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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광장시장]"귀공자네", "힘내세요" 인기폭발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23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한 시장상인이 건네는 김밥을 받아먹고 있다.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23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한 시장상인이 건네는 김밥을 받아먹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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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오세훈 시장이야, 오세훈 시장."
"키가 엄청 크다. 귀공자네."
"아이고, 실물로 보니까 많이 마르셨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단 하루 앞둔 23일 오전 11시께, 오세훈 서울시장이 북1문으로 들어서자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점퍼에 등산화를 신고 편안한 차림으로 시장을 찾은 오 시장은 수십 개의 매장을 일일이 방문하며 상인들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눴다. "시장님 파이팅!", "고생많으세요", "힘내세요"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오 시장이 이날 광장시장을 찾은 것은 지난 22일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시민생활현장 방문'활동의 일환. 지난 22일 오 시장은 서울시 친환경 유통센터, 연남동 기사식당, 농수산물공사 가락시장, 장지동 택시회사 등을 방문했다.

주민투표운동 마지막 날인 23일 일정은 훨씬 더 빡빡했다. 오 시장은 오전 6시 노량진 수산시장을 시작으로 오후 10시까지 광장시장, 강남역 지하상가, 잠실야구장, 동대문 두산타워 쇼핑몰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민생챙기기'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지만 이러한 오 시장의 행보는 일종의 주민투표 홍보활동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현장방문'에서는 다음 날 있을 주민투표와 관련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왔다. 

"무상급식 안 돼요. 세금 많이 내서 안 돼."

한 상인이 오 시장의 손을 붙들고 이렇게 이야기하자 오 시장은 "잘 알고 계시네"라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지승순 광장시장 상인연합회 여성회장은 "시장님 눈물 흘리시는 것 보고 가슴이 아팠다"면서 "왜 어려서부터 공짜를 가르치나"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오 시장은 "핵심을 아시네"라고 맞받아쳤다.

광장시장 상인, 방문객 등과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누던 오 시장은 체리, 꽈리고추, 애호박 등을 파는 노점상 앞에 풀썩 앉았다. 이곳에서만 5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는 신기형(76) 할머니다. 오 시장이 "체리 한 바구니에 1만 원이라니, 비싸다"라고 말하자, 신 할머니는 "시장님이 비싸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체리를 구입했다. 곳곳에서 플래쉬 세례가 쏟아졌다.

오 시장이 다녀간 후 신 할머니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국민인데, 투표 해야지"라면서도 "무엇에 대해서 투표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6학년 손자가 있다는 신 할머니는 무상급식과 관련해 "아주(전면)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나라 재정이 많이 든다"면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만 무상급식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대구포를 사는 데 2만 원을 더 쓴 오 시장은 순대와 떡볶이 등을 파는 포장마차가 모여있는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을 부치던 한 상인은 "내일 꼭 이기실 거예요"라고 오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오 시장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뒤를 보좌진이 따라가면서 "내일 꼭 하고 오세요"라며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는 시늉을 했다. 점심을 먹던 70대 남성들은 "이번 투표에서 바로잡아야 한다"며 오 시장에게 "(막걸리) 한 잔 하고 가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낮 12시께, 오 시장은 '할머니집 순대'에 들어가 점심식사를 했다.

[강남역 지하상가]"누추해", "1인 시위 하는 거 잘렸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일대를 돌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 시장에게 다가와 반갑게 손을 내민 대학생들에게 오 시장이 "어디에 사세요"라고 묻자, "수원에 살아요"라는 답변이 돌아와 일순간 멋쩍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일대를 돌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 시장에게 다가와 반갑게 손을 내민 대학생들에게 오 시장이 "어디에 사세요"라고 묻자, "수원에 살아요"라는 답변이 돌아와 일순간 멋쩍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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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해."
"오세훈 아니야? 어우, 짜증나."
"1인 시위 하는 거 (선관위에서) 잘렸다며."

오후 1시께, 2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 강남역 지하상가 분위기는 광장시장과는 사뭇 달랐다. 앞서 광장시장에서 오 시장에게 환호를 보낸 이들은 주로 50~60대 여성들이었다. 오 시장 주위로 시민들이 모여들자, 한 시민은 "에라이, 이 꼴통아!"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오 시장이 나타나자 신기한 듯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이를 발견한 오 시장과 보좌진들이 "여기 와서 같이 찍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오 시장에게 다가와 인사를 청하는 시민들에게는 "어디 살아요?"라고 살갑게 물었다. 이에 20대 커플이 "수원 살아요"라고 답하자, 잠시 멋쩍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오 시장 뒤로는 한 시민이 "24일 주민투표 참여! 전면무상급식 NO!'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함께했다. 

강남역 지하상가에서도 오 시장은 한 커피숍에 들러 보좌진과 함께 나눠 마실 사이다를 10잔 구입했다. 이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여성은 이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투표권이 있기는 한데, 아직 자녀도 없고, 무상급식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심아무개(50)씨는 '내일 주민투표 할 거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라면서 "무상급식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제 주변에는 다 (주민투표) 안 한다고 그런다"고 전한 심씨는 오 시장이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물러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오 시장의 이러한 '민생행보'에 대해서 나쁜투표거부 운동본부 측은 "지난 1년 동안 뭐하다가 이제 와서 이러느냐"며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평했다. 이수정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6월 당선 이후 6개월은 시의회와 갈등, 6개월은 시의회에 불출석하다가 돌아오자마자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면서 "정말로 서울시민들을 생각하고 민생을 생각했다면 무상급식 문제를 가지고 서울을 발칵 뒤집어놓지 말았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오세훈#주민투표#무상급식#무상급식 주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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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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