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의 개봉을 앞둔 배우 공유가 14일 오후 삼청동 한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한 공유.

▲ 공유 영화 <도가니>의 개봉을 앞둔 배우 공유가 14일 오후 삼청동 한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한 공유. ⓒ 민원기

"개인적으로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크게 저게 스포트라이트가 오는 것 같아서 좋기는 하지만 마음이 부담스럽기도 한 것이 사실이에요. 영화를 보는데 약간의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를 보러 오실 때 본질에 충실해서 영화를 바라보시는 게 영화에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도가니>는 저 혼자가 아니라 감독님, 제작진, 그리고 무엇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묵직한 이야기 모두가 하나가 돼서 만든 작품입니다. 저에 대한 관심도 좋지만 영화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로맨틱가이 공유가 올가을 영화 <도가니>(9월 22일 개봉)로 돌아왔다. 공지영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도가니>는 2000년부터 5년 동안 한 청각장애학교에서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청각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성폭행을 저질렀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공유는 군대에서 수십 권의 책을 읽었고 그중 그의 마음을 강하게 울렸던 작품이 바로 공지영의 <도가니>였다. 이에 공유는 휴가 중 자신의 소속사에 이 작품의 영화화를 제안했고, 드디어 이 작품은 책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탄생해 많은 대중에게 '진실'에 대한 강함 울림을 더욱 넓게 전하고 있다.

사실 배우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사람들은 불의를 봐도 대충 넘어가기도 하고, 자신의 일이 아닌 비합리적이고 불합리한 구조에 반기를 들기를 귀찮아하고 불편해한다. 하물며 한 편의 소설이 강한 분노와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는 강한 울림을 전한다 하더라도 사실 이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공유는 가슴 속의 울림을 혼자 간직하지 않고,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인호(공유)의 엄마가 영화 속에서 그래요. '너도 남들처럼 귀 막고 눈 감고 그냥 살아라.  누구는 몰라서 그러고 있는 줄 아느냐'고 하세요. 인호 어머니가 많이 등장하진 않지만 그 말은 세상을 향해서, 우리를 향해서 말하는 느낌이에요. 요즘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 대사가 자꾸 떠올라요. 사실 처음 시작을 할 때는 이렇게까지 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말 그대로 진짜 막연했고 하지만 그냥 내 마음이 가니까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배우로서 인호라는 우리랑 가장 근접한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던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어요."

"<도가니> 이야기를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영화 <도가니>의 개봉을 앞둔 배우 공유가 14일 오후 삼청동 한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한 공유.

영화 <도가니>의 개봉을 앞둔 배우 공유가 14일 오후 삼청동 한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한 공유. ⓒ 민원기


공유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도가니>의 영화화, 그리고 연기 변신에 대해 매우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자신에게 오는 칭찬과 영화화의 결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안에 담겨 있는 '영화 그 자체'라는 것을 끊임없이 기자에게 환기시켰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들이 과대포장이 된다면 저 개인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관객들이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입장에서 늘 조심스러움을 갖고 있어요. 저는 관객들에게 '당신들을 선동하려고 이 영화를 찍은 것이 아닙니다. 그냥 같이 이 같은 사실과 진실,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청각장애인 학교에 부임한 미술교사 인호로 분한 공유는 아이들이 학교 교장과 교직원들의 엄청난 학대와 성폭행에 시달려 온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아이들을 향한 연민, 학교에 대한 분노, 그리고 이 아이들을 외면하면 자신의 딸에게도 당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부조리에 맞서며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도가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사건 당사자들이 아직도 결과를 두고 싸우고 있어 만드는 이들도, 보는 이들도 가벼이 볼 수 없는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처음에 책을 읽었을 때 공유에게는 어떤 감정으로 다가왔을지 궁금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당시 이성적으로 그 책을 받았들였던가 싶으면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정말 너무 욱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감정적으로 욱했다가 차츰 시간이 지나서는 내 직업이 배우이다 보니까 우리와 닿아 있는 인호의 모습을 스크린 위에 표현해서 사람들한테 보여줄 수 있다면 배우로서 뜻 깊은 일일 거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렇게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정리가 되고 처음보다 더 뭔가 더 깨우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거창하게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일은 벌어졌고 더 이상 저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죠. 촬영을 하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내가 벌인 일에 대한 책임은 충실히 다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나에게 압박을 주기도 했습니다."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던 순간들...치열했다"

 영화 <도가니>의 개봉을 앞둔 배우 공유가 14일 오후 삼청동 한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한 공유.

