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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 해요 날씨가 쌀쌀하니까
따끈따끈 국물에 소주 한 잔 어때요

시간 없다면 내 시간 빌려 줄게요
그대 떠나간 후에 내 시간은 넘쳐요

눈치없는 여자라 생각해도 좋아요
난 그냥 편하게
그대와 한 잔하고 싶을 뿐

괜찮다면 나와요 우리의 사랑이 뜨겁던
우리의 사랑을 키웠던
그 집에서 먼저 한 잔했어요

조금 취했나봐요
그대가 내 앞에 있는 것 같아
바보처럼 자꾸 눈물이 나요

그대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듯이
따뜻했던 국물도 점점 식어가네요

한 잔 더하고 이제 난 일어날래요
비틀대는 내 모습 보기 싫어질까봐

오늘따라 그대가 너무 보고 싶어서
난 그냥 편하게 그대와
한 잔하고 싶었죠

괜찮다면 나와요 우리의 사랑이 뜨겁던
우리의 사랑을 키웠던
그 집에서 먼저 한 잔했어요

조금 취했나봐요
그대가 내 앞에 있는 것 같아
바보처럼 자꾸 눈물이 나요

술 잔 속에 눈물이
마음속엔 그대가 흘러 넘치잖아


그대 가슴에 안겨 그대의 가슴에 쓰러져
그대의 가슴에 무너져
마음놓고 울어보고 싶어요

늦게라도 와줘요
나 혼자 이렇게 울게 하지마
우린 항상 같이 있었으니까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하기 싫어서 미치겠어

- 지아 '술 한 잔 해요'

'술 한잔 해요'는 이미 '19금'이 돼버렸다.
 '술 한잔 해요'는 이미 '19금'이 돼버렸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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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노래 '술 한 잔 해요'다.  지난 1학기 음악 수행평가 시간. 나는 특별히 할 것이 없어 이 노래를 불렀고 선생님은 잘 불렀다며 50점 만점을 주셨다. 물론 "무슨 그런 노래를 하느냐"란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지난 1학기 우리학교 전교 회장 선거운동 때 후보자 중 한 명은, 이번에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유해물로 낙인 찍은 가수 10cm의 '아메리카노'를 부르며 선거 운동을 했다. 이 노래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어른들은 물론 우리들 사이에서도 유행한 노래라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지금은 그 후보가 전교회장이다. 당시 다들 이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하지만,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여성가족부가 '술'과 '담배'를 직접 권하는 노래에는 거의 다 '19금'이란 빨간 딱지를 붙인다는 소식을 읽고나서다. 혹시나 해서 포털에서 '술 한 잔 해요'를 쳤더니 역시 노래 제목 옆에 빨간색으로 '19금' 표시가 돼 있었다.

내가 수행평가에서 불러 만점을 받은 노래와 학생회장 나간 학생이 선거운동 노래로 부른 노래가 모두 '19금'이라니! 그럼 우리 학교는 뭐지?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비스트. 비스트의 노래 '비가 오는 날엔'도 19금 노래가 됐다.
 내가 좋아하는 비스트. 비스트의 노래 '비가 오는 날엔'도 19금 노래가 됐다.
ⓒ 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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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한 기사를 좀더 찾아보다가 눈에 띄는 구절을 읽었다.

술·담배 등의 단어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는 여성가족부의 시각에서 보면 청소년 권장도서 등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국어 교과서와 참고서부터 뜯어고쳐야 할 형편이다. "한잔 먹세 그여, 또 한잔 먹세 그여. 곶 것거 산(算) 노코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세 그여"로 시작되는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將進酒辭)는 제목과 가사에서 온통 알코올 냄새가 진동한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의 시 구절은 붉게 타들어가는 석양을 배경 삼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싶은 흥취를 자극한다. 여성가족부는 한시바삐 교육부와 협의해 이런 문학작품들을 학생들이 접하지 못하도록 해야 마땅하다.
- <한겨레> 8월 23일자 [아침 햇발] 비운의 노래 '한잔의 추억'

딱 내 생각과 같았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안에 따라 유해물을 지정하면, 술과 담배가 들어간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작품도 다 빼야한다.

술과 담배가 노랫말에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내겐 그냥 한 단어다. 다만 '아, 참 힘들어하는구나'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올 뿐이다. 무엇보다 '19금'이라 해서 나나 내 친구들이 안 부를 것도 아니다.

다들 청소년을 아무 것도 모르는 순한 양으로 본다. 우리도 알 건 다 아는데….

덧붙이는 글 | 이진선 기자는 중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태그:#19금, #노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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