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올해로 공연 10년째를 맞는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
▲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 올해로 공연 10년째를 맞는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
ⓒ 이화미디어 문성식 기자

관련사진보기


지난 8월 3일부터 2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 공연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은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 공연 10주년을 맞아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청된 것으로, 오는 9월 한중일 3국의 연극제인 베세토 연극제 한국 참가작으로 중국 백화(百花)극장에서 공연된다.

지난 2002년 밀양에서의 초연 이후 일본에서의 첫 해외공연을 시작으로 10년간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하게 공연해 온 <한여름밤의 꿈>의 인기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물론 셰익스피어 고전이 지닌 남녀사랑과 인간심리에 대한 보편성에 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이었을까.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한국 전통 연희 형식으로 바꾸었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점이 대단하다. 오히려 더욱 신명이 난다. 사물놀이에 연극배우의 구성진 목소리, 그리고 극중 배역에서 숲속 요정들의 이름을 '돗' '가비' '두두리'로 바꾸고, 인간 남녀 넷의 이름은 우리 별자리에서 따와서 '항' '벽' '루' '익'으로 바꾼 점 등이 독창적이다. 오방색 천과 삼베옷으로 구성된 무대는 우리 전통의 색채를 강조하면서 세계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연극에서는 한 연극배우가 연기뿐 아니라 춤, 노래, 악기의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소화해낸다. 뮤지컬이 춤과 노래까지는 한 배우의 영역에 포함되지만, 이 연극에서처럼 악기까지 하는 것은 그것도 한국 전통 사물놀이 장단을 연주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자신이 등장하지 않는 부분에서는 어김없이 다른 배우를 위하여 음악을 형성해 주는 덕목은 참으로 즐겁고도 아름답다. 

극중 인간 '아주미'가 도깨비 '두두리'와 한바탕 놀음을 펼치고 있다
▲ '아주미'와 '두두리' 극중 인간 '아주미'가 도깨비 '두두리'와 한바탕 놀음을 펼치고 있다
ⓒ 이화미디어 문성식 기자

관련사진보기


특이한 한 가지는 원작에서의 오베론과 티타니아, 그리고 보틈의 성이 바뀐 것이다. 남자인 오베론 신은 여자 도깨비인 '돗'으로, 티타니아 여신은 남자 도깨비인 '가비'로 바뀌었다. 티타니아가 사랑하는 인간 남자인 보틈은 '아주미'라는 늙은할미 캐릭터로 바뀌었다. 재밌게도 이것은 10년 전 연극대본 수정 당시, 극단 배우들의 성격에 따라 배역을 구성하다보니 성이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양정웅 연출이 당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우리나라 보통의 아주머니 이미지를 '아주미'에 대응시켜 더욱 한국 정서에 맞게 바꾼 것이라고 한다.

남편의 바람기에 신경질이 난 '돗'은 약으로 자신의 남편 '가비'가 처음보는 사람을 사랑하게 독초 향으로 간교를 부린다. 이로 인해 '가비'는 마침 지나가던 인간 늙은 할미인 '아주미'를 사랑하게 되버린 것이다.

원작 <한여름밤의 꿈>에서 이 부분은 여신이 인간 남자를 좋아하게 된 부분이지만 이 연극에서는 남자 도깨비가 인간 여자를 사랑하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늙은 할머니를 말이다. 또 원작에서 보틈이 당나귀로 변하는 부분을 이 연극에서는 '아주미'가 돼지탈을 쓰는 장면으로 바뀐다.

돼지라면 우리네 정서에는 친숙한 먹을거리요, 시골에서는 집마다 키우던 '돼지' 아니던가. 고사지낼 때면 어김없이 돼지머리에 절을 하고 빌곤 하였다. 한국 정서에 맞게 재미나게 각색이 잘 된 부분이다. 연극단의 당시 상황이나 우리네의 정서에 적합하게 변모하였다.   

영국 런던 템즈강변에 위치해 있다.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이 2012년 공연될 곳이다.
▲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영국 런던 템즈강변에 위치해 있다.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이 2012년 공연될 곳이다.
ⓒ 이화미디어 문성식 기자

관련사진보기


한가지 뿌듯한 점은 이들이 2012년에는 셰익스피어의 영혼이 깃든 영국의 글로브 시어터(Globe Theatre)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2005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극찬을 받은 뒤, 2006년 한국 최초로 영국 런던의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re)에 초청되어 인정받은 바 있다.

이것은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의 한국 전통연희 형식이 세계인들에게도 통한다는 점을 반증한다. 우리말로 공연되는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관객들은 몸짓과 음악으로 상황을 간파할 수 있으며 진동하는 음악에 함께 동화된다. 신명나는 마당판에서 사랑감정의 미묘한 신경전에 함께 참여하고 함께 깨어난다.

황정웅 연출은 이번 명동예술극장에서의 공연으로 관객들의 기(氣)를 충분히 받아 해외진출에서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바람대로 지난 여름의 뜨거운 반응 만큼이나 충분한 기력 회복이 되었음을 의심치 않으며, 앞으로의 해외공연에서도 그 에너지를 몰아만국의 언어로 신명나는 놀이판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태그:#한여름 밤의 꿈, #명동예술극장, #극단 여행자, #양정웅 연출, #양정웅 연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