시험'을 통해 경쟁주의에 물든 스스로를 확인하기도 했다. 자신이 노동자인지 아닌지, 자신이 해본 알바나 경력을 사회가 노동자로 인정하는지 아닌지 o,x로 나눠 보는 게임을 통해 자신과 '노동자'의 마음의 거리를 확인하기도 했다. 또 40대 정규직 중심 노동자들이 청년들과 멘토-멘티가 되어 하루 데이트를 하고, 함께 ucc를 만들어보는 등 세대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소통의 경험을 했다.

청년노동자학교 교육과정 홍보물.
 청년노동자학교 교육과정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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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존의 노동교육과는 다른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에는 김숙희(38) 서울노동광장 교육위원의 역할이 컸다.

"노동의식도 공동체의식에 기반하잖아요. 어릴 적부터 경쟁사회에 노출된 청년 노동자들에게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경험하게 하고, 자기 마음을 내는 과정을 갖게 하고 싶었어요."
2007년부터 다수의 노동조합 교육 경력을 가진 그는 노동교육 전반의 관성을 깨고 싶다고 했다.

"기존 노동교육에서도 참여형 프로그램은 많이 있지만 형식화된 측면도 많거든요. 사실 그냥 강의 한 번 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잖아요. 또 상대의 얘기를 듣고 공감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낯선 남성중심 문화에서는 낯설기도 하고요. 하지만 앞으로 노동교육이 성공하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숙희씨는 지난해부터 평생교육사 과정을 밟고 있다.

졸업생인 차성환(32)씨는 이틀 내내 부스를 찾았다. 2009년 그는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됐다. 지방에서 올라온 터라 서울에는 아는 사람도 적었다. 외로웠다. 그러던 중 군대 선임의 소개로, 또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청년노동자학교를 수강했다. 자신이 노동자라는 생각도, 정치나 경제 공부를 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공부도 어렵지 않았다.

"매주 강의 듣고는 따로 조별 모임 하면서 같이 과제 수행하고 술 마시고...그 때처럼 사람을 많이 만난 적이 없었어요. 인생의 전환점이 된 거 같아요." 덧붙여 그는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생겨 좋았지만,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돼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3기 때엔 가능하면 교사를 해서 내가 받은 좋은 경험을 나눠주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계약직으로 일하다 또 구직자 신세가 됐지만, 그 때와 지금의 자신은 다르다고 그는 말했다. 외로움과 막막함 대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고민하는 '청년 노동자'인 자신이 있다. 전엔 그냥 아무데나 일하면 땡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나쁜 일자리는 피하겠다는 기준도 생겼다. 

1,2기 졸업생 80여 명은 지난 6월 한 달 동안 용산구 아르바이트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편의점,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 총 166곳을 찾아다니며 2~30대 알바생 221명에게 설문을 받았다. 평균 시급 4562원, 40%가 근로계약서를 모르고, 16%가 최저임금 이하를 받았다. 50%가 주휴수당을 몰랐다. 40%가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이들은 민주노동당 설혜영 용산구의원과 함께 용산구의회에 실태조사를 전달하고,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청년, 지역민들을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3기는 언제 열릴까. "곧 열 거예요. 다만 우리가 알음알음 참가자를 모으는 게 아니라, 이제는 힘들게 일하고 있는 청년들이 스스로 많이 참여해줬으면 해요. 그런 청년들을 직접 만나려고 일부 졸업생들은 알바 현장에 뛰어들기도 했어요."  진성씨는 청년들에게 '청년노동자학교'를 많이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공부하고, 나아가 뛰어넘으려는 청년 노동자들의 시도는 이렇듯 꽃씨처럼 계속 퍼질 모양이다.

지역사회공동체 프로그램 '등대' 홍보 부스.
 지역사회공동체 프로그램 '등대' 홍보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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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울노동광장, #노동교육, #시민교육,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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