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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5월 6일 평화박물관에서 열린 UN 자유권규약위원회의 병역거부 구제조치 권고에 따른 기자회견.
 지난 2010년 5월 6일 평화박물관에서 열린 UN 자유권규약위원회의 병역거부 구제조치 권고에 따른 기자회견.
ⓒ 전쟁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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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30일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토록 하는 병역법 88조 1항 1호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박아무개씨 등 4명이 "대체복무를 통한 양심 실현의 기회를 주지 않는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춘천지방법원이 제기한 위헌제청 사건에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박씨 등은 종교적 소신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다 병역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각각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자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병역법 제88조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존엄과 가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현행 병역법 제88조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며, 이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부분이 1년6월 이상 실형을 선고받았다.

헌재 또...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은 합헌"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8월에도 병역법 88조에 대해 재판관 9명 중 7(합헌)대 2(위헌) 의견으로 "양심의 자유가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긴 하지만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을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대체복무제)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임재성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지난 2004년의 결정에  비해 내용적으로는 훨씬 후퇴한 것이어서 실망스럽다"며 "헌재가 2004년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를 바라보는 사회적 변화를 전혀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도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사회적 권리로 인정되고 있는데, 헌재의 이번 판단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예정되어 있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위원회(ICCPR)의 심의에서 한국 정부는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 홍대일 대변인은 "이번 (헌재) 결정은 한국이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는 문제에 있어서 국제적 표준에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이자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의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또 "2004년 이후 7년 동안 자신의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5000여 명의 선량한 젊은이들이 혹독한 형을 선고 받아왔다"며 "조속히 대체입법이 마련되어 선량한 젊은이들이 죄인으로서가 아니라 이 사회의 떳떳한 일원으로 국가에 기여하며 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950년 이래로 우리나라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1만6000여 명이 병역법 위반으로 수감생활을 했고, 2011년 4월 현재 900여 명이 수감 중이다.

앞서 지난 4월 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정아무개씨 등 100명이 낸 청원을 받아들여 "이들에게 유죄 선고를 한 것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규약 제18조 1항이 정한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 위반"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인권이사회는 "누구든지 자신의 양심과 신앙이 조화되지 않을 때 군복무의 면제를 요청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군복무 대신 징벌적이지 않은 사회봉사 형태의 대체복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2006년, 2010년, 2011년 병역거부자의 권리를 인정해 입법조치를 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태그:#양심적 병역거부, #병역법 8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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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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