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3시 30분께부터 온 나라를 강타한 정전 사태는 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서울 365건, 경기 176건, 대구 65건, 부산 58건, 인천 47건 등 전국에서 944건의 구조 신고가 접수됐고, 곳곳에서 신호등이 꺼져 퇴근길 시민들 발목을 잡았다.

정전 사태 원인은 처음에는 가을 늦더위로 갑자가 전력 사용이 높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전력수요 예측을 실패했다고 정부는 시인했다. <오마이뉴스>는 정재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날 오후 과천청사 긴급브리핑에서 "저희 부처를 포함해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등이 수요예측을 충분히 하지 못한 점을 시인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건만 날씨탓 같은 천재로 돌리던 것에 비하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온 나라가 정전으로 난리를 겪었는데 우리 동네인 경남 진주는 정전 사태가 일어나지 않아 실감을 느끼지 못했다. 순환정전 소식을 듣고, 노트북에 배터리를 끼워넣은 것이 전부였다.

송영선 "정전 북한 소행 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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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선 의원(한국미래연대)은 이번 정전 사태가 북한 소행 가능성이 99.9%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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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정전 사태 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어제 인천공항 관제체제혼란,오늘,전국 도처에서30분마다 순환정전, 250개 신호등체제교란,지역마다 휴대폰장애,모두가 별개의 사고가 아닙니다. 북한의 사이버테러에의한 혼란가능성이 거의 99.9 %입니다. 농협전산망교란, 2009.7월Ddos교란과도 같은 성격"이라고 했다.

트위터 "이건 고무찬양"

이같은 주장에 대해 트위터러 @hangulo는 "그러니까, 이번 정전사태는 지식경제부 장관, 한전 등이 판단을 잘못한 것인데. 그게 북한 소행이라는 송영선 의원의 말을 붙여보면..지식경제부 장관이 간첩이란 소리구나. 얼씨구~~ "라고 비꼬았다.

@81kei도 "북한이 왜 아직도 세계정복을 못하는지 의아하네요"라고 했다. @baltong3도 "국회 국방위원인 송영선의원이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을 우주최강으로 평가하는군요. 이건 고무찬양 아닐까!"라고 했다.

@histopian 같은 경우 "송영선 의원이 '이번 정전은 99.9% 북한 소행'이라 했군요. 이러다 조만간 '대구지하철 참사,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 김영삼 정권시 대형참사 재조사위원회'가 생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위원장으로 제격이군요"라고 했다. 즉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붕괴가 부실 시공이 아닌 북한 소행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다.

@chodong01는 "송영선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면 국정원 국정조사하자. 뭐하고 자빠졌노? 사실이 아니면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국가혼란죄'를 적용해 체포해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중권 "북한 소행으로 느껴지면 우익, 각하 꼼수면 좌익"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이 보다 앞서 트위터에 "자가 정치성향 테스트. 정전이 북한의 소행으로 느껴지면 우익, 각하의 꼼수라 느껴지면 좌익"이라고 분석했는데 정말 맞아 떨어졌다. 진씨는 이어 "계급분석 : 덕분에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프롤레타리아, 정전이 나나 안 나나 차이가 없으면 룸펜 프롤레타리아, 냉장고 안의 물건이 걱정되면 자영업 쁘띠부르주아, 지금이 주식매수의 적기라 생각하면 천상 부르주아..."라고 했다.

특히 그는 "'그니까 부카니스탄과 가카의 짜고치는 고스톱은 뭐냐고요...' 그렇게 느끼는 분은 안기붑니다."는 글을 남겼다.

이번 사태를 북한 소행이라고 한다면 "친구 녀석 문자 아파트 정전이라 19층까지 걸어 올라가서 키 꼽는 순간 전기가 들어 왔다고..."라고 남긴 한 트위터는 얼마나 허망할까. 정말 한심하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사실 파악도 하지 않고 정전사태를 북한 소행으로 거의 단정하는 내용을 트위터를 통해 알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