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천번의 입맞춤> 출연하는 배우 서영희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추격자

<오마이스타> 창간을 맞아 MBC 새 주말드라마 <천번의 입맞춤>에서 주인공 우주영을 연기하는 배우 서영희를 지난 18일 MBC 일산드림센터에서 만났다. ⓒ 민원기


최근 들어 이만큼 고생한 여배우가 또 있을까?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돼 차가운 욕조바닥에 뒹굴다가 결국 속옷 차림으로 살해당하는 출장안마사, 신분을 감춘 공주를 살려내려 중국 모래사막에서 사선을 넘는 궁녀, 무엇보다 외진 섬에서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하나뿐인 딸을 잃고 미쳐버려 복수를 감행하는 아낙네 김복남.

2008년 영화 <추격자>를 시작으로 MBC <선덕여왕>,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하 <김복남>)까지. 배우 서영희는 그렇게 한동안 구르고 달리고 또 싸웠다. 차근차근 주어진 배역을 소화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서영희에게 2010년 칸 레드카펫과 더불어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겨준 <김복남>은 분명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30대를 시작하며 잡은 기회를 40대에도 또 잡고 싶다"는 서영희. 지난 10년을 뒤로하고 앞으로 10년을 준비하는 그는 분명 충무로에서 자신만의 향기를 품어 온 몇 안 되는 여배우다. 그런 서영희가 처음으로 주말드라마 주연을 맡아 또 처음으로 연하남과의 사랑을 연기한다. 창간을 맞이한 <오마이스타>가 18일 MBC 일산 드림 센터에서 <천 번의 입맞춤> 촬영에 한창이던 서영희를 만났다.

"나물 파는 시장 아주머니들도 알아 봐야죠"

"아직 이혼한 단계는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자기 길을 찾는 여자라 밝고 씩씩해요. 엄마 역할은 영화에서도 그렇고 많이 해서 어색하지도 않고요. 지현우씨요? 너무너무 착한 사람인 거 같더라고요. 촬영 횟수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친해지겠죠, 동생처럼."

남편의 외도로 '돌싱'이 됐지만 이를 딛고 디자이너로 성공하고 연하남 장우빈(지현우 분)과의 사랑도 이루는 우주영, 서영희가 당분간 시청자들과 마주할 캐릭터다. 2007년부터 KBS 주말극 <며느리 전성시대>로, MBC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로 브라운관에 꾸준히 얼굴을 비쳤지만 타이틀롤을 연기하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조근조근 담담한 어조에 조심스러움이 묻어난다.

"전작인 <반짝반짝 빛나는>이 잘 돼서 부담감이 없을 수 없죠. 잘되면 좋지만 안되면 다 내 탓 같고. 조금만 시청률이 떨어져도 티가 나니까요. 그래서 이번 드라마가 더 잘 돼야 해요. 방송은 인지도를 좌지우지하잖아요. <천 번의 입맞춤>이 잘 돼서 시장에서 나물 파는 아주머니들도 아시게끔 인지도가 커져야죠(웃음)."

신인 때부터 '선택받는' 존재인 배우들에게 인지도는 금과옥조와도 같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두각을 나타낸 작가주의 영화 <질투는 나의 힘>부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자신만의 연기영역을 넓혀 온 서영희에게 20대는 어떤 의미였을까?

 MBC드라마<천번의 입맞춤> 출연하는 배우 서영희
김복남 살인사건,추격자등

남편의 외도로 '돌싱'이 됐지만 이를 딛고 디자이너로 성공하고 연하남 장우빈(지현우 분)과의 사랑도 이루는 우주영, 서영희가 당분간 시청자들과 마주할 캐릭터다. ⓒ 민원기


"안 해 본 역이요? 이제 미니시리즈 주연 해야죠"

"여기까지 굉장히 빨리 온 것 같아요. 20살 때 시작했고, 또 운 좋게 주요 배역을 맡았고요. CF를 많이 찍는 톱스타가 못 된 것뿐이지 꾸준했던 것 같아요. 제 목표가 아이돌은 아니었으니까요.(웃음) 목표가 소박하다고요? 아뇨, 오히려 아주 높아요. 꾸준히 연기를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진짜 내공도 높아야 하고 '서영희'하면 떠오르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잖아요."

이른바 개성파 연기자? 서영희 하면 떠오르는 개성을 쌓아가고 있지만 여배우로서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없었다면 거짓일 터. 짓궂음을 무릅쓰고 재차 물었다. "그간 여배우로서의 욕심이…?"

"그런 건 있었죠. 화장품 광고도 너무너무 해보고 싶고. 그거야 저한테 맞아떨어질 때 할 수 있는 거고 욕심을 낸다 한들 맞지 않으면 과분한 거고. 배역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할 수는 있지만 잘 못 할거라면 안 하는 게 나은 거죠. 아이돌 스타들도 험난한 길을 걸어요. 그래도 스물 몇 살 때 이미지가 굳어지는 배우보다 차분히 단계를 밟아서 서른 살, 마흔 살 때 더 멋있는 배우가 탐났어요."

이 배우, 꽤나 단호하다. 한편으로 <마파도>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추격자> 등 그가 출연한 흥행작의 관객 수를 합치면 도합 천만을 훌쩍 넘길 법하다. 그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연기력과 인지도를 쌓아온 서영희에게 <김복남>에 대해 묻지 않는 것은 실례일 법 했다. 그간 한국사회를 살아오며 대다수 여성이 받는 직간접적인 폭력을 함께 느끼며 살아왔기에 별다른 캐릭터 연구가 필요없었다지만, <김복남>은 배우 서영희에게 분명 많은 것을 안겨준 작품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MBC드라마<천번의 입맞춤> 출연하는 배우 서영희
영화 추격자,김복남 살인사건

그간 한국사회를 살아오며 대다수 여성이 받는 직간접적인 폭력을 함께 느끼며 살아왔기에 별다른 캐릭터 연구가 필요없었다지만, <김복남>은 배우 서영희에게 분명 많은 것을 안겨준 작품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 민원기

"대표작이 생긴 거잖아요. 그게 기분이 좋더라고요.(웃음) 시장 아주머니들도 '김복남' 얘기를 하더라고요. 케이블 TV를 통해 보셨나?(웃음) 사실 이 영화가 잘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개봉도 불확실했고, 여건 상 스태프들도 고생이 너무 심했고. 복불복이었다랄까요? 잘하면 큰 상을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 싶었죠.(웃음)"

예상치 못했던 호평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이 작품으로 서영희는 칸 레드카펫에도 서봤고,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깜짝 놀랄만한 선물을 받았다. 이듬해 '5월의 신부'까지 됐으니 부언해 무엇하랴.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나야, 나' 그런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 같아 부담스럽고, 다음에 좋은 작품 해야 할 텐데"하는 생각뿐이다. 대신 어차피 오래오래 하고 싶은 연기, 현재 들어온 시나리오처럼 매번 다양한 역할로 관객들을 더 자주 만나고 싶단다. 그래서 "당분간 (육체적으로) 힘든 역할은 그만하고 싶다"지만 스케줄에 맞춰 영화를 선택할 생각이다. 대신, 한 가지 작은 바람은 있다.

"안 해 본 장르요? 미니시리즈 해야죠, 미니시리즈. 꼭이요. 호호호."

서영희 김복남살인사건의전말 천번의입맞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