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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4일 오후 18시 47분]

이한열 열사 어머니인 배은심 유가협 회장이 4일 오후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씨 영정 앞에서 '어머니'라고 부르며 흐느끼고 있다.
 이한열 열사 어머니인 배은심 유가협 회장이 4일 오후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이소선씨 영정 앞에서 '어머니'라고 부르며 흐느끼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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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어머니라고 부르는 건 얘기를 들어주고 알아줬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씨는 여야, 진보-보수, 상주와 문상객을 떠나 모든 이들에게 '어머니'였다.

장례 이틀째인 4일 오후 4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선 고 이소선씨 입관식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혈육들 뿐 아니라 배은심 회장(고 이한열군 어머니), 박정기씨(고 박종철군 아버지) 등 유가협(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어머니 아버지들도 동참했다.

1시간 내내 숨죽이며 입관식 과정을 지켜보던 유족과 유가협 회원들은 관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고인에게 작별을 고하는 순간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배은심 회장은 "하늘 가서 아들 만나서 잘 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렇듯 고인을 떠나보내는 아쉬움만 빼면 장례식장은 말 그대로 '축제'였다. 오후 들어 문상객이 늘어나면서 수십 명이 줄을 섰고 접객실에도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이날도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안희정 충남지사 등 여야 정치인들의 문상이 이어졌고 고인과 생전 일면식도 없던 대학생이나 자녀를 동반한 일반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장례위원회에선 하루 평균 문상객이 1500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오후 법륜스님과 함께 문상 온 방송인 김제동씨는 "생전에 만난 적은 없고 글이나 말씀만 들었는데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많은 분들이 어머니라고 부르는 이유는 '네 맘 다 안다'며 알아주고 들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인데 앞으로 어머니 역할을 대신할 분이 없을까봐 걱정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쌍용자동차 해직자 가족을 위한 무료 콘서트를 여는 등 노동 문제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김씨는 "노동 운동은 거창한 게 아니라 누군가 얘기를 들어주고 알아주는 것"이고 "전태일도 자기 얘기를 들어달라는 것이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정치인들 '마음의 빚'... 비정규직-정리해고 현실 '사죄'

사위인 임성만 교수와 친분 때문에 문상을 왔다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두 모자를 가리켜 "이 땅에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대명사"라면서 "대학 다닐 때 고시 공부하며 호의호식한 사람들은 다 그분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고 저분들 덕에 우리가 민주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청년 시절 평화시장에서 옷장사하는 어머니를 도우면서 시장 오갈 때 전태일과 이소선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렸다"면서 "40년이 됐지만 비정규직, 정리해고로 여전히 고통스런 노동자들 현실에 정치인으로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가고자 했던 곳이 한진중공업이었다"면서 "노동 유연성, 정리해고 같은 98년 체제가 바뀌는 걸 보고 돌아가셨으면 했는데 '비정규직-정규직 하나가 되라'는 말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날 장례식장을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들 티셔츠엔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기본급 통일, 임금 인상"이란 문구가 선명해 눈길을 끌었다. 멀리 한진중공업까지 갈 것 없이 당장 이곳에서도 '비정규직' 투쟁이 한창 진행 중인 것이다.

한 청소 노동자는 "밑바닥에 일하는 모습이 창피하니 사진은 찍지 말아 달라"고 취재를 꺼리면서도 "우리도 돌아가신 분이 전태일 어머니란 걸 안다, (40년 전 투쟁에 비하면) 우리는 작은 일이지만 전태일이 있어 오늘날 우리가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 이소선씨 장례식장 주변에는 고인을 기리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 이소선씨 장례식장 주변에는 고인을 기리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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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4일 오후 3시 44분]

"어머니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가고자 했던 곳이 한진중공업이었다."

전태일 열사 친모이자 '노동자의 어머니'인 이소선씨 장례식이 5일에 걸쳐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민주사회장 확정... 7일 대학로 영결식 뒤 모란공원 묻혀

유족과 전태일재단, 유가협,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4일 낮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장례 명칭을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민주사회장'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영결식은 오는 7일 대학로에서 치러지고 이에 앞서 청계천 어머니의 길 걷기, 전국 추모의 밤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배은심 유가협 회장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상임 장례위원장을 맡고 장례위원은 어머니 뜻에 동참하는 모든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대중참여형'으로 이뤄져 7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양대노총과 시민사회단체는 7일까지 추모기간으로 정해 각 단체와 노조 사무실 등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한편 서울시내 곳곳과 노동현장에 근조 현수막을 설치하고 근조 리본을 달기로 했다.

오는 7일에는 오전 8시 서울대병원 영안실에서 발인을 마친 뒤 오전 10시 서울 대학로에서영결식을 진행하고 오후 1시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노제를 열기로 했다.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까지 영정 싣고 '희망버스'

4일 오후 전태일 어머니 고 이소선씨 장례가 열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찾은 김제동씨와 법륜스님이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4일 오후 전태일 어머니 고 이소선씨 장례가 열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찾은 김제동씨와 법륜스님이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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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5일 저녁 7시에는 시민참여행사로 '어머니의 길 걷기' 행사가 열어 전태일 동상이 있는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출발해 평화시장, 전태일 분신지, 창신동 전태일재단, 자택 등을 돈다.

