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명이 고향을 찾아 민족대이동을 하다는 추석 한가위! 고향! 고향이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이 포근한가! 반면에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리고 고향이 그리울까?
이곳 지리산 자락 마을 사람들은 추석 한가위를 맞이하기 위하여 마을 골목골목을 대청소를 했다. 낙엽을 쓸고, 잡초를 뽑았다. 집안 대청소도 하여 추석에 고향을 찾는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에 바쁘다.
눅눅해진 이불과 침구를 햇볕에 일광 소독을 하여 자식들이 오면 포근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밤과 감을 따서 냉동실에 저장을 하고, 방앗간에 가서 쌀도 찧어와 송편도 만들 준비를 했다.
마을입구에는 "고향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란 현수막도 달았다. 아울러 면에서는 추석맞이 면민 화합 노래자랑을 준비하고, 고향을 찾아오는 동창생을 맞이하여 초동학교 동창회를 한다는 현수막도 군데군데 걸려있다.
누런 황금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조차 고향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기듯 웃고 있다. 들판에 홀로 우산을 쓰고 있는 허수아비는 고향을 지키는 파수병처럼 보인다. 길가에는 허수아비가 곱게 피어나 고향을 찾는 손님들을 환영하고 있다. 참으로 정겨운 풍경이다.
연어도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찾아가 알을 낳고 일생을 마감하고, 코끼리나 원숭이, 사자 등 짐승들도 생명이 다할 때에는 자신이 태어난 숲으로 들어가 죽기를 원한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들에게 고향은 얼마나 소중 하겠는가?
추석에 찾아올 아들과 딸, 그리고 친지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마을사람들은 마음은 분주하면서서도 행복한 표정들이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태풍 꿀랍이 몰려온다는 기상청의 달갑지 않은 날씨예보다. "제발 바람만 좀 참아주었으면 좋겠는 디. 며칠만 더 참아준다면 벼농사는 대풍인디……" 하늘을 쳐다보며 태풍이 빗겨가기를 염려하는 마을사람들의 마음은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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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도 고향을 찾는 손님을 반기며 한들거리고 있다 |
| ⓒ 최오균 | 관련사진보기 |
어제 밤만 해도 많은 청개구리들이 거실 유리창을 타고 올라 태풍과 많은 비를 예고하고 있었다. 유리창을 타고 오르는 청개구리를 바라보는 마음이 심히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 유리창을 바라보니 청개구리는 두 마리만 남아있고 모두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큰 비바람은 피해갔다는 증거다.
TV방송을 틀어보니 태풍 꿀랍은 예상보다 이른 오늘 새벽에 소멸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다행이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데 벼라도 풍년이 들어야 할 것이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