ⓒ 민원기

학교 교직원과 교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아이들. 그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세상과 싸우는 미술 선생님이다. 감정을 쉽사리 폭발시키지 않는 다소 과묵하기도 한 이 선생님이 자신이 알지 못했던 비인간적이고 부도덕한 일에 눈을 뜨고 분노하게 된다. 쉽지 않았던 감정선이었을 터다.  

"영화를 시작하면서 매 신이 쉽지 않았어요. 원래도 생각이 많은 타입이기도 하지만 정말 많은 생각들이 내 몸을 짓눌렀던 것 같아요. 영화 찍으면서 감독님한테 수도 없이 '다시'라는 말을 외쳤어요. 어떤 영화보다 치열했다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복합적인 감정들이 있는데 인호가 갖고 있는 모습이 실질적으로 내가 처해 있는 모습이랑 흡사했던 것이 있었어요. 연기할 때 최대한 몸에서 힘을 풀려고 노력하는데 내 몸이 내 뜻대로 잘 안 되는 순간이 많아서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던 것 같아요. '몸에 힘을 빼야지, 빼야지' 하면서 경직되는 나를 보면서 괴로웠어요. 생각이 너무 많을 필요가 없다고 발악을 하기도 하고 그런 과정 속에 많은 것을 얻었던 것 같아요."

쉬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묵묵히 세상과 싸웠던 인호는 반성할 줄 모르고 오히려 뻔뻔히 맞서는 가해자들을 보면서 감정이 폭발한다. 화분으로 교직원의 머리를 깨기도 하고 차창을 주먹으로 깨기도 한다. 또 성폭행을 당했던 아이가 죽음에 이르게 됐을 때는 시위에 나서 물대포를 맞으면서 절규한다. 응어리진 인호가 세상을 향해 절규하고 있었다.

"사실 소설에서는 인호의 감정이 겉으로 표출되는 모습은 거의 없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무기력한 모습이었죠. 처음에 감독님과 고민이 많았던 지점은 원작 속 인호의 무기력함이었어요. 저는 이것이 곧 현실이니 무기력하면 어떠냐고 했었고 감독님은 그래도 영화에서 어느 정도 해소되는 느낌을 줄 필요가 있다고 하셨어요. 감독님과 타협점이 아주 적절했다고 봐요.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적정선을 찾은 것 같아요. 초지일관 인호가 남루했다면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나가면서도 속에 응어리가 질 것 같았어요. 인호가 세상을 향해 절규하고 작은 외침을 했던 것이 조금이나마 관객들에게 쉴 틈이나 해소할 수 있는 타이밍을 줬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감성들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다"

 배우 공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앞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많이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 민원기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이후 로맨틱가이의 대명사로 떠올랐던 공유. 군 제대 직후 영화 <김종욱 찾기>로 여전히 부드러운 매력을 과시했다. 이번에 그가 선택한 영화 <도가니>, 이 속에서 공유는 진정성 있는 울림을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변신의 압박이 아닌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데로 관객들에게 그의 감정을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스스로 뭔가를 규정지으려고 하는 것은 없어요. 다양한 장르로 변화를 줘야겠다고 해서 뭔가를 만들어가고 싶지는 않아요. 내가 어떻게 무엇이 되고 싶다고 정해 놓은 것은 없는데 30대를 시작하는 남자 배우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군대에 다녀와서 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든 일적으로도 그간 드러내지 않았던 여러 가지 감성들을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요.

제가 도움이 된다면 <도가니> 같은 형태의 것이 될 수도 있고 다른 형태의 것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보다 한 살 두 살 더 먹어 갈 텐데, 저 개인적으로 더 성숙하고 깊고 단단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봐요.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앞으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많이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공유 도가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