6일 저녁 7시에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크레인 앞과 제주 강정마을, 울산 등 전국에서 추모의 밤 행사를 진행한다. 6일 아침 특별히 마련된 '희망버스'에 고인 영정을 실고 갈 예정이다.

장례위 대변인을 맡은 박계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어머니가 평소에 희망버스에 참여하고 싶어해 재단에서 버스를 대절하기로 결정했지만 바로 그날(7월 18일) 밤 어머니가 쓰러져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오후 제주 강정마을에서 급히 올라온 정동영 의원 역시 "어머니가 김진숙 위원에게 '절대 죽어선 안 된다, 꼭 살아서 내려와 싸워야 한다'는 유언을 남겼다"면서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가고자 했던 곳이 한진중공업이었다"고 밝혔다.

상임 장례위원장은 배은심 유가협 회장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맡고 정당,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공동 장례위원장을 25명 정도로 구성하기로 했다. 또 장례위원은 어머니 뜻에 동참하는 시민들에게 개바하는 '대중참여형'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장례위원회쪽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해 장례위원 참여하는 길을 열어 7000명 정도로 예상했다.

전날 오전 김영훈 위원장과 함께 병문안을 갔다 임종을 지킨 이용득 위원장은 "이소선 어머니가 평상시 노동자는 하나가 돼야 한다, 양대노총 통합하라고 했는데 그런 말씀 이루지도 못하고 불효를 했다"면서 "양대 노총 함께 병문안해 빨리 일어나라는 바람 전하려 했는데 마지막 임종이 됐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가시는 길에 양대노총 잘 지내겠다,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겠다, 하늘나라에서 잘 지켜봐 달라는 마지막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오 "모란공원 부실하다고 당부... 본인이 가실 줄 몰라"

이재오 특임장관이 4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이소선씨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4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이소선씨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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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장례식장에는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해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이부영 전 의원 등 정치인들과 한승헌 전 감사원장, 법륜스님, 김제동씨 등 각계인사들이 찾아 고인의 뜻을 기렸다.

지난 7월 21일 병문안을 하기도 했던 이재오 장관은 "어머니와 평소 가족처럼 지냈고 얼마 전엔 회복될 거란 전화도 받았다"면서 "어머니가 모란공원 묘지가 부실하다고 얘기해 남양주시에 얘기해 나무를 치기도 했는데 본인이 돌아가실 줄 몰랐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장관은 "어머니는 자상하고 정이 많고 열정적이고, 옳다고 생각하면 흔들리지 않는 분으로 노동 후배들 거두고 도망다니면 숨겨도 준 민주화운동이 대모였다"면서 "올해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하던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셔서 몇 분 안남아 오래 사셔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특히 이 장관은 "어머니가 쓰러진 날 새벽 1시쯤 장기표 전 전태일재단 이사장에게 응급실에서 조치가 안된다고 전화가 와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전화로 부탁해 조치하기도 했다"고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1신 : 4일 오전 11시 47분]

"어머니 그 따뜻한 미소와 사랑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전태일 열사 어머니인 고 이소선씨 장례 이틀째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엔 추모객들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날 밤늦게까지 여야 정치인들이 조문을 마쳤고 이날은 유명인보다는 평소 고인과 인연을 맺은 시민노동단체 회원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 장례식장 주변에는 "어머니 그 따뜻한 미소와 사랑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평등과 평화가 살아숨쉬는 세상에서 영면하소서"와 같이 고인을 추모하는 플래카드들도 걸렸다.  

장기표 "이소선 없었다면 전태일 뜻 못 이뤘을 것"

고 이소선씨가 평소 친아들처럼 여겼던 장기표 전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이날 아침 기자들을 만나 "이소선 어머니는 노동 운동 불모지에 민주노총을 만들고 인간해방운동 초석을 놓은 분"이라면서 "어머니는 아들 전태일과 한 약속을 200% 지켰고 이소선이 없었다면 전태일 뜻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70년대 재야운동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장 전 이사장은 이날 오전 고인을 추모하는 글을 전태일재단 홈페이지와 <오마이뉴스>에 올렸다. 장 전 이사장은 이 글에서 "어머니는 투쟁과 투옥과 고문으로 인한 고난도 엄청났지만 가난과 질병과 고뇌로 인한 고생도 엄청났다"면서 "고난 찬 삶 통해 사랑을 얻고 그 사랑을 헌신적으로 실천해 참된 자유, 참된 평화 곧 해방된 삶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 "어머니가 진정으로 기뻐한 일은 한 아들을 잃고서 수천수만의 아들과 딸을 얻은 것"이라면서 "(전태일 친구들은) 친자식이나 다름없는 효도를 하고, 청계의 아들딸들은 지금 상주 노릇을 하고 있으니 무슨 말을 더 보탤 필요가 있나"라고 감회를 밝혔다.

전태일재단,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장례위원회 준비 단체 대표들은 이날 낮 12시쯤 모여 구체적 장례 일정을 협의한 뒤 오후 2시께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장례식은 5일장으로 치러지며 오는 7일 청계천 등에서 노제를 거쳐 아들 전태일 열사가 있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묻힐 예정이다. 


태그:#이소션, #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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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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