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소금>을 취재하기 위해 왕십리 CGV에 모인 기자들.

<푸른소금>을 취재하기 위해 왕십리 CGV에 모인 기자들. ⓒ 최민호


23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왕십리 CGV의 드넓은 홀은 이미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여기도 기자, 저기도 기자. 홀 안을 온통 기자들이 차지한 듯했다.

정확히 낮 12시 6분에 극장에 도착한 기자는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음에도 사진 찍기 가장 편하고 좋은 A열 정중앙 좌석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기자보다 먼저 도착한 타 매체 기자가 무려 예닐곱 명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숱한 기자들이 이렇게 일찍, 그리고 많이 극장을 찾은 까닭은, 그렇다. 이날이 바로 송강호와 신세경이 주연배우로 출연하고 이현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푸른소금>의 언론시사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충무로 대표배우 송강호, 그리고 MBC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순식간에 전 국민적 스타로 발돋움한 신세경이 출연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푸른소금>은 매스컴의 취재욕구를 자극할 만 했다. 여기에 <그대 안의 블루> <시월애> 등을 통해 화려한 색채의 감각적인 영상미를 선보였던 이현승 감독의 오랜만의 복귀작이란 사실 또한 영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긴 생머리 대신 샤기컷, 신세경 연기 변신 궁금하다

 샤기컷과 짙은 아이라인으로 확 바뀐 캐릭터를 예고하는 신세경.

샤기컷과 짙은 아이라인으로 확 바뀐 캐릭터를 예고하는 신세경. ⓒ CJ엔터테인먼트


게다가 극중 전직 사격 선수이자 현직 킬러로 분한 신세경의 연기 변신 또한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토지>와 <선덕여왕> 등을 통해 심지가 곧은 당찬 캐릭터를 연기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킬러'는 그녀가 예전에 경험했던 그 어떤 캐릭터도 견줄 수 없을 만큼 강하고 터프한 것이었기에, 대중은 과연 그녀가 어떤 식으로 연기했는지 궁금해 했다.

그리고 그건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그녀가 고수했던 긴 생머리 대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날카로운 칼처럼 벼려져 있는 속칭 '샤기컷'으로 바꾼 헤어스타일과 멀리서 봐도 한 눈에 들어오는 강렬한 아이라인을 한 그녀가 가죽점퍼를 입고 오토바이를 탄 채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을 예고편으로 본 다음부터, 기자는 그녀의 내적 연기변신이 바뀐 외형만큼이나 파격적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오후 2시를 갓 넘긴 시각. 드디어 영화가 시작했다. 세팅을 마친 카메라는 잠시 꺼두었다. 자리가 맨 앞 A열이라 목이 좀 아팠지만 이내 그런 건 상관없을 만큼 영화에 빠져들었다.

 영화 <푸른소금>의 감독 및 주연배우들. 왼쪽부터 이현승 감독, 신세경, 송강호.

영화 <푸른소금>의 감독 및 주연배우들. 왼쪽부터 이현승 감독, 신세경, 송강호. ⓒ 최민호


영화의 기본 설정은 간단하다. 조직폭력단 '한강파'에서 전설로 통했던 두헌(송강호 분)은 조직세계에서 은퇴한 뒤 고향으로 낙향해 요리사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그러나 그가 모셨던 한강파의 보스는 어느날 의문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한강파가 속해있는 연합조직 '칠각회'의 멤버들은 조직을 떠난 두헌이 한강파의 새 보스가 될 것을 우려, 전직 사격 선수이자 킬러인 세빈(신세경 분)에게 그를 감시할 것을 명령한다.

두헌과 세빈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 호감의 정체는 모호하다. 늘 그려졌던 남녀 간의 사랑이라고 보기엔 어딘가 미묘하다. 하지만 그런 것에 관계없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린다. 그리하여 감시에서 살해로 명령이 바뀐 이후 세빈은 그를 죽일 것인지 살려둘 것인지 사이에서 갈등하고, 세빈이 자신을 죽이러 온 킬러라는 사실을 알아챈 두헌은 그녀를 청부조직에서 빼내오려 애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하늘처럼 푸른 소금밭, 염전에서 세빈이 두헌에게 총구를 겨누는 장면. 과연 세빈은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결과는 9월 1일, 극장에서 확인하시라.

다음은 영화가 끝난 뒤 감독 및 주연배우들과 나눈 일문일답.

송강호 "처음엔 오글거리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변하는 송강호.

기자들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변하는 송강호. ⓒ 최민호

- (배우들에게) 이번 영화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부분은 역시 송강호와 신세경이라는 의외의 조합이다. 상대배우로 서로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그리고 영화를 다 찍고 난 후에는 또 어땠는지?
신세경 : "갈 길이 먼 내게 이런 소중한 기회가 와서 우선 놀랐고, 그만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됐다. 촬영하면서 워낙 송강호 선배님께서 많이 도와주고 이끌어주신 부분이 많았다. 영화를 다 찍은 지금은, 정말, 사랑에 빠졌다.(웃음)"

송강호 : "포스터나 카피를 봐서 아시겠지만 처음엔 좀 오글거리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세경씨에게 누가 안 되도록, 가랑이 여러 번 찢어졌다, 따라간다고.(웃음) 이런 영화가 나한테는 이제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이제는 찢어질 가랑이가 없다.(웃음)"

- (이현승 감독에게) 신세경이 영화의 엔딩곡을 불렀는데 여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또 잘 불렀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현승 : "촬영 시작 전에 같이 노래방을 몇 번 갔었는데, 약간 취해서 노래 부르는 모습에 감정과 무드가 있었고, 밝은 맛과 깊은 맛이 느껴졌다. 연기가 직업이다 보니 노래에 실린 감정도 잘 표현됐고, 그래서 엔딩곡을 부르게 했는데 거절을 안 하고 '네, 감독님'하더라.(웃음) 잘 된 것 같다."

이현승 감독 "상투적인 남녀 관계 그리지 않으려 했다"

- (송강호에게) 영화에서 여러 번 조폭 역할을 맡았었는데, 실감나게 연기를 잘 한 것 같다. 여기에 나름의 노하우가 있나.
송강호 : "생각해보니까 조폭 연기를 한 게 <푸른소금>까지 전부 네 번이다. 첫 조폭 연기를 했던 <초록 물고기>에서는 막내였고, 그 다음 <넘버 3>에서는 제목처럼 '넘버 3'였다. 그 다음 <우아한 세계>에서는 중간보스였고, 이번엔 '넘버 1'으로 나왔다. 그래서 주변에 장난삼아 갈수록 배역이 올라간다고도 했는데, 조폭은 그 자체로 인생의 굴곡이 느껴지는 캐릭터고, 드라마틱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 포인트를 두고 연기를 했을 뿐이다. 주변에 조폭이 있다거나 한 건 결코 아니다.(웃음)"

- (신세경에게) 영화에서 미묘한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어떤 장면이 연기하기 가장 어려웠나?
신세경 : "사실 매 장면마다 어렵고,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비교적 영화 초반부에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후반부로 갈수록 선배님과 가까워져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런 미묘한 감정을 연기하는 것도 어렵고 힘들기보다 행복하고 즐거웠다. 나 스스로에게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다."

- (이현승 감독에게) 두헌과 세빈의 관계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현승 : "영화를 많이 찍진 않았지만, 정형화된 멜로의 프레임 안에 있는 남녀를 그리진 않았다. 상투적이고 극단적인 남녀 관계보다 좀 더 다양한 관계를 그리고 싶었다. 한국영화에서 으레 '남녀'하면, 예측되는 상투적인 사랑, 이런 것만 상상하는데 그래서 두헌과 세빈 같은 관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신세경 "두헌과 세빈의 관계는 짙은 파란색"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신세경.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신세경. ⓒ 최민호

- (송강호에게) 두헌과 세빈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어떤 톤으로 연기하려고 했는데 궁금하다.
송강호 : "두헌이라는 인물이 명확한 해답과 결론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세빈이라는 어린 여자를 봤을 때의 감정도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안점을 둔 건 감정의 지속이다. 두헌과 세빈의 관계가 어떤 끝에 도달한다는 느낌보다는, 인생은 계속된다는 느낌으로 연기했다."

- (배우들에게) 영화에서 두헌의 대사 중 "사랑에도 여러 가지 색이 있다"고 했는데 두 배우는 영화 속 두헌과 세빈의 관계를 어떤 색으로 표현하고 싶은지 묻고 싶다.
송강호 : "제목이 <푸른소금>인데 난 두 사람의 관계를 자주색을 꼽고 싶다. 두헌과 세빈의 감정은 어떤 열정과 화려함보다는 뭔가 은은한 자주색이 어울리지 않나 싶다."

신세경 : "짙은 파란색이 떠오른다. 굉장히 크고 깊은 느낌이 든다."

송강호 : "여기서부터 세대차가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웃음)"

 송강호의 재치있는 대답에 웃음이 터진 신세경.

송강호의 재치있는 대답에 웃음이 터진 신세경. ⓒ 최민호


- (모두에게)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이현승 : "다양한 인생,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의 장르도 하나로 구분 짓기보다 좀 더 많은 것들을 담고 싶었다. 액션도 있고, 유머도 있고, 약간의 미스터리도 있다. 이런 것들이 켜켜이 쌓여가면서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신세경 : "훌륭한 감독님과 선배님 곁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혹 부족하거나 모자란 점 보여도 예쁘게 봐주시고,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마음속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송강호 :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조금이나마 기분이 좋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푸른소금> 화이팅!" 포즈를 취해주는 배우들.

"<푸른소금> 화이팅!" 포즈를 취해주는 배우들. ⓒ